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산은 내부 굴곡과 전파를 방해하는 광물 때문에 통신 연결이 어렵다. 상동광산은 KT의 기업 전용 LTE(4세대 이동통신)를 구축해 16km 길이 전 구간에서 작업자의 현재 위치와 심박수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11일 오전 강원도 영월군 상동읍 상동광산 내 관제센터. 강동훈 알몬티 광산운영기획 이사는 실시간으로 모니터에 나오는 광산 내 작업자 5명의 위치와 심박수 등을 설명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강 이사는 “KT가 아시아 지역 최초로 광산 내 디지털전환(DX)을 완성해 가능한 일이다”라고 설명했다.
상동광산은 세계 최대 규모의 텅스텐 광산이다. 텅스텐은 ‘멸종 위기 중요 원자재’로 분류돼 국가 전략물로 지정된 광물이다. 녹는점이 2770°C에 달해 우주선, 로켓, 미사일 등에 사용된다. 자율주행차, 반도체에도 필수적으로 들어간다. 광산은 낙후 산업인 1차 산업에 속하지만 광산에서 나오는 텅스텐이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등 4차 산업에 필수적으로 필요하다.
상동광산은 1916년 채광을 시작했다가 1993년 폐광했다. 광산 산업이 사양세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채광을 다시 시작한 건 2015년 캐나다 광산업체 알몬티 인더스트리가 인수하면서다. 알몬티는 알몬티대한중석을 통해 상동광산에서 텅스텐을 채광하고 있다.
알몬티는 세계 최고 수준의 품질과 매장량을 가진 상동광산을 핵심 사업장으로 육성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강 이사는 “텅스텐은 국가 전략물로 지정된 광물이지만 중국 의존도가 95%에 달해 내재화가 꼭 필요하다”라며 “상동광산은 광산 개발 등을 위해 1500억이 넘는 비용을 투자했으며, 이로 인해 5330억원의 경제 효과, 1200명이 넘는 고용 효과를 유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고 했다.
KT는 알몬티와 협력해 광산 내부 통신 인프라를 구축하고 통신 기반 ‘광산안전DX’솔루션을 공동으로 개발했다. 광산은 내부 굴곡이 심하고 전파 송수신을 방해하는 지형지물이 많아 통신 장비를 적절히 배치하기가 어렵다. 특히 지속적인 채굴로 갱도 구조와 작업장 위치가 변한다. 통신은 광업에 꼭 필요하다. 통신 환경을 구축해야 작업자 안전을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3월 ‘광산안전 종합대책’을 통해 2027년까지 광산 내 장거리 광역통신장비 보급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것도 광산 내 노동자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다.
KT는 광산안전DX솔루션이 광산 내 안전사고를 예방하고 유사시 인명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명주 KT 강북강원광역본부 강원법인고객담당 팀장은 “광산안전DX 솔루션은 스마트기기, 출입·위치 관리, AI 기반 광산안전시스템, 작업장 환경 모니터링 등으로 구성된다”라고 했다.
KT가 상동광산에 구축한 통신 인프라는 LTE 기반이다. 기존 광산 통신은 와이파이와 무전이 주로 활용됐다. LTE는 와이파이·무전 대비 통신 활용 영역(커버리지)이 넓고 동시 접속량이 우월하다. KT가 상동광산에 구축한 인프라는 10억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KT는 습도가 높고 온도차가 큰 광산에서도 원활한 통신이 가능하도록 ‘누설동축케이블’을 활용했다. 정 팀장은 “누설동축케이블은 전송 중인 신호를 외부로 방사할 수 있는 기능을 갖고 있어 일종의 안테나 역할을 한다”라며 “발파 작업 등 구축 중인 갱도에는 누설동축케이블 대신 별도 안테나를 임시로 설치해 통신을 지원한다”라고 했다. KT는 손실된 전파를 증폭해 통신 품질을 높이기 위해 300m 구간마다 광산 전용 라인앰프도 설치했다.
스마트기기는 작업자의 안전을 지켜준다. 스마트기기는 스마트밴드, 안전모에 장착하는 스마트태그, 스마트폰으로 구성된다. 스마트밴드는 작업자의 위치와 심박수 등 생체 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해 전달한다. 작업자가 장시간 움직이지 않거나 심박수가 일정하지 않으면 관제센터 근무자에게 자동으로 알림이 간다. 작업자는 안전모에 부착한 태그를 통해 긴급 신호를 보낼 수 있다. 실제 광산 내부에서 스마트폰 등은 터지지 않았지만 작업자가 스마트태그 버튼을 누르자 실시간으로 관제센터와 현장소장에게 긴급 신호 알람이 갔다.
광산안전DX솔루션은 출입·위치 관리로도 활용 가능하다. 작업자와 차량 입·출입을 확인해 위치별 작업 확인, 위험 지역 진입 여부, 차량 접근 알림 등을 보낼 수 있다. KT는 광산 내부에 정밀한 측위 정보를 확보하기 위해 저전력 블루투스 ‘비콘’도 12m 단위로 설치했다. 또 산화질소, 이산화질소, 일산화탄소, 이산화황 등 공기 중 농도를 측정할 수 있는 휴대용 가스 측정기를 연동해 위험 여부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게 했다.
유창규 KT 강북강원법인고객본부장(상무)은 “광산안전DX 솔루션 구축 사업은 KT의 탄탄한 기술력과 인프라를 통해 광산에서도 원활한 통신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한 예시다”라며 “앞으로도 광산 안전과 산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알몬티와 다양한 협력을 이어가겠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