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T '감사 팁' 서비스./카카오T 앱 캡처

카카오T가 택시기사에게 최대 2000원의 팁을 주는 서비스를 도입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대상 택시는 일반 택시가 아닌 블랙, 모범, 벤티, 블루인데, 이미 택시요금을 비싸게 받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에게 팁까지 내도록 하는건 지나치다는 것이다. 특히 팁 제도 대상 택시들은 카카오 가맹택시들인데, 팁 제도라는 유인책을 통해 가맹택시 수를 늘리고 결과적으로 카카오모빌리티의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꼼수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카카오모빌리티에 따르면 카카오T는 지난 19일부터 '감사 팁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 택시를 이용한 뒤 서비스가 마음에 들어 별점 5점을 남기면 이용자가 1000원, 1500원, 2000원의 팁 중에 하나를 골라 지불하는 방식이다. 카카오T는 앱 내 공지사항을 통해 "우리나라에서는 익숙하지 않은 팁이지만 카카오T 택시를 이용하고 기사님에게 특별히 감사를 표하고 싶을 때 이용 요금 외에 별도로 감사 팁을 드릴 수 있다"며 "감사 팁은 승객의 자율적인 선택이다. 강요나 대가성으로 감사 팁을 요구받은 경우 카카오T 고객센터로 제보해달라"고 했다.

팁 도입을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다. 택시기사들이 팁을 받기 위해 안전 운행을 하고 승객에게 친절하게 대해 결과적으로 서비스 만족도를 높이는 선순환 역할을 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문제는 팁 대상 택시요금이 일반 택시요금에 비해 이미 많이 비싸다는 점이다. 예컨대 시내에서 8㎞정도를 이동한다고 할 때 일반 호출이 1만3000원이라면 블루는 1만6000원, 벤티는 2만8000원, 블랙 5만7000원 수준이다. 빠른 배차와 고급 택시를 표방하며 이미 요금을 비싸게 받고 있는데 팁까지 추가로 받는건 지나치다는 것이다.

아이엠(i.M)택시나 타다 등도 팁을 받도록 하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대형 등 일부 차량에서만 소규모로 운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앱 기반 택시 호출 시장 자체를 만든 카카오T가 팁 제도를 도입한 것은 파급력이 다르다"라며 "팁이 택시요금에 더해지면 결국 요금 인상과 마찬가지인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팁 제도를 바라보는 이용자들의 시선도 곱지 않다. 카카오T는 정작 일반 이용자를 대상으로는 제공하는 서비스가 유명무실하다. 예컨대 카카오T는 2021년 12월 고객등급제도를 신설했지만 이에 수반되는 혜택은 아무것도 없다. 지출 금액에 따라 고객 등급을 패밀리, 브론즈, 실버, 골드, VIP 등 5개의 등급으로 나눴으나 VIP 등급을 달성해도 축하 문구 이외에는 별다른 혜택이 없다. VIP등급을 달성하려면 6개월동안 30만원 이상을 사용해야 한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는 팁 제도 도입과 관련, "내릴 때 눈치보이는 것 아니냐" "미국도 팁 문화를 없애려고 하는데 왜 들여오느냐" 등의 반응이 나온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팁에서 카드수수료를 제외한 전액을 기사에게 전달한다고 했지만, 결국 카카오모빌리티의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일반택시는 카카오T 중개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하지만, 가맹택시가 카카오에 내는 수수료는 총 3.3%로 추산된다. 따라서 가맹택시가 많이 배차될수록 카카오모빌리티도 수익을 얻게 된다. 팁 제도를 통해 택시 기사들을 가맹택시로 유입시키겠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 2월 배차 알고리즘을 조작해 가맹택시에 콜을 몰아줬다는 이유로 공정위로부터 과징금 257억원을 받기도 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이에 불복해 공정위에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팁 제도 도입은 지난해 카카오모빌리티와 가맹택시협의회가 상생방안 일환 중 하나로 논의했던 내용 중 하나다. 당시 택시기사들도 "택시요금은 올랐지만 고객 수요가 줄어 수입이 감소한다"며 "서비스 개선을 위한 동기부여가 될 수 있게 선택적으로 팁을 주는 시스템이 생기면 좋겠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감사 팁 제도는 시범 서비스로, 이용자 사용 패턴과 기사 서비스 품질을 검증해 팁 제도를 확대할지 줄일지 여부 등을 다양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