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내년 출시 예정인 갤럭시S24 시리즈에 위성통신 기능을 탑재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6G(6세대 이동통신) 시대 핵심 인프라로 위성망이 주목받는 가운데 경쟁사들이 관련 서비스 도입에 앞서가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국내 판매용 제품에 해당 기능을 탑재할 가능성은 낮다. 우리나라는 통신 음영지역이 거의 없어 실효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에 위성통신 기능을 탑재하기 위한 기술을 이미 확보한 상태다. 이동통신 표준화 기술협력기구(3GPP)의 최신 표준(릴리즈-17)에 맞춰 개발한 ‘비지상 네트워크(NTN)’ 기술이 대표적이다. NTN은 지상 기지국이 아닌 위성과 직접 통신하는 기술로, 상용화되면 기지국과 멀리 떨어져 있는 곳에서도 사진·영상 등 대용량 데이터의 양방향 송수신이 가능해진다. 삼성전자는 이 기술을 5G(5세대 이동통신)용 엑시노스 5300 모뎀에 적용해 검증을 완료했다.
퀄컴도 올해 초 위성 기반 양방향 메시지 송수신 솔루션 ‘스냅드래곤 새틀라이트’를 선보였다. 이 솔루션은 스냅드래곤8 2세대 칩셋과 스냅드래곤 X75 5G 모뎀을 탑재한 스마트폰에서 작동한다. 이에 당초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연내 출시를 준비 중인 갤럭시Z 플립5·폴드5에 위성통신 기능을 탑재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갤럭시Z 시리즈 경량화를 최우선 과제로 꼽으면서 지금은 갤럭시S24 시리즈 탑재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24 시리즈에 퀄컴의 차기작인 스냅드래곤8 3세대 칩셋을 엑시노스 2400(가칭) 칩셋과 병행 탑재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경쟁사 대비 진화된 형태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위성통신 기능 탑재를 서두르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노태문 MX사업부장(사장)은 올해 2월 갤럭시S23 시리즈 공개 후 기자들과 만나 “현재 스마트폰 위성통신은 긴급구조 기능 위주로 적용되고 있는데 실제 소비자들이 가치를 느낄 수 있는지 고민하고 연구하고 있다”며 “이 부분이 준비가 되면 제품에 적용하고 확대해나갈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스마트폰 제조사 중 위성통신 기능을 가장 먼저 상용화한 건 화웨이다. 화웨이는 지난해 9월 메이트50 시리즈를 공개하며 오지·험지 조난 시 중국 위성항법시스템(GPS) 베이더우와 연결해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기능을 더했다고 밝혔다. 같은 달 애플은 미국 위성통신 기업 글로벌스타와 손잡고 아이폰14 시리즈에 ‘긴급 SOS’ 기능을 적용했다고 발표했다.
노 사장의 지적대로 두 회사의 위성통신 기능은 위험 상황에만 쓸 수 있다. 기술적 한계도 명확하다. 아이폰14에서 SOS 메시지를 보내려면 미리 쓰여진 문구 중 하나를 골라야 한다. 위성과 데이터 송수신 시간이 오래 걸리는 점을 고려해 애플이 마련한 장치다. 애플은 나뭇잎이나 기타 장애물이 있는 경우 메시지 전송에 1번 이상 소요되거나 실패할 수 있으며, 위도 62° 이상에서는 위성 연결이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스마트폰 위성통신 서비스가 대중화되기까지는 제조사가 선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며 “삼성전자도 몇년 전부터 관련 연구를 진행해왔으나 전력 소모, 발열 등을 최소화하는 데 부침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고 말했다.
여러 난제에도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위성통신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는 건 6G 때문이다. 통신 분야 국제표준을 제정하는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은 6G가 위성망과 지상망을 혼합한 형태로 구현될 것으로 보고 있다. 6G용 위성망 구축에 쓰일 위성으로는 저궤도 위성이 각광받고 있다. 저궤도 위성은 기존 정지궤도 위성보다 낮은 궤도(고도 300~1500㎞)에 위치해 6G가 요구하는 초고속·초저지연 통신 지원이 가능하다.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가 2010년 발사체 재사용에 성공하며 비용 장벽도 낮아졌다.
KB증권은 “5G 이후의 통신 시장은 초공간, 초고속, 초연결 서비스로 패러다임의 변화가 예상된다”며 “시공간의 한계를 극복하고, 초저지연 기반의 공간 통합 기술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저궤도 위성통신 서비스의 활용도가 높아질 것이다. 이는 결국 스마트폰 등 IT 시장에 변화의 판도를 가져올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