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구로구 신도림테크노마트 내 휴대폰 매장./뉴스1

통신사가 데이터 사용량 등을 기반으로 더 저렴한 요금제를 소비자에게 의무적으로 안내하는 '최적 요금제' 법제화에 속도가 붙고 있다. 통신사가 자신들에게 유리한 요금제를 최적 요금제로 속여 추천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별도의 감시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5일 통신 업계에 따르면 과학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오는 9월 제출 예정인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에 최적 요금제 안내 의무화 조항을 포함했다. 이와 함께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위원을 중심으로 단말기유통법 개정안에 최적 요금제를 포함하는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단말기유통법 개정안은 지난달 말 전체회의를 거쳐 정보통신방송법안심사소위원회로 넘어간 상태다.

최적 요금제가 가계 통신비 부담을 낮출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이르면 하반기 개정안이 통과, 올해 말부터 시행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부가 추진 중인 최적 요금제의 3가지 쟁점을 살펴봤다.

◇ 복잡한 통신 요금제, 정보 비대칭 해소 기대

최적 요금제는 가입자의 평균 사용 데이터·통화량 등을 통신사가 분석해 가장 적절한 요금제를 의무적으로 추천하는 걸 말한다. 2020년부터 프랑스, 이탈리아, 덴마크, 그리스 등 유럽연합(EU) 주요 국가에서 도입돼 시행 중이다. 유럽 통신사들은 가입자에게 1년마다 최적 요금제를 고지한다. 2년 약정 계약이 끝날 때에도 의무적으로 이런 내용을 안내하고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은 최적 요금제 도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연구원은 '통신 이용자의 합리적인 선택을 위한 EU의 최적요금제 고지의무 제도' 동향 보고서에서 "모바일 이용 방식과 요금 형태가 다양화되면서 통신사와 소비자의 정보의 비대칭이 더 커졌다"라며 "최적 요금제는 정보의 비대칭을 일정 부분 해소하는 데 역할을 하고 있다"라고 했다.

현재 통신사는 요금 고지서에 가입자의 평균 데이터 사용량과 통화 시간, 문자메시지 사용 건수 등을 고지하고 있다. 최적 요금제가 도입될 경우 통신사는 가입자의 사용 패턴에 맞는 요금제도 함께 추천해야 한다. 소비자가 요금제를 일일이 비교하지 않고 통신사가 사용 패턴에 맞게 추천하는 것이다.

◇ 통신사 "요금 인하 효과 미확인, 기존 '스마트초이스'와 차이 없어"

통신사들은 최적 요금제 도입에 회의적인 반응이다. 최적 요금제가 도입될 경우 통신사간 요금 경쟁이 잦아들 수 있고, 가입자별 최적 요금제 고지를 위해서는 시스템 개발과 운용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결국 수익성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통신사들의 걱정이다.

스마트초이스가 안내하는 요금제 추천 소개 자료./스마트초이스 제공

요금 인하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는 게 통신사들의 공통적인 전망이다. 최적 요금제는 복잡한 통신 요금제를 더 쉽게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지, 요금을 직접적으로 낮춰주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한 통신사 임원은 "최적 요금제를 도입한 유럽에서도 통신비 인하 효과가 확인되지 않았다"라며 "정부와 시민단체가 요구하는 정도의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라고 했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가 운영하는 통신요금 정보포털 '스마트초이스'와 역할이 겹친다는 지적도 있다. 스마트초이스는 소비자가 사용 데이터와 음성 통화(문자메시지 등) 조건을 입력하면 이에 맞는 요금제를 자동으로 검색해 추천하는 서비스다. 다만 소비자가 본인의 사용량을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 하기에 활용도가 낮다는 한계도 있다.

◇ 소비자에 도움되는 최적 요금제인지 검증해야

현재 통신 3사가 판매 중인 5G(5세대 이동통신) 요금제는 80개가 넘는다. 하지만 요금제간 제공 데이터 폭이 10기가바이트(GB) 단위로 크고, 같은 데이터를 제공해도 음성 통화와 문자메시지 제공량이 제각각이라 실제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요금제는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많다.

최적 요금제가 도입될 경우 통신사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를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통신사가 소비자의 사용패턴에 맞는 최적 요금제를 제공할 경우 정보 비대칭이 일정 부분 해소되면서 통신 요금제에 대한 신뢰가 높아질 수 있다.

다만 통신사가 제공하는 최적 요금제를 검증하는 절차는 필요하다. 통신사가 자신들에게 유리한 요금제를 최적 요금제로 속여 추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 과기정통부가 그동안 최적 요금제 도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던 것도 이런 부작용을 우려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