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통신 3사가 반납한 28㎓(기가헤르츠) 대역의 새주인 찾기에 본격 나섰다. 정부는 5G(5세대 이동통신) 28㎓ 대역 신규 사업자에 800㎒를 할당하며 최저경쟁가격을 전국 단위 할당 기준 740억원으로 책정했다. 망 구축 의무는 6000대다. 2018년 5G 주파수 할당 당시 2072억원의 최저경쟁가격과 사업자당 1만5000대의 망 구축 의무가 부과된 것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안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1일 ‘5G 28㎓ 신규사업자 주파수 할당계획’ 공개 토론회를 열고 이 같은 세부 계획을 밝혔다. 최우혁 과기정통부 전파정책국장은 “이달 중 공고를 내고 4분기 할당 신청을 접수받는다”라고 말했다.
주파수는 데이터가 지나가는 고속도로 역할을 한다. 28㎓ 주파수는 기존 LTE(4세대 이동통신) 대비 20배 빠른 속도로 5G 서비스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주파수다. 2018년 정부는 5G 상용화를 추진하며 3.5㎓와 28㎓ 주파수에 대한 경매를 진행했다. 그 결과 이동통신 3사는 총 2조9960억원에 3.5㎓를, 6223억원에 28㎓를 확보했다. 28㎓는 각사별로 각각 2072~2078억원의 할당대가를 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KT와 LG유플러스에 이어 올해 5월 SK텔레콤도 28㎓ 주파수 대역을 빼앗겼다. 통신3사가 수익성과 수요 부족 등을 주장하며 정부가 제시한 의무 기지국 구축수 1만50000대의 10% 수준만 이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신규사업자를 발굴해 5G 생태계를 활성화시키겠다는 방침이다. 이번에 공모하는 28㎓ 주파수는 KT가 반납한 것이다. 이번 공모에 “28㎓ 대역 주파수를 할당 받은 적이 있는 자”는 응모자격에서 제외된만큼 통신3사는 참여할 수 없다. 다만,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반납한 28㎓ 주파수 대역을 공모할 때는 자격요건이 바뀔 수 있다.
세부안을 살펴보면 정부는 28㎓ 대역에 앵커주파수 700㎒를 더한 1안과 28㎓ 대역에 앵커주파수 1.8㎓ 대역을 더하는 2안을 내놨다. 현재 28㎓ 단독으로는 무선망에 접속해 데이터를 전송할 수 없다. 하준홍 과기정통부 주파수정책과장은 3.7㎓ 등 중저대역 주파수 추가 공급에 대해서는 “5G 생태계를 살리겠다는 게 정부 방침으로 중저대역 주파수는 시장 상황을 봐가며 추후에 공급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신규사업자가 전국 단위 또는 권역 단위로 할당 신청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권역 단위 할당 신청의 경우 복수 권역을 선택할 수도 있다. 권역 단위 할당 대가는 전국 대비 2~45% 수준이다. 의무구축 수도 권역별로 148~2726대로 상이하다. 주파수 할당 방법은 전국을 대상으로 복수신청이 들어오면 경매로 진행하고, 경쟁 수요가 없으면 심사를 거치는 주파수 할당 방법을 적용한다. 권역별로 주파수 할당을 신청할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신규사업자의 초기 납부 부담도 줄였다. 1차 납부금을 할당 대가의 10% 수준으로 낮췄다. 이후 할당대가를 2차에서 15%, 3차에서 20%, 4차에서 25%, 5차에서 30% 내도록 했다.
주파수를 할당받은 사업자는 할당을 받은 날로부터 1년 이내 사업을 개시해야 한다. 1년 이내 사업을 개시하지 못하면 기간통신사업 등록이 취소되며 할당 대가는 반환하지 않는다.
이날 토론에서는 신규 사업자가 가격으로 기존 통신 3사와 경쟁하기보다는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선보여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김범준 가톨릭대 교수는 “신규 사업자는 가격 경쟁보다는 기존 사업자 대비 새로운 원가 구조를 선보여야 한다”며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혁신할 수 있는 벤처정신이 있는 사업자가 들어오도록 해야 한다”라고 했다. 그는 “능력 없는 신규 사업자가 들어오면 정부에 지원만 요청하며 난처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김동구 연세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밀리미터 대역은 초광대역으로 기술 혁신의 가능성이 커 국내 생태계 확보, 비즈니스 개발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소비자 후생과 최저경쟁 가격을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28㎓ 주파수 대역은 B2B(기업간거래) 영역에서 효과가 있는데, 그 범위가 넓지 않다면 일반 소비자가 느끼는 후생이 과연 기대만큼 늘어날 것인지 고민해봐야 한다”라고 했다. 이어 “신규 사업자의 재무 그리고 투자능력이 품질 경쟁에서 문제가 없을지, 또 신규 사업자가 주파수 할당에 대한 기회비용을 고민했을 때 최저경쟁 가격이 합당한 것인가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 한다”라고 했다.
하지만, 통신 시장이 포화된 상황에서 정부의 파격적인 안에도 신규 사업자가 등장하기 쉽지 않다는 의견이 나온다. 김범준 교수는 “이동통신 3사가 총 6000억 넘는 돈을 들여 28㎓ 대역 주파수를 할당받아 놓고도 투자를 소홀히 한 것은 그만큼 눈에 보이는 먹거리를 찾기 어려웠기 때문”이라며 “이동통신 성장이 정체된 상황에서 기존 가입자를 놓고 경쟁하는 걸로는 투자 유인이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여기다 당장 28㎓ 대역 주파수를 할당받더라도 제4이동통신사로 거듭나기위해 중대역 주파수를 추가로 받아가면 결국 수년간 조단위의 투자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제4 이통사업자 출범 가능성이 높지 않다”며 “매년 최소 1조원 이상의 투자 금액이 만만치 않고, 7800만명의 포화된 시장에서 가입자를 빼앗아 오기도 어려워 이를 기반으로 현금흐름이 플러스(+) 전환되기까지 10년 이상 소요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