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가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에 인공지능(AI)용 그래픽처리장치(GPU) 위탁생산 물량 일부를 의뢰하기 위해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선단 공정인 3나노를 기반으로 한 시제품 성능 검증을 비롯해 2.5D 패키징 등 후공정 기술이 엔비디아가 원하는 수준에 부합할 경우 일부 물량을 수주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3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최근 삼성전자와 최선단 공정 기반의 AI GPU 칩 생산 의뢰를 검토 중이며, 성능 검증을 위한 논의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대형 수주건이 이뤄질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기존 위탁 생산사인 대만 TSMC만으로는 충분한 물량을 뽑아내기 어려운 엔비디아가 삼성전자를 제2의 파트너로 삼을 가능성도 대두된다.
◇ 챗GPT와 함께 폭증하는 AI 칩 수요
챗GPT와 같은 초거대 AI 모델 구현에 필수재인 GPU 시장은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AI용 GPU 시장에서 주요 기업으로는 엔비디아와 AMD 등이 포진하고 있으며 챗GPT와 같은 LLM(거대언어모델·Large Language Model)을 구동시킬 수 있는 AI GPU 설계의 경우 엔비디아의 점유율이 90%를 상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2021년 GPU 시장은 197억1166만달러에서 2028년 334억6393만달러로 연평균 7.85% 성장할 것으로 관측됐다. AI에 특화한 데이터센터 설립을 서두르는 IT 기업들은 엔비디아로부터 GPU 물량을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선 상황이다.
반면 엔비디아는 시장에 충분한 물량을 공급하지 못하고 있다. 최신 공정인 3나노 공정의 수율이 아직 무르익지 않은 상황에서 수요는 폭증하고 있어 AI용 GPU가 벌써부터 병목현상을 빚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엔비디아는 TSMC뿐만 아니라 삼성전자와도 협력해 공급 부족 리스크를 완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과거에도 엔비디아의 주력 GPU 물량을 수주한 이력이 있다. 지난 2020년 8나노 공정을 바탕으로 GPU ‘지포스 RTX 30′ 시리즈를 생산한 바 있으며, 그 이전에는 14나노 핀펫 공정으로 모바일용 GPU 위탁생산을 따내기도 했다. 당시에도 엔비디아는 TSMC와 삼성전자 양쪽에서 GPU를 위탁생산해 공급 부족 문제를 해결한 바 있다.
◇ 2.5D 패키징 기술 완성도 높여야 수주 가능
관건은 삼성전자가 첨단 패키징 분야에서 기술적 완성도를 더 끌어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패키징은 전(前)공정을 거쳐 생산된 칩을 기기에 장착 가능한 상태로 가공하는 것이다. 최근 전공정에서 칩 미세화의 어려움이 커지면서 반도체 기업들은 후공정에 속하는 패키징 기술을 통해 칩 성능을 높이고 있다.
이 가운데 TSMC가 독보적인 기술력을 자랑하는 2.5D 패키징이란 기존에 중앙처리장치(CPU), GPU 등 로직 반도체와 메모리 반도체가 각각의 패키지로 나뉘어있던 것과 달리 하나의 패키지 안에 집어 넣어 연산 성능을 대폭 끌어올린 기술을 말한다. 패키지 간 데이터 이동이 불필요해지면서 하나의 칩으로 더 강력한 성능을 발휘하는 것이다.
패키징 기술 고도화를 위해 삼성전자도 더 강력한 파트너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지난달 27일 열린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23′에서 삼성전자는 첨단 패키지 협의체 ‘MDI(Multi Die Integration) Alliance)’ 출범을 선언하며 2.5D, 3D 패키지 기술 생태계 구축에 적극적으로 투자한다는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