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최고경영자(CEO)가 20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넷플릭스와 한국 콘텐츠 이야기' 간담회에서 대담을 하고 있다./변지희 기자

“넷플릭스가 지금까지 한국 콘텐츠 업계와 협업한 것은 앞으로의 잠재력을 생각하면 겉핥기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또 전 세계에서 K-콘텐츠에 대한 충성도는 놀라울 정도입니다. 넷플릭스는 진심으로 한국과 파트너십 강화에 대한 의지가 있으며, 앞으로 한국 시장에 장기적인 투자를 약속한 이유입니다.”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최고경영자(CEO)는 20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넷플릭스와 한국 콘텐츠 이야기’ 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서랜도스 CEO가 방한한 것은 최고콘텐츠책임자(CCO)로 재직했던 2016년 이후 7년 만이며, CEO로서는 처음이다.

앞서 서랜도스 CEO는 지난 4월 윤석열 대통령 방미시 4년간 25억달러(3조3000억원) 규모의 콘텐츠 투자를 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서랜도스 CEO는 이날 간담회에서 “앞으로의 투자 계획은 2016년부터 작년까지 투자했던 금액의 2배에 달한다”고 말했다.

그는 “넷플릭스가 파트너십에 진심으로 의지를 갖고 있는 이유는 전 세계인들의 K-콘텐츠에 대한 사랑 때문이다”라며 “전 세계 넷플릭스 회원 중 60%가 한국 콘텐츠를 시청했고 지난 4년 간 K-콘텐츠 시청이 6배 증가했다. 로맨스 장르 작품의 90%는 한국 외 국가에서 시청되고 있다”고 했다. 또 “‘더 글로리’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피지컬100′ ‘길복순’ 등은 엄청난 팬덤을 만들어냈다”고 덧붙였다. 훌륭한 콘텐츠는 어느 지역에서나 나올 수 있고, 한국은 그 믿음을 입증한 곳이라는 것이다.

서랜도스 CEO는 오징어게임에 대한 애정도 드러냈다. 그는 “전 세계 어떤 작품도, 어느 지표에서든 에미상 6관왕 쾌거를 이룬 ‘오징어 게임’을 이기기 쉽지 않다”고 했다.

또 “K-콘텐츠에 대한 사랑이 예상치 못한 성과를 내기도 한다”고 했다. 그는 오징어 게임에서 출연진들이 입고 나왔던 초록색 운동복과 반스 운동화를 사진으로 보여주면서 “한국 드라마로 인해 미국에서 초록색 운동복이 유행할 것이라고 누가 생각했겠나. 반스 운동화 매출도 오징어게임 이후 8000% 증가했다”고 했다. 넷플릭스와 한국의 협업으로 만들어진 스토리텔링이 보여준 힘이라는 것이다.

그는 “카메라 앞과 뒤, 모든 분야에 대해 투자 이뤄질 것”이라며 “아울러 차세대 인재들을 위해서도 투자하겠다. 젊은 학도들이 경력을 쌓고 배울 수 있도록 돕겠다”고 했다. 전날 서랜도스 CEO는 박찬욱 감독과 함께 미래 영화인을 꿈꾸는 콘텐츠 관련 학과 재학생들 100여명과 대담을 나누기도 했다. 그는 “지난 2022년부터 오는 2025년까지 한국 시리즈, 영화 5편 중 1편이 신예 작가 또는 감독의 데뷔작이다”라고 덧붙였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4월 넷플릭스가 한국 투자 계획을 밝혔을 당시 “콘텐츠 산업 관련 일자리 6만8000여 개 창출 효과를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간담회 세부 주제는 ‘국내 제작파트너들과 함께’, ‘VFX 파트너들과 함께’ 두 가지로 구성됐다. 강동한 한국 콘텐츠 총괄 VP, 이성규 한국·동남아·대만 프로덕션 총괄 시니어 디렉터, 고현주 PR 총괄 등 넷플릭스의 콘텐츠 관련 주요 임원들이 참석했다. 서랜도스 CEO는 “넷플릭스는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서 다양한 콘텐츠들이 크리에이터들의 의도대로 만들어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망 사용료 논란과 관련해선 “넷플릭스는 좋은 생태계를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고 전 세계에서 인터넷서비스제공사업자(ISP)에 10억달러, 6000개 이상의 지점에 투자를 진행한 바 있다”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투자할 예정이며 ISP와 CP가 좋은 콘텐츠 제공을 위해 협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넷플릭스의 계정공유 금지 정책과 관련해선 “글로벌하게 진행될 예정이나 이 자리에서 이야기하긴 어렵다”고 했다. 서랜도스 CEO는 이날 기자간담회 이후 한덕수 국무총리를 만나 OTT 시장 활성화 및 한미 양국 콘텐츠 산업 협력 확대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