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 동안 학교에서 같이 밥 먹으면서 친구할 사람’, ‘나한테 이 수학문제 설명해 줄 잘생기고 예쁘신 분’, ‘맨큐의 경제학 수업교재 4만2000원짜리 2만원에 팝니다’. 모두 방학 기간 ‘에브리타임’에 실시간으로 올라온 글들입니다. 입시부터 대학생활, 취업까지 전 생활을 아우르는 생활 정보 플랫폼이 되겠습니다.”
국내 최대 대학생 커뮤니티 플랫폼 ‘에브리타임’을 운영하는 비누랩스의 김한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서울 양평동 사무실에서 이렇게 말했다. 비누랩스는 2015년 김 대표가 연세대학교 컴퓨터과학과 4학년일 때 설립한 회사다. 처음 사명은 ‘에브리스튜디오’ 였으나 대학생활 전반을 책임지는 서비스를 운영하겠다는 의미에서 이름을 바꿨다. ‘비누(vinu)’는 대학을 뜻하는 영어단어 ‘univ’를 뒤집은 단어다.
김 대표는 대학교 1학년이었던 2009년 여름방학에 시간표 작성 프로그램인 에브리타임을 웹 서비스 형태로 개발했다. 원하는 과목을 클릭하면 자동으로 시간표가 만들어지는 형식이다. 엑셀이나 종이에 직접 일일이 시간표를 넣어야 했던 연세대 학생들은 김 대표가 만든 서비스에 열광했고, 다른 대학에서도 “우리 학교 수강과목을 알려줄 테니 서비스를 운영해달라”라는 요청이 쇄도했다. 연세대에서만 사용하던 앱은 2015년 20개 대학까지 확대됐다.
당시 에브리타임은 이용자가 시간표를 만들고 친구와 서로 시간표를 공유할 수 있는 앱에 그쳤다. 그러나 점차 서로 다양한 주제에 대해 토론하고 고민을 나누는 익명의 ‘자유게시판’, 학교 관련 각종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정보게시판’, 중고거래를 진행하는 ‘장터게시판’ 등이 생기면서 앱이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앱의 커뮤니티 기능이 확장되자 김 대표의 고민도 깊어졌다. 에브리타임은 김 대표가 취미로 무상 운영을 시작한 서비스였는데 이용자 수가 많아지면서 운영비가 많이 필요해졌다.
김 대표는 “이용자 수가 많아지면서 한 달에 서버비로만 백단위의 돈이 들기 시작했다”라며 “많은 대학생들이 내가 운영하는 서비스에 의지해 대학생활을 하는데 법인을 설립해 안정적으로 돈을 벌면서 서비스를 확장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창업을 결심했다”라고 했다.
창업 이후 에브리타임은 대학 생활 종합 포털로 성장했다. 에브리타임 앱에서 이용자는 시간표는 물론 열람실 현황, 학사 공지, 학식 메뉴, 학생회 소식, 강의 평가까지 바로 접할 수 있게 됐다. 또 기존의 커뮤니티 기능도 강화됐다. 직장인들이 익명으로 블라인드 앱에서 정보를 공유하고 모임을 찾듯, 에브리타임 이용자는 이용자들이 직접 생성한 ‘공무원·로스쿨 준비생’ 게시판, ‘자취백서’, ‘소개팅 게시판’, ‘방탄소년단 팬 게시판’, ‘군대게시판’ 등 4만7000여개의 게시판을 이용한다.
김 대표는 “에브리타임은 일간 활성사용자(DAU)가 184만명인 커뮤니티다”라며 “서비스 개발에 집중하기 위해 아직 창업 이래 외부 투자를 한 차례도 받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고사업이 꾸준하게 성장하면서 매년 흑자를 내고 있다”라고 했다.
초기엔 직원이 8명이었으나 현재는 94명으로 확대됐다. 에브리타임은 전국 397개 대학 캠퍼스에서 누적 642만명의 대학생 및 졸업생이 이용하고 있다. 에브리타임엔 올 3월 기준 매일 댓글 포함 약 98만건의 글이 올라온다.
2017년에는 대학생 할인 커머스 스토어인 ‘학생복지스토어’가 앱 내 추가되면서 대학생들이 앱을 통해 필요한 물품을 구매할 수 있게 됐다. 이곳에선 노트북, 태블릿 등 IT 기기를 필두로 뷰티, 패션, 음식 등 각종 상품을 판매한다. 현재 학생복지스토어엔 482개 브랜드가 입점해있다. 브랜드들은 젊은 이용자층을 대상으로 마케팅 활동을 할 수 있다는게 장점이다. 이에 ‘교육할인제도’라는 이름으로 할인된 가격에 제품을 판매한다.
김 대표는 “에브리타임 앱에서 소비생활과 관련한 각종 정보를 얻는 대학생들은 자연스럽게 앱 내 복지스토어에서 각종 물품을 구매하게 된다”라며 “최근엔 광고사업과 비등한 수준으로 매출이 커머스에서도 발생하고 있다”라고 해다.
비누랩스는 에브리타임을 대학생뿐 아니라 취업준비생과 대학 입시생까지 이용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확장하는게 목표다. 취업, 동아리, 공모전, 대외활동 등 대학생 커리어 정보가 공유되는 플랫폼 ‘캠퍼스픽’, 대학생과 예비 대학생인 수험생이 공부법과 입시 스펙 등에 대해 질의응답을 진행하는 입시 정보 플랫폼 ‘대학백과’ 역시 에브리타임 이용자가 사용 가능한 서비스다.
김 대표는 “대학생활 플랫폼 이외 기능도 강화하기 위해 코딩 등 강연을 제공하는 교육 사업도 준비하고 있다”라며 “입시생과 대학생이 서로 질의응답하는 기능은 지금은 무료지만 유료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했다.
김 대표는 “에브리타임이 대학생, 취업준비생, 입시생, 졸업생 모두가 다양한 정보를 얻고, 물건을 구매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슈퍼앱’이 되길 바란다”라며 “앞으로보다 넓은 이용층을 확보해 성장하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