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진 지니뮤직 대표가 28일 서울 역삼동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이소연 기자

"지니뮤직은 더 이상 이용자가 음악만 듣는 애플리케이션(앱)이 아니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직접 음악을 편곡하고, 정식 음원으로 유통까지 할 수 있는 선순환 음악 생태계를 플랫폼에 구축하겠다."

박현진 지니뮤직 대표는 28일 서울 역삼동 지니뮤직 사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지니뮤직은 이날 '지니리라(genie.Re:La)' 베타버전을 공개했다. 지니리라는 AI기술로 구현한 악보기반 편곡 서비스다. 이용자가 음원 MP3 파일을 지니뮤직 플랫폼에 업로드하면 AI가 즉석에서 디지털 악보를 그려 주고, 이용자가 그 악보를 편집해 편곡까지 가능한 서비스다.

이용자는 자신이 선택한 음원의 악보를 바흐, 베토벤 등 다양한 클래식 작곡가의 스타일로 변경할 수 있다. 또 편집 도구를 통해 음표를 하나하나 변경하며 음악에 변주를 줄 수 있다. 이렇게 이용자가 편곡한 음원은 지니 플랫폼에서 판매 콘텐츠로 업로드될 수 있다.

박 대표는 AI 사업을 전개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저작권 문제에 만반의 대비를 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니뮤직에서 유통되는 정식 음원 1900만곡 중 원 작곡가가 악보 생성을 허용한 70%의 음원을 AI가 악보로 생성할 수 있는 형태로 데이터베이스(DB)화했다"라며 "이용자가 AI를 통해 편곡한 곡은 원곡자, 편곡자, 지니뮤직이 나눠가질 예정이다. 아직 리메이크곡에 대한 수수료 등은 정해지지 않았다"라고 했다.

베타 서비스 중 음원의 MP3 파일 다운로드는 무료로 공개된다. 향후 회사는 MP3 다운로드 비용, AI로 편곡된 곡의 정식 발매 및 음원 유통에 따른 수익 등을 통해 이를 수익 확보에 나설 계획이다. 박 대표는 "음원 플랫폼의 가치는 이용자가 얼마나 오래 플랫폼에 머무느냐로 결정된다"라며 "AI를 활용해 AI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춰 체류 시간을 늘리면 수익 확보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했다.

지니뮤직은 자회사 주스를 통해 지니리라 서비스를 선보인다. 주스는 AI 기반 실시간 가사 싱크, BGM 음악 콘텐츠 제작, 디지털 악보 제작 등 음악 콘텐츠 관련 AI 기술을 보유한 회사로 지난해 지니뮤직이 인수했다. 김준호 주스 대표는 "음악을 단 한번도 만들어보지 못한 일반인도 쉽게 음악을 편곡할 수 있게 AI가 음악 악보로 채보해주면서 작곡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췄다"라며 "클래식뿐 아니라 다양한 음악 스타일도 AI 편집 도구에 계속 추가할 예정이다"라고 했다.

이날 박 대표는 유튜브뮤직이 음원시장 내 장악력을 넓히는 가운데, 지니리라를 활용해 국내에서 상생 음악 생태계를 구축하면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유튜브라는 공룡이 음원시장까지 지배하는 상황이다"라며 "지니뮤직은 국내 작곡가와의 협업 등을 통해 로컬 음원 유통 사업자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을 하겠다"라고 했다.

이날 지니뮤직은 'I believe' 등 유명 곡을 낸 김형석 PD가 운영 중인 음원 지식재산권(IP) 플랫폼 뮤펌과 '아이엠 리본' 프로젝트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아이엠 리본 프로젝트는 김형석 PD의 히트곡을 지니리라를 통해 이용자가 편곡하고, 하반기 중 지니뮤직을 통해 음원까지 발매하는 프로젝트다. 박 대표는 "AI 기술이 원작자와 이용자 간 상생 생태계를 기여하는 선례가 되길 기대한다"라며 "이러한 국내 창작자와의 협업은 유튜브는 하기 어려운 일이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