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박수현 기자
"(중간요금제 관련해서) 다 죽는다고 했는데 연말에 이익을 보는지 손해를 보는지, 진짜 이통사가 죽는지 한 번 보죠."
박윤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차관, 지난달 17일

통신 3사가 2분기에도 양호한 실적을 낼 전망이다. 5G(5세대 이동통신) 중간요금제 출시가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업계 예상이 이번에도 빗나간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세분화된 5G 요금제로 오히려 가입자당평균매출(ARPU) 확대가 기대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통신사들의 마케팅 비용을 절감해준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도 정부가 폐지하는 대신 개정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3사의 합산 영업이익 1조원(분기 기준) 행진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1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최근 증권사 예상치 평균을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의 2분기 합산 영업이익은 1조263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2% 늘어날 전망이다. 기업별 추정치는 SK텔레콤 4899억원, KT 4944억원, LG유플러스 2794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59%, 7.6%, 12.48% 늘어난 수치다.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올해 3사는 지난해 기록한 합산 영업이익(4조3835억원)을 넘어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5G 가입자 증가로 통신사들의 ARPU가 올랐을 것이란 분석이다. 5G는 고가 요금제가 많아 고(高) ARPU 상품으로 분류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무선 통신 서비스 통계에 따르면 국내 5G 가입자 수는 지난 4월 말 3002만3000명을 기록하며 3000만명을 돌파했다. 2019년 5G가 상용화된 이후 4년 만이다. 기업별 가입자 수는 SK텔레콤 1434만5000명, KT 900만2000명, LG유플러스 643만6000명이었다.

3분기부터는 5G 중간요금제 '시즌2′가 통신 3사의 ARPU를 더 끌어올릴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3사가 이번에 출시한 중간요금제를 보면 통신비를 절감할 수 있는 가입자는 고가 요금제 가입자로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중간요금제가 오히려 소비를 유도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5만~6만원대 요금제는 몇천원만 더 내면 데이터를 수십기가바이트(GB) 더 제공받을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은 월 5만9000원에 데이터 24GB를 제공하는 기존 '베이직 플러스' 요금제에 월 3000~9000원을 추가하면 데이터 13~75GB를 얹어주는 '5G 맞춤형' 요금제를 내놨다. KT는 '심플 50GB(월 6만3000원)' '심플 70GB(월 6만5000원)' '심플 90GB(월 6만7000원)' 등의 요금제를 선보였다. LG유플러스는 '5G 데이터 레귤러(50GB·월 6만3000원)' '5G 데이터 플러스(80GB·월 6만6000원)' '5G 데이터 슈퍼(95GB·월 6만8000원)' '5G 스탠다드 에센셜(125GB·월 7만원)' 요금제를 신설했다.

KT는 중간요금제를 처음 도입한 직후인 지난해 3분기 ARPU가 3만2917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 늘었다. 올해 1분기 ARPU는 3만3771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5% 늘었다. KT는 무선 회선만 집계해 ARPU를 계산하기 때문에 업계는 SK텔레콤, LG유플러스도 비슷한 상승률을 기록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사물인터넷(IoT) 회선을 포함해 ARPU를 계산한다. IoT 회선은 단가가 낮아 ARPU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

서울의 한 휴대전화 판매점. /연합뉴스

정부는 방송통신위원회가 2021년 국회에 제출한 단통법 개정안을 통과시킬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2014년 시행된 단통법은 모든 소비자에게 동일한 지원금을 지급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다만 가입자 유치를 위한 통신 3사간 지원금 경쟁을 없애며 '단말기 구입가만 높아졌다'는 무용론이 제기돼왔다. 개정안은 기존에 대리점(통신사 1곳 전속계약)이나 판매점(통신사 2곳 이상 대리)이 통신사가 공시한 지원금의 15% 안에서 '추가 지원금'을 지급할 수 있게 한 것을 30%로 확대하는 게 골자다.

통신 3사는 '정부의 방침을 따르겠다'면서도 내심 단통법 폐지에 반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리점, 판매점의 추가 지원금은 결국 통신사가 내는 것"이라며 "불법 지원금을 살포하는 '성지'를 없애기 위해 보완이 필요한 건 맞지만 폐지는 아니라고 본다"고 했다. 김홍식 하나증권 연구원은 이에 대해 "국내 휴대폰 가입자 정체로 시장점유율 상승이 쉽지 않은 반면 단통법 도입 이후 리베이트 및 인당보조금 하향 안정화가 이뤄지면서 마케팅 비용 절감 효과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증권가는 단통법 개정이 통신사 실적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연구원은 "보조금 대란이 당장 발생할 것처럼 보이지만 9년에 걸친 학습 효과가 커 현실적으로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며 "선택약정요금할인 제도는 존치될 가능성이 높은데, 25%에 달하는 선택약정요금할인 폭 이상의 보조금을 살포할 만큼 공격적인 통신사가 나타나기란 쉽지 않다"고 했다. 최민하 삼성증권 연구원도 "정부 정책 이슈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점은 부담이나 통신업종은 효율적인 비용 집행과 유·무선 및 신사업을 통해 실적 개선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