삼성전자가 개발한 3D 큐브 패키징 기술. /삼성전자 반도체 뉴스룸 제공

삼성전자가 업계 최초의 시스템 반도체와 메모리 반도체를 통합한 형태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패키징 라인에 설비투자와 연구개발(R&D) 비용을 확대하고 있다. 사실상 따로 운영되어온 파운드리 사업부와 메모리 사업부의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한 포석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엔비디아, AMD 등에 그래픽처리장치(GPU)와 AI용 메모리로 쓰이고 있는 고대역폭메모리(HBM)를 ‘턴키(일괄 수주)’ 형식으로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으며, 두 칩을 하나로 붙여 공급하기 위해서는 2.5D 혹은 3D 패키징 대량 양산 기술이 확보가 필수적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불황에도 상반기 반도체 투자 23조원

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005930)는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의 10배가 넘는 7조2000억원을 R&D에 투자했고, 14조5000억원을 시설투자에 쏟아부었다. 반도체 한파 속에서도 역대급 투자 규모다.

투자는 특히 반도체(DS) 부문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올 상반기 시설투자 25조3000억원 중 DS부문이 23조2000억원을 차지했다. 메모리 반도체 투자가 지난해와 유사한 수준인 것을 고려하면 투자 증가액 대부분이 파운드리 반도체 투자에 집중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업계에서 사실상 유일하게 파운드리와 메모리 사업을 동시에 영위하는 종합반도체기업(IDM)이다. 두 사업부는 그동안 이렇다할 연관 없이 운영돼왔지만 챗GPT 등장과 함께 AI 반도체 수요가 급격히 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엔비디아, AMD 등 AI용 프로세서를 설계하는 기업들이 자사의 프로세서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이 생산하는 HBM을 적층하는 방식의 공정을 요구하기 시작한 것이다.

문제는 GPU에 HBM을 2.5D 인터포저 방식으로 적층해 양산하는 공정을 대만 TSMC가 독점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현재 엔비디아, AMD가 만족할만한 수준으로 2.5D 패키징을 구현하는 기업은 TSMC뿐인데 문제는 TSMC의 생산 수율과 전체 생산능력 또한 시장 수요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이에 엔비디아, AMD 등도 제2의 공급자로 삼성에 눈을 돌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2월 삼성전자 천안캠퍼스를 찾아 패키지 라인을 둘러보고 사업전략을 점검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첨단 패키징에 사활건 삼성 ‘아이큐브’로 판도 바꿀까

삼성전자도 첨단 패키징 기술 개발에 투자, 인적 역량을 집중시키고 있다. 지난해 DS부문 직속으로 AVP(첨단패키징)팀을 신설했고 최근에는 팀 인력을 더욱 확대하고 있다. 패키징 생산 거점인 천안, 온천에 대한 설비투자 확대도 논의 중이다. 특히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HBM 양산을 담당할 신규 패키징 라인 신설도 검토 중이다.

삼성전자는 내년 2분기부터는 4개의 HBM을 GPU 등과 함께 배치한 ‘아이큐브 4′를 양산하고 3분기엔 8개의 HBM을 배치한 아이큐브 8을 양산한다는 계획이다. 이어 12개, 16개의 HBM을 배치하는 제품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엔비디아, AMD뿐만 아니라 구글, 메타 등 다른 빅테크 역시 HBM 사용을 확대할 조짐을 보이면서 관련 수요는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삼성전자는 첨단 패키징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최첨단 패키징 협의체인 ‘MDI연합’ 출범도 준비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기업, 후공정 전문업체(OSAT), 디자인하우스 등이 모여 패키징 기술 고도화를 모색하는 기구다. 삼성전자는 첨단 패키징 생태계 구축을 통해 2.5D, 3D 이종 집적 경쟁력을 높이는 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