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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하철 9호선 신논현역 5번 출구에 위치한 '애플 강남' 매장 입구에서 서울지하철 2호선 강남역 10번출구 앞 '삼성 강남' 매장까지 610m를 걸어온 걸음 수다. 올해 3월 애플이 국내 다섯번째 애플스토어 애플 강남을 연지 3개월 만에 삼성전자가 강남대로에 국내 첫 체험형 플래그십(대표) 매장 '삼성 강남'을 29일 연다. MZ세대(1980~2000년대 출생 세대)가 몰리는 강남에서 두 회사가 오프라인 매장을 거점으로 맞붙게 됐다.
정호진 삼성전자 모바일경험(MX) 부사장은 28일 '강남 삼성' 언론 공개 행사에서 "'삼성 강남'은 MZ세대를 겨냥한 플레이그라운드(놀이터)지만, 그 누가 와도 화장실을 자유롭게 쓸 수 있을 정도로 편안한 만남형 공간으로 자리잡고 싶다"라고 했다. 이현정 삼성리테일그룹 상무 역시 "애플이 (손님이 제품 구매 후 원할 경우) 박수치고 하는 게 한국 정서랑 안 맞을 수 있다"며 "삼성 강남은 고객들이 편안하게 머물다 갈 수 있는 곳"이라고 했다.
◇SNS샷 위한 포토존부터 자기계발 위한 강의 공간까지
'삼성 강남'은 지하 1층부터 지상 5층까지 총 6개층 약 2000㎡ 규모로 구성됐다. 포토존, 카페 등에서도 삼성전자의 제품을 자연스럽게 체험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게 흥미로웠다. MZ세대가 소셜미디어(SNS)에 올리기 좋을 만한 포토존이 돋보였다. 특히 이곳 직원의 평균 나이는 29.8세로 다른 매장보다 평균 10살 이상 젊다. 이현정 상무는 "판매능력이 아닌 얼마나 방문객에게 즐겁고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지를 보고 매장 직원을 뽑았다"라고 했다.
지하 1층부터 둘러봤다. 7월 7일부터 운영될 서비스센터 옆에 비밀의 방 같은 작은 원형 공간이 있었다. 공간 벽면에는 화려한 형광색이 돋보이는 다솔 작가의 '시티벙커'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위에는 갤럭시S23 울트라 카메라가 설치됐다. 화면을 누르자 사진이 3장 찍혔고, 이를 전송해 받아볼 수 있었다. 그야말로 SNS샷을 건질 만한 공간이다.
1층으로 이동하자 작은 원형 공간으로 마련된 포토존이 있었다. 천장을 바라보자 화려한 스테인글라스가 눈에 띄었다. 이곳에서도 역시 사진을 찍을 수 있는데, 방문객들이 자연스럽게 갤럭시 스마트폰의 '나이토그래피' 기능을 통해 어두운 환경에서도 밝고 선명한 사진을 촬영하도록 한 것이다. 1층 입구에는 재생 플라스틱 소재로 만들어진 대형 '허그 베어(HUG Bears)'가 전시됐다. 친환경 혁신을 통해 지속가능한 미래를 지향하는 회사의 비전을 담은 것이다.
2층에는 삼성전자의 최신 갤럭시 스마트폰, 태블릿, 웨어러블(착용형) 제품 등은 물론이고 다양한 휴대폰 케이스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됐다. 갤럭시워치로 운동할 수 있는 헬스존도 마련됐다. 방문객은 모니터와 갤럭시워치를 연결해 실시간으로 운동시간과 소모 칼로리를 확인할 수 있다. 한켠에 마련된 커넥티드 허브 공간에는 지금은 보기 어려운 삼성의 과거 플립폰 모델 9개가 전시되어 있었다.
3층 한 가운데에는 성수동 '센터커피'가 입점되어 있었다. 이곳의 대표 메뉴는 '갤럭시 아이슈페너'다. 매장에 비치된 갤럭시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으면 커피 위 우유 거품으로 사진이 표현된다. 비스포크 홈메타 공간에서는 3D 가상 주택에서 삼성전자 제품을 체험할 수 있다. 갤럭시 전용 액세서리 브랜드 'SLBS' 스튜디오도 입점해 소비자는 자신만의 디자인으로 다양한 휴대폰 액세서리 제품을 제작할 수 있다. 강남대로가 한눈에 보이는 계단형 소통 공간에서는 다양한 강의가 이뤄질 계획이다. 회사 측은 "자기계발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MZ세대의 선호도를 반영한 것"이라 설명했다. 삼성 강남의 협업 아티스트의 특별강연, 삼성전자 제품 활용법, 임직원이 직접 들려주는 사내 이야기 '사내(社內)진미', 넥슨의 메이플스토리 콘텐츠를 활용한 '픽셀 아트 크리에이터' 등 30여개의 수업이 진행된다.
4층에는 600인치 초대형 디스플레이 더 월(The Wall)이 설치됐다. 넥슨과 협업해 삼성전자 제품으로 게임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다.
◇ 'MZ세대 인기' 아이폰 韓 점유율 상승세
일각에서는 애플이 한국 시장에서 오프라인 매장을 빠르게 확장해 나가자 삼성이 대응하기 위해 강남에 체험형 매장을 냈다는 해석도 나온다. 애플은 2018년 강남구 신사동에 처음 매장을 선보인 데 이어 여의도, 명동, 잠실, 강남에 차례로 매장을 열었다.
아이폰이 MZ세대를 중심으로 점유율을 높이고 있는 점도 삼성전자 입장에서 달갑지 않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국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63%로 1위, 애플이 34%로 2위다. 하지만, 애플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2020년 17.9%에서 지난해 25.9%로 올라간 데 이어 상승세를 타고 있다.
정호진 부사장은 "경쟁사가 젊은 세대들의 인정을 받는 것에 신경을 안 쓰는 것은 아니지만, (삼성전자는) 계속 우리만의 색과 노하우가 있다고 생각된다"며 "삼성 강남도 (고객들이) 삼성 모바일 제품의 진화와 변화를 느껴볼 수 있다는 자신감에 문을 열었고 앞으로 사업도 그렇게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