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드류 응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가 20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문화관 대강당에서 열린 ‘초거대 AI모델 플랫폼 최적화 센터 개소식’에서 강연하고 있다./변지희 기자

“인공지능(AI)이 인류를 멸망시킬 것이라는 예측은 과장된 것입니다. AI는 점진적으로 발전합니다. 어느 날 갑자기 AI가 사람 지능을 뛰어넘어 세계를 장악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따라서 AI가 제대로 관리되는지 확인할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도 충분합니다. 모두를 위한 AI를 개발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앤드류 응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는 20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문화관 대강당에서 열린 ‘초거대 AI모델 플랫폼 최적화 센터 개소식’ 초청 연사로 나와 ‘차세대 인공지능을 향한 대도약’을 주제로 강연하며 이같이 말했다. 영국 국적의 응 교수는 제프리 힌튼 토론토대 교수, 얀 르쿤 뉴욕대 교수, 요슈아 벤지오 몬트리올대 교수 등과 함께 AI 분야 세계 4대 석학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구글의 AI 연구 조직인 구글브레인의 창립 멤버이자 세계 최대 온라인 공개수업(MOOC) 플랫폼 코세라(Coursera)를 공동 설립했다. 2017년에는 AI 스타트업 ‘랜딩AI’ 창업했다.

그는 이날 강연에서 “AI는 팬데믹, 기후변화 등과 같은 문제의 해결책이 될 것”이라며 “인류가 (팬데믹과 기후변화 등으로부터) 살아남고 번영하기를 원한다면 AI의 발전 속도를 늦추는 방법을 생각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AI가 가능한 한 빨리 발전하도록 만들어야 한다”며 “AI는 전기처럼 많은 곳에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최근에는 AI로 인한 해로움을 줄이는 데에 관심이 집중돼있는데 AI가 주는 혜택에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3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워즈니악 애플 공동 창업자 등 기업가들과 전문가 등 1000여명은 AI가 초래할 위험성을 지적하며 개발을 6개월간 한시적으로 중단하라는 서명 운동을 벌였다. AI 개발이 안전성을 갖추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당시 응 교수는 서명 운동에 대해 “새로운 형태의 반계몽주의 아니냐”며 “왜 지식과 과학의 진보 속도를 낮춰야 하느냐.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접하는 제품을 규제하는 것에는 찬성하지만 연구 자체를 규제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했다.

그는 이날 강연에서 이 같은 입장을 반복했다. 응 교수는 “범용 인공지능(AGI·특정 문제뿐 아니라 주어진 모든 상황에서 생각과 학습을 하고 창작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인공지능)이 등장하려면 수십년이 걸릴 것”이라며 “생성형 AI(Generative AI)는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아직은 작은 시장이다. 챗GPT에는 강화학습(Reinforcement learning·AI가 반복 학습을 통해 스스로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적용됐는데 데이터가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크게 성장하기 힘들 것”이라고 했다.

그는 “현재 AI는 편견, 공정성, 정확성에 있어 부족한 점이 있지만 꽤 빠른 속도로 덜 편향되고, 더 공정해지고, 더 정확해지고 있다”며 “앞으로도 이같은 부분에 대해 계속해서 노력해야 하겠지만 인공지능이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가장 큰 위험이라고 본다”고 했다. 다만 “AI는 사람들의 일자리를 위협할 수 있다”며 “일자리가 없어진 사람들을 어떻게 돌볼 것인지 사회가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앤드류 응 미국 스탠포드대학교 교수가 20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문화관 대강당에서 열린 ‘초거대 AI모델 플랫폼 최적화 센터 개소식’에서 강연하고 있다./변지희 기자

응 교수는 생성형 AI가 단기적인 유행에 그치지 않도록 활용 사례를 발굴해 장기적인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내놨을 때 에어비앤비, 틴더, 우버 등 장기적인 가치를 창출하는 사업들이 나왔다”며 “AI의 등장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기술의 물결을 통해 모두에게 가치 있고 어려운 사업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응 교수는 이날 오전 서울대 강연에 이어 오후에는 네이버, 카카오, KB국민은행을 방문했다. 응 교수는 카카오 판교 아지트에서 카카오 임직원과 만나 ‘AI의 미래와 방향성’을 주제로 AI 관련 좌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응 교수는 지금이 AI 시장의 기회라는 개인적인 의견을 밝히며 “기술은 모두에게 유용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카카오 임직원과의 질의응답 시간에는 발전적인 AI 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방법론에 대한 의견이 오갔다. AI의 부정적 활용 가능성과 우려에 대한 질문에 응 교수는 “AI는 앞으로 큰 변곡점을 수차례 마주하며 발전하고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 했다. 그는 “한국은 AI 시장에 두각을 나타내고 있으며 학계와 산업계에 걸쳐 AI 전문성이 돋보인다”고도 했다.

응 교수는 좌담회를 진행하기에 앞서 홍은택 카카오 대표, 신민균 카카오 전략기획그룹장, 김병학 카카오브레인 각자대표,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대표 등과 별도의 미팅을 갖기도 했다.

오는 21일에는 KBS별관 공개홀에서 오후 8시에 대중 강연을 한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AI 연구자 및 개발자, 스타트업 종사자 등 500여명이 참석하며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유튜브 채널로 생중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