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인공지능(AI) 경쟁력이 전 세계 국가 중 최상위권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최근 챗GPT의 등장으로 ‘생성형 AI’가 AI 경쟁력의 중요 척도로 자리잡은 가운데, 한국은 일본은 물론 이스라엘, 독일 등 전통의 과학기술 강국들을 제쳤다.

영국 데이터 분석업체 토터스인텔리전스가 지난 28일(현지시각) 공개한 ‘제4차 글로벌 AI 지수’(The Global AI Index)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주요 62개국 중 한국의 종합 AI 경쟁력은 6위를 기록했다.

한국보다 앞선 국가는 미국, 중국, 싱가포르, 영국, 캐나다 순이다. 한국에 이어 톱10 국가는 이스라엘, 독일, 스위스, 핀란드가 형성했다. 일본은 네덜란드에 이어 12위를 기록했다. 프랑스와 인도는 각각 13위와 14위를 차지했다.

그래픽=손민균

글로벌 AI 지수는 지난 2020년 처음 발표, 세계경제포럼(WEF) 등에서 소개되며 공신력을 인정받고 있다.

이 지수는 ▲인재(Talent) ▲인프라(Infrastructure) ▲운영환경(Operating Environment) ▲연구(Research) ▲개발(Development) ▲정부정책(Government Strategy) ▲상업화(Commercial) ▲규모(Scale) ▲강도(Intensity) 등을 세부적으로 나눠 평가하고 종합 순위를 매긴다. 올해 순위에서는 생성형AI 개발 기술력 및 잠재력에 대한 평가도 처음 반영됐다.

미국과 중국은 올해 조사는 물론 매년 각각 1위, 2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미국은 글로벌 AI 지수 점수(100점 만점)에서 유일하게 100점을 받았다. 미국, 중국과 함께 항상 최상위권에 위치한 영국은 AI 산업 투자액과 규제 등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영국이 최근 10년간 기업들로부터 유치한 AI 관련 투자액만 129억달러(약 17조원)로 미국과 중국 다음으로 많았다. 이는 프랑스의 2배에 해당하는 수치다. 런던에는 구글의 AI 전략을 주도하는 딥마인드 본사가 있고, 오픈AI도 런던에 첫 해외사무소를 설립하기로 했다.

한국은 2020년 8위, 2021~2022년 7위에서 올해 6위까지 상승했다. 특히 개발 부문에서는 미국과 중국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개발 부문은 AI 개발을 위한 플랫폼 경쟁력과 알고리즘 설계 기술력 등을 평가한다.

한국은 네이버, 카카오 등 빅테크 기업과 함께 삼성전자, LG전자, SK텔레콤, KT 등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생성형 AI 시장에 뛰어들고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29일에는 네이버클라우드와 LG AI연구원을 중심으로 국내 대·중소 105개 기업이 회원사로 참여하는 초거대AI추진협의회도 발족했다.

지난 29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1784에서 열린 '초거대AI추진협의회 발족식'에서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등 참석자들이 테이프 커팅을 하고 있다./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한국은 정부정책 부문에서도 6위를 기록했다. 정부는 생성형 AI 등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올해 관련 정책 과제에만 3901억원을 투입하고, 민간의 AI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책 150만권 분량의 텍스트 데이터를 구축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올해 초 정부·공공기관에 ‘생성형 AI를 도입해 업무에 활용하라’고 지시, 현재 행정안전부는 관련 가이드라인을 개발 중이다. 반면 한국은 인재 부문과 상업화 부문에선 각각 12위, 18위로 비교적 낮은 순위에 위치했다. 상업화 부문은 AI 기술을 기반으로 한 창업 활동이 얼마나 활발한지를 중점적으로 평가한다.

한편 아시아 국가 중 한국과 함께 싱가포르의 약진이 눈에 띈다. 싱가포르는 2020년 10위, 2021년 6위, 올해 조사에서 3위로 올라서면서 영국, 캐나다 등을 제쳤다. 싱가포르의 AI 연구개발 지출은 GDP(국내총생산) 대비 기준으로 미국보다 18배 크다. 도시국가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약 270개의 AI 개발 스타트업이 활동하고 있다.

토터스인텔리전스는 “싱가포르는 AI 전문가 수 등 대부분 상대적 지표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며 “최근 싱가포르 정부가 AI 관련 연구와 인적 자본에 투자를 강화하는 정책이 돋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