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유플러스의 어린이 특화 메타버스 키즈토피아 시연 모습./윤진우 기자

"오늘 어린이집 갈 때 뭐 입지"라는 질문에 인공지능(AI) 캐릭터 유삐는 "오늘 소나기 예보가 있으니 긴팔 티셔츠 어떨까"라고 답했다. AI 캐럭터는 "내가 재미있는 것들 구경시켜줄까"라며 메타버스 세계를 소개했다.

LG유플러스가 25일 어린이 특화 메타버스 '키즈토피아' 영어 버전을 새롭게 선보였다. 지난 2월 한국어로 된 국내 버전(오픈 베타)을 공개한 후 4개월 만에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다. 키즈토피아는 3차원(D) 가상 체험공간에 접속한 어린이가 AI 캐릭터와 놀면서 자연스럽게 학습할 수 있는 메타버스 서비스다.

LG유플러스의 키즈토피아는 탈통신, 플랫폼 회사 전환을 위한 유플러스 3.0(U+ 3.0) 전략의 핵심 플랫폼이다. 2010년대 초반부터 2020년대 중반에 태어난 일명 '알파세대'를 공략하기 위해 개발됐다. 키즈와 유토피아를 합친 서비스명은 '아이들이 마음껏 안전하게 뛰어놀 수 있는 더 넓은 이상적인 세상'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 "AI 캐릭터와 탐험하며 학습"

키즈토피아는 '아이들나라' 대표 캐릭터인 유삐와 핑키, 코니, 홀맨 등 생성형 AI 기술을 적용한 NPC(Non-Player Character·컴퓨터가 조종하는 안내 도우미)가 아이들과 소통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친구들과 만나 가상세계를 탐험하고,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학습이 이뤄지도록 한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친구들과 탐험하며 함께 배우는 메타버스를 목표로 했다"라고 설명했다.

키즈토피아에 접속하면 캐릭터를 만들어야 한다. 얼굴 모양부터 눈, 코, 입, 헤어스타일까지 1만종 이상을 조합할 수 있다. 옷과 장식, 이모션 등 꾸미기 아이템도 200여종이 넘는다. 새로운 아이템은 퀴즈를 푸는 미션을 수행하면 더 받을 수 있다. 흡사 게임과 비슷하지만 놀이보다 교육에 초점이 맞춰졌다.

키즈토피아는 중앙광장, 동물원, 공룡월드, 놀이터 등 놀이 공간과 영어마을, 낚시 공간 등 학습 공간으로 구성됐다. 최대 100명의 친구와 소통할 수 있는 중앙광장(허브 역할)을 거치면 공룡월드(공룡 11종 체험 가능), 동물원(30종 희귀 동물 구현) 등으로 이동할 수 있다.

영어마을에서는 가벼운 일상 대화로 영어 실력을 높일 수 있다. 마트, 병원 등을 가정해 영어로 대화하는 식이다. 낚시 공간은 채집을 좋아하는 어린이를 위해 해양 생물을 소개한다. 바다에서 낚시하면 물고기에 대한 지식을 퀴즈를 통해 알려주는 식이다.

◇ 보호자 실시간 모니터링 가능… 비속어·욕설 원천 차단

키즈토피아의 가장 큰 특징은 AI 캐릭터와 한국어·영어로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생성형 AI를 활용한 캐릭터를 배치해 아이들의 언어 학습 발달을 돕는다. AI 캐릭터 유삐와 공룡월드에 방문하자 실물 크기로 구현된 브라키오사우르스 관련 OX 퀴즈를 냈다. '브라키오사우르스는 큰 몸집에 비해 많이 먹지 않는다'라는 문제에 'YES'를 선택하자 '틀렸다'라는 안내와 함께 "브라키오사우르스는 거대한 몸집을 유지하기 위해 하루 2톤에 가까운 나뭇잎을 먹는다"라는 설명이 나왔다.

LG유플러스는 4종의 AI 캐릭터별로 다른 형태의 대화를 제공하도록 키즈토피아를 설계했다. 유삐는 각종 액티비티와 체험 공간을 안내하고, 핑키는 체험 공간에 맞춰 맞춤형 퀴즈를 낸다. 숲속 그네 놀이터에서는 나무의 이름을 묻고, 동물원에서는 낙타를 찾아보라는 퀴즈를 던졌다. 코니는 한글 끝말잇기와 영어 동화 창작을 돕는다. 홀맨은 한글을 영어로 번역해 주고, 영어로 스무고개 게임을 진행한다.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 AI 캐릭터와의 대화 길이를 최대 두 문장을 넘지 않도록 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어린이들의 이해도를 감안해 문장 길이와 단어 수준을 결정했다"라고 했다. 부모들이 걱정하는 비속어와 욕설 사용은 원천적으로 차단했다. 광고를 포함한 부적절한 콘텐츠도 나오지 않는다. 보호자가 언제든지 키즈토피아 사용을 제어할 수 있고 실시간 모니터링도 가능하다는 게 LG유플러스 측 설명이다.

◇ 직장인 전용 메타버스 '메타슬랩', 양방향 소통 지원

LG유플러스는 키즈토피아와 함께 직장인 특화 메타버스 '메타슬랩'도 선보였다. 메타버스와 하이파이브 소리(슬랩)를 합친 메타슬랩은 메타버스에서 직원들이 즐겁게 소통하는 업무공간이라는 의미다. 회의가 목적인 기존 메타버스와 달리 가상의 사무실 공간에서 함께 일하면서 양방향 소통이 가능하다. 개성을 나타낼 수 있는 캐릭터를 생성해 가상의 사무실에서 일하면 된다. 동료가 접근하면 자연스럽게 대화할 수 있고, 업무 관련 자료 공유도 간편하다.

메타슬랩의 공간은 크게 오피스와 타운홀로 나뉜다. 오피스는 25인 수용이 가능한 플레이그라운드, 50인 라이브러리, 100인 내추럴가든 3가지 테마를 기본으로 제공한다. 각 사업 부문별로 테마를 설정해 사용하거나 전체 회사 규모에 맞춰 공간을 무제한으로 확장해도 된다. 크고 작은 회의실과 공유 책상 등이 오피스에 배치돼 있다.

타운홀은 회사 내에 있는 대강당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최대 500명이 동시에 접속할 수 있어 사내 대규모 행사 진행에 적합하다. 대표이사의 신년사 발표, 정기 주주총회, 인사팀의 직장 내 괴롭힘 예방 강연 등을 타운홀에서 할 수 있다. 캐릭터는 박수를 치거나 손을 흔드는 등 적극적인 의사 표현도 가능하다.

한편 LG유플러스는 키즈토피아와 메타슬랩 등 특화 메타버스 서비스를 키워나간다는 계획이다. 김민구 LG유플러스 Web3사업개발랩장(담당)은 "전 세계 메타버스 시장은 2022년 685억달러에서 연평균 44.5% 성장이 예상되지만 게임 중심의 메타버스 서비스가 주를 이루는 게 현실"이라며 "사용자 참여와 자발적인 세계관 구축이라는 메타버스의 가치를 창출해 메타버스 사업을 확장하겠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