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주완 LG전자 대표./LG전자 제공

올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양호한 실적이 예상되는 LG전자(066570)가 비상경영 체제인 ‘워룸’(War room·전시상황실)을 당분간 유지한다. 당장 실적이 좋더라도 불황 장기화를 대비해 전 사업의 경영 구조를 개선하는 데 워룸을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경기 불황에 대응해 지난해 10월 가동한 비상TF(태스크포스) ‘워룸 태스크’를 계속 운영할 계획이다. LG전자는 코로나19 특수 이후 경기 침체로 수익성이 악화하자 배두용 CFO(최고재무책임자) 부사장 주관으로 각 사업 부서와 본사 조직 구성원 일부를 차출해 워룸을 만들었다. 워룸이 본격 가동되기 시작한 작년 4분기 LG전자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91% 급감한 665억원에 불과했다. 위기 돌파를 위해 워룸에서는 각 사업 부문별 시급한 과제를 두고 대안 마련에 집중했고, 조주완 대표가 그 과정을 직접 챙겼다.

LG전자는 올 상반기 실적 개선에 성공했으나, 8개월째 운영 중인 워룸을 유지해 사업 체질을 확실히 바꾸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LG 관계자는 “악화하는 경영 상황에 발빠르게 대응하고 전략을 모색하기 위해 시작된 워룸의 역할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며 “불황이 길어지더라도 이익을 지속적으로 창출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조직으로 상시 가동 중”이라고 했다. 워룸은 가령 B2B(기업간거래) 매출 확대가 과제로 산정되면 이에 해당하는 전사 조직 인원이 한 데 모여 해결책을 도출하는 식으로 움직이고 있다. 조 대표는 여전히 매달 워룸 태스크 진척 사항을 살피고 있다.

LG전자 직원들 사이에서는 회사가 상반기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낸 덕분에 워룸 운영 기간이 예상보다 더 길어질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워룸 가동이 성공적이었다는 대내외 평가가 나오는 데다 조직이 목표로 한 체질 개선의 성과가 가시화하고 있어 이를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는 것이다. 지난 1분기 LG전자는 주력 사업인 생활가전과 미래 먹거리 전장(자동차 전기·전자장비)을 비롯한 전체 사업부가 흑자를 내 역대 1분기 실적 중 매출액은 두번째, 영업이익은 세번째로 높은 성적을 기록했다.

실적 전망도 나쁘지 않다. 증권가는 2분기 LG전자의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0% 증가한 9559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오강호 신한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올해 수요 둔화에도 불구하고 생활가전사업부의 수익성 개선과 전장사업의 외형 성장으로 전반적인 실적 성장이 기대된다”며 “생활가전은 B2B 매출 확대와 원가구조 개선, 물류 안정화로 전년 대비 수익성이 개선될 전망이며, 전장사업은 지난해 흑자전환을 시작으로 올 하반기에도 꾸준하게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했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올해 LG전자 가전사업은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할 것으로 보이며, 전장사업도 수익성 중심의 수주 건전화 작업으로 실적 개선이 이어지고 있어 회사의 분기별 실적 변동성이 해소될 전망”이라고 했다.

조 대표는 올해 초 임직원에게 전한 신년 메시지에서도 “워룸은 각종 비효율을 제거하고 근본적인 사업 및 오퍼레이션 방식을 개선하는 기회로 활용돼야 한다”며 “비용 절감에만 초점을 맞추는 게 아니라 줄이는 것 외에 더 할 수 있는 걸 찾아 나가는 과정이 구조적인 개선이나 체질 변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