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과 KT가 수도권 5G(5세대 이동통신) 기지국에 64TRx(트랜스리시버) 장비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LG유플러스에 품질 주도권을 내주지 않기 위해 전파 도달범위(커버리지) 확대 및 속도 향상에 나선 것이다. 업계에서는 LG유플러스가 이달부터 SK텔레콤, KT와 동일하게 100㎒ 폭 주파수로 5G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올해 정부가 실시하는 품질평가에서 양사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과 KT는 지난 3월부터 수도권 5G 기지국 장비를 삼성전자가 최근 개발한 국내용 64TRx 장비로 교체하고 있다. 기존 32TRx 장비 대비 안테나 수가 2배 많은 64TRx 장비를 통해 커버리지와 속도를 크게 개선할 수 있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SK텔레콤과 KT는 그간 수도권에서 삼성전자의 32TRx 장비를 사용해왔다.
양사는 삼성전자 제품을 중심으로 64TRx 장비를 계속해서 늘려갈 방침이다. 구현모 전 KT 대표는 지난해 7월 “64TRx 장비로 SK텔레콤이나 우리나 업그레이드하는 작업을 시작했다”며 “에릭슨은 장비가 나와서 업그레이드 중이고, 삼성도 준비 중에 있다”고 말했다. 앞서 버라이즌 등과 손잡고 미국에서 64TRx 장비를 상용화한 삼성전자는 SK텔레콤과 KT의 요청에 따라 지난해 말 국내용 64TRx 장비 개발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의 국내 통신장비 시장 점유율은 최소 50% 이상으로 파악된다.
SK텔레콤과 KT가 정부의 5G 품질평가를 앞두고 64TRx 장비 도입에 속도를 내는 건 LG유플러스 때문이다. 지난해 정부로부터 20㎒ 대역폭(3.40~3.42㎓) 주파수를 추가 할당받은 LG유플러스는 지난주부터 전국에서 100㎒ 폭 주파수로 5G 서비스를 시작하며 높은 점수를 받을 가능성이 커진 상태다. 품질평가 핵심 요소인 다운로드 속도는 주파수 폭에 비례하기 때문이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전국 5G 평균 다운로드 속도 3위(764.55Mbps)를 기록했다. 1위는 SK텔레콤(1002.27Mbps), 2위는 KT(921.49Mbps)였다.
일각에서는 1위도 무리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LG유플러스는 이미 서울·수도권에서 화웨이의 64TRx 장비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화웨이의 64TRx 장비는 업계에서 가장 성능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 통신 품질평가를 진행 중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곧 LTE 측정을 마치고 5G 측정에 돌입할 예정이다.
5G 상용화 이후 4년간 SK텔레콤과 KT가 100㎒ 폭 주파수로 서비스를 제공해온 반면 LG유플러스는 인접대역과의 혼간섭 우려로 80㎒ 폭 주파수로만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정부는 혼간섭 문제를 해결한 뒤 지난해 해당 대역폭 주파수를 경매에 부쳤고, 단독 입찰한 LG유플러스에 1521억원을 받고 이를 할당했다. LG유플러스는 추가로 할당받은 주파수를 활용하기 위해 지난 1분기 설비투자(CAPEX)를 전년 동기 대비 43.6% 늘려 신규 무선국 1만5000국을 구축했다.
한편 시들했던 통신 3사간 5G 품질 경쟁이 다시 살아나면서 가입자들의 LTE·알뜰폰 전환 수요에도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과기정통부 무선 통신서비스 통계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기준 LTE 가입자는 4631만1035명으로, 전월 대비 31만5041명 늘었다. 늘어난 LTE 가입자 중 대부분은 알뜰폰 가입자였다. 4월 말 기준 LTE 알뜰폰 가입자는 1269만2592명으로, 전월 대비 26만1316명 늘었다. 같은 기간 5G 알뜰폰 가입자는 23만9353명으로, 1만9248명 느는 데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