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G(6세대 이동통신) 주파수 논의가 가속화되고 있다. 미국은 어퍼미드밴드로 불리는 7~24㎓ 대역을, 중국은 그보다 낮은 6㎓ 대역을 각각 후보로 제시했다. 아직 구체적인 후보 대역을 제시하지 않은 한국은 6G 표준화 일정을 고려해 국가별 동향을 더 지켜본다는 방침이다. 6G는 2025년쯤 표준화 논의를 시작하고 2029년쯤 상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각국이 내놓은 후보 대역을 들여다 보면 어딘가 허전하다. 5G의 최대 속도(초당 20기가비트·Gbps)보다 50배 빠르다는 테라헤르츠(㎔) 대역이 빠졌다. 당초 6G에서는 100㎓를 넘어서는 이 대역이 쓰일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는데, 어떻게 된 걸까.
21일 업계에 따르면 24㎓ 이상 밀리미터웨이브 대역 주파수 확산 속도가 둔화하면서 비교적 넓은 커버리지(도달 범위)를 제공하는 어퍼미드밴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고대역 주파수는 용량이 큰 만큼 커버리지가 좁고 건물 등의 벽을 통과하는 데에도 어려움이 많기 때문이다. 미국 컨설팅 회사 키어니에 따르면 밀리미터웨이브 대역 주파수를 채택한 국가는 지난해 11개국에서 올해 14개국으로 늘어나는 데 그쳤다.
전문가들은 테라헤르츠 대역 주파수 발굴이 궁극적으로 나아가야 할 목표라고 입을 모은다. 이 대역 주파수는 응용할 수 있는 분야가 많아 경제적 가치가 크기 때문이다. 테라헤르츠 대역 주파수는 네트워크 반응 속도 격인 지연시간이 0.1ms(0.0001초)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지연시간이 거의 없는 만큼 실시간 정밀한 제어가 가능해 혼합현실(MR), 원격의료, 도심항공교통(UAM) 등 미래 기술에 접목할 수 있는 것이다.
학계도 이에 공감하며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카이스트 김승우 기계공학과 교수, 김영진 기계공학과 교수 공동연구팀은 최근 펨토초 레이저 광빗으로부터 두 개의 레이저를 추출·합성해 테라헤르츠파를 생성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펨토초 레이저 광빗은 시간과 주파수 표준으로 활용할 수 있는 광대역 레이저다. 이렇게 생성된 테라헤르츠파는 전대역에서 시간 표준 수준인 1000조분의 일의 안정도를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이는 세계 최고 수준의 광시계 안정도를 테라헤르츠 영역으로 확장할 수 있음을 실험적으로 검증한 것”이라며 “이 기술은 차세대 6G 통신 대역에서 초고속 통신을 실현하고, 6G 통신 기기 간 주파수 표준으로 이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 테라헤르츠파 생성 방식은 광시계에 비해 수천 배 이상 안정도가 낮은 마이크로파 원자시계를 기반으로 한다.
28㎓ 대역 주파수 할당이 취소된 통신 3사도 테라헤르츠 대역 주파수 관련 기술 개발이 한창이다. ‘재구성 가능한 지능형 표면(RIS)’이 한 예다. RIS는 테라헤르츠와 같은 고대역 주파수를 반사시켜 장애물을 통과하게 해주거나, 투과시켜 실내에 들어올 수 있도록 돕는 기술이다. SK텔레콤은 동우화인캠, KT는 서울대 오정석 경영대 교수 연구팀, LG유플러스는 포스텍·키사이트코리아와 각각 손잡고 RIS 기술을 개발했다.
통신사 관계자는 “현 시점에서 상용화가 불가능하다는 판단 아래 28㎓ 대역 주파수는 포기했지만, 글로벌 시장 경쟁력 제고를 위해 테라헤르츠 등 고대역 주파수 활용을 위한 기술 개발은 지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28㎓ 등 밀리미터웨이브 대역 주파수의 시장 안착과 테라헤르츠 대역 주파수 발굴을 병행 추진하는 안을 검토 중이다. 미국과 중국이 각각 제시한 대역 주파수 확보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이다. 미국이 특히 주목하는 12㎓ 대역은 위성통신 용도로 사용 중인 대역과 근접해 있고, 6㎓ 대역 주파수는 무선랜(LAN)으로 쓰고 있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기존 서비스에 배치한 주파수를 회수해 재배치하기란 쉽지 않다”며 “정부와 서비스 업체가 부담해야 할 이전 비용 규모도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수출이 주력인 우리나라 특성상 외국의 상황을 반드시 참고해야 하기 때문에 미국과 중국이 8~9월 중 세부안을 발표하면 이를 보고 후보 대역을 전략적으로 설정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