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지난달 5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애플파크에서 열린 2023 애플 세계 개발자 회의(WWDC)에서 신제품인 MR 헤드셋 '비전 프로' 옆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세계에서 가장 비싼 기업 애플이 종가 기준으로 사상 처음 시가총액 3조 달러(3957조원)를 돌파했다. 1976년 스티브 잡스와 스티브 워즈니악 등이 애플을 창립한 지 47년 만이다.

애플은 올해 상반기 마지막 거래일인 30일(현지시각) 뉴욕 증시에서 전날보다 2.31% 오른 193.97달러(25만5500원)에 마감했다. ‘3조 달러 클럽’의 기준선인 주당 190.73달러를 넘어서며 3510억 달러(4019조원)를 기록했다. 애플은 장중 3조 달러를 세 차례 넘어선 적이 있지만, 종가 기준으로 3조 달러를 돌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 세계 기업 중 최초로 3조 달러 클럽에 입성한 애플은 시총 2위 마이크로소프트(2조5320억 달러·3335조원)와 20% 차이를 벌렸다. 3조 달러 시장가치는 전 세계 국가별 국내총생산(GDP) 순위로 따졌을 때 세계 7위에 해당하는 규모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집계한 2021년 국가별 GDP 순위에서 6위 영국은 3조1589억 달러, 7위 프랑스는 2조9234억 달러다. 우리나라 GDP(1조7219억 달러)의 1.7배다. AP 통신은 미국 부동산 업체 질로우 집계 기준으로 “미국에서 900만 채의 집을 살 수 있는 규모”라고 설명했다.

월가의 성장세는 빠르다. 2018년 시총 1조 달러에 도달하기까지 42년이 걸렸지만, 약 2년 뒤인 2020년 8월 시총 2조 달러를 넘어섰다. 이후 약 2년 10개월 만에 3조 달러 기업으로 성장했다. 애플은 작년 4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약 4년 만에 감소하는 등 성장세가 주춤하면서 월가에선 올해 주가 상승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우세했다. 그러나 아이폰 생산에서 차질을 빚었던 중국 공급망 문제가 해소된 데다 고가 프리미엄 아이폰 판매가 호조를 보이면서 상승세가 이어졌다. 지난달 초 야심차게 공개한 가상현실 기기 ‘비전 프로’가 당초 우려와 달리 아이폰을 이을 차세대 기기로 주목받으면서 애플의 시장 가치가 높아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애플의 성장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씨티은행은 지난달 29일 애플에 대한 투자 의견을 ‘매수’로, 목표 주가를 240달러(31만6000원)로 제시했다. 20% 이상 추가 여력이 있다는 의미다. 앞서 미국 웨드부시 증권사도 목표 주가를 220달러(29만원)로 제시했다. 대니얼 아이브스 웨드부시 애널리스트는 월가 회의론자들이 애플에 대해 성장 스토리가 깨졌다고 말했지만 (애플은) 지난 18개월 동안 중국 공급망 문제와 경기 둔화라는 도전을 헤쳐 나가며 성장의 르네상스로 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2년 이내에 애플 시가총액이 4조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