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연합뉴스 제공

한 국제 해킹 조직이 세계 1위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기업인 대만 TSMC를 해킹해 데이터를 탈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해당 데이터를 외부에 공개하겠다며 TSMC에 7000만 달러(약 923억원)를 요구하고 있다.

1일 CNN 등 외신에 따르면, TSMC는 자사 장비 공급업체 중 한 곳이 해킹을 당해 데이터가 유출된 것을 확인했다고 지난달 30일 밝혔다. 다만 이번 해킹 사건이 TSMC의 사업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고객 데이터 유출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TSMC는 세계 반도체 파운드리 시장의 60%를 점유한 독보적인 기술 기업이다. 애플을 비롯해 세계 유수의 테크 기업들을 고객으로 두고 있는 만큼 재빨리 진화에 나선 것이다.

이번 사건은 랜섬웨어 해킹조직인 ‘락빗(Lockbit)’이 지난달 29일 TSMC를 해킹 성공 명단에 등록하면서 알려졌다. 이들은 오는 8월 6일을 ‘데드라인(마감일)’으로 설정하고 데이터 유출을 막고 싶으면 7000만 달러를 보내라고 요구했다. 랜섬웨어는 시스템이나 데이터를 암호화해 사용할 수 없도록 한 뒤 금전을 요구하는 악성 프로그램을 말한다.

TSMC는 해커들이 TSMC의 장비 협력사인 대만 킨맥스(Kinmax)의 내부 테스트 환경에 접속해 데이터를 빼갔다고 보고 있다. 유출된 자료는 주로 서비 초기 설정·구성 관련 기본자료들로, 킨맥스가 고객사에 시스템 설치를 위해 활용하는 프로그램들인 것으로 추정된다.

킨맥스사는 “해당 자료에 TSMC를 비롯한 고객사 이름이 언급될 수 있다”며 사과한 상태다. TSMC는 “사건 이후, TSMC는 회사의 보안 절차에 따라 킨맥스와의 데이터 교환을 즉시 종료했다”고 밝혔다.

락빗은 지난해 세계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한 랜섬웨어 해커 조직이다. 지난 3월 한국 국세청을 해킹했다고 주장하며 자료를 공개하겠다고 했지만, 실제로 자료 공개는 이뤄지지 않았다. 다만 영국 최대 우편서비스 회사인 로열메일은 지난 1월 락빗의 공격을 받아 6주간 국제 소포 발송이 일부 중단되는 피해를 입었다. 락빗은 탈취한 파일을 암호화해 접근이 불가능하도록 만들거나, 온라인에 공개하겠다고 위협하며 거액을 요구하는 수법을 쓴다.

보안기업 애널리스트1의 존 디마지오는 “TSMC가 몸값 협상을 거부할 경우, 해커들이 훔친 데이터를 공개하거나 판매할 가능성이 있다”고 CNN에 말했다. TSMC가 해커에게 돈을 지불할지 여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