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KBS 본사 앞에 깃발이 휘날리고 있다./뉴스1

지상파 방송의 의무재송신 제도 개선 논의가 다시 불붙을 전망이다. 국민들이 내는 수신료로 콘텐츠를 제작한 공영방송이 콘텐츠를 제공한 대가로 유료방송에 콘텐츠 사용료(재송신료·CPS)를 추가로 받으면서 ‘수신료 중복 징수’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24일 유료방송 업계에 따르면 방송통신위원회 6기 구성을 앞두고 방통위 안팎에서는 지상파 방송의 의무재송신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새로운 방통위 출범을 계기로 지상파 방송과 유료방송의 재송신료 갈등을 해결할 실마리를 찾고, KBS 수신료 분리 징수가 촉발한 시청자의 콘텐츠 사용료 선택권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료방송은 지상파 방송에 콘텐츠를 사용하는 대가인 재송신료를 지급하고 있다. 유료방송 업체가 지상파 방송이 만든 뉴스, 드라마, 예능 등을 제공하는 대가로 수익을 얻는 만큼 1명당 일정 수준의 콘텐츠 사용료(재송신료)를 받는 것이다. 재송신료 지급이 시작된 건 IPTV(인터넷TV)가 확산한 2009년부터다. 3년 단위로 재송신료 인상률을 결정하고 있다.

유료방송 업계는 재송신료 지급은 불가피하지만 불투명한 재송신료 산정 기준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지상파 방송에 대한 시청자들의 선호도는 꾸준히 하락하고 있지만, 지상파 방송에 지급하는 재송신료는 연평균 12.2% 수준으로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KBS 수신료 분리 징수의 불똥이 유료방송 업계로 넘어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런 이유로 유료방송 업계는 KBS 2TV도 의무재송신에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료방송 업체들은 방송법 제78조에 따라 KBS 1TV와 EBS에는 재송신료를 내지 않고 있지만, KBS 2TV에는 재송신료를 내고 있다. 사실상 수신료 중복 징수에 해당하는 것이다.

경기 과천시 중앙동 정부과천청사 내 방송통신위원회./뉴스1

그동안 방통위가 손을 놓고 있었던 건 아니다. 지난 2013년 재송신료 협상이 진통을 겪고 의무재송신 제도 개선에 나섰지만 정치권의 입김에 꼬리를 내려야 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을 앞두고 ‘송출 중단’ 우려가 커지면서 정치권이 직간접적으로 방통위와 유료방송 업계에 압박을 가했다. 이후로도 방통위는 의무재송신 제도 개선을 시도했지만 지상파 방송의 공세에 번번이 실패했다.

이런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가 KBS 수신료 분리 징수를 현실화하면서 KBS 2TV를 의무재송신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공영방송인 KBS는 같은 지상파인 SBS, MBC와 달리 국민들이 내는 수신료로 콘텐츠를 제작해 서비스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소속 여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의무재송신 제도 개선 논의가 시작되고 있다. 여당 과방위 간사인 박성중 의원은 지난 21일 비슷한 내용을 담은 방송법 제64조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지상파가 공공재인 주파수를 무료로 사용하면서도 수신료를 이중으로 징수하고 있다는 것이다. 개정안에는 재송신료에 지상파 콘텐츠 사용료가 포함된 만큼 유료방송 가입자의 공영방송 중복 징수를 감면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됐다.

의무재송신 확대가 공영방송의 기반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수신료 분리 징수와 의무재송신 확대가 동시에 진행될 경우 KBS는 수익성 감소로 공영방송의 역할을 제대로 해 나갈 수 없기 때문이다. 대안으로 거론되는 게 시청자가 원하는 각각의 채널을 선택해 시청료를 지불하는 콘텐츠 과금 체계(알라카르테·A La Carte) 방식이다. 알라카르테는 업체가 제공하는 채널을 수동적으로 시청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소비자가 원하는 채널을 선택해 채널 1개당 일정 금액을 내고 유료방송을 이용하는 방식이다. 평소 선호하는 채널 15개를 고르면 채널 1개당 월 550원씩을 내고 가입하는 식이다.

최성진 서울과기대 IT정책전문대학원 교수는 “KBS 2TV까지 의무재송신에 포함할 경우 공영방송의 존속 여부가 흔들리기 때문에 KBS도 다른 방송과 경쟁해 살아남을 수 있는 알라카르테 방식이 필요하다”라며 “지상파도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어 경쟁하고 소비자는 선택권을 확대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