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영국 런던 피카딜리 광장에서 삼성전자가 2023년형 네오 QLED 8K 신제품 광고를 하는 모습./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005930)가 플래그십 TV로 내세우고 있는 Neo(네오) QLED를 포함한 8K(해상도 7680×4320) TV의 올 1분기 출하량이 11분기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8K TV가 시장에 등장한 지 5년이 지난 현재까지 수요가 기대보다 저조한 가운데 삼성전자가 지난해 북미·유럽 시장에 이어 올해 국내에 선보인 ‘출시 2년차’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가 8K TV 출하량을 3배 이상 넘어섰다. 고급 TV 라인에서 8K TV 수요가 지지부진한 반면 OLED TV를 찾는 소비자는 늘어나면서 삼성전자의 TV 사업 전략에도 변화가 잇따르고 있다.

13일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 세계 삼성 8K TV 출하량은 4만6797대로 2020년 2분기 이후 11분기 만에 최저치를 찍었다. 지난해 3월 삼성전자가 10년 만에 내놓은 OLED(4K·해상도 3840x2160) TV 출하량(14만9288만대)의 3분의 1 수준이다. 17년간 세계 TV 시장 판매 1위를 기록 중인 삼성전자는 그동안 OLED 대신 퀀텀닷(QD) 필름이 부착된 LCD(액정표시장치) QLED TV에 집중하면서 네오 8K QLED TV를 고급 주력 제품으로 앞세워 왔다. 하지만 삼성의 8K TV 출하량은 OLED TV 출시 직후인 작년 3분기부터 3개 분기 연속 역전당했다.

삼성전자의 당초 기대와 달리 8K TV 시장은 빛을 보지 못한 채 역성장하고 있다. 올해 1분기 글로벌 8K TV 출하량은 작년보다 19% 감소한 6만9076대로 집계됐다. 8K TV가 상대적으로 많이 팔리는 중국과 유럽, 북미 시장에서도 8K TV 수요는 수년째 큰 변화가 없는 상태다. 시장 전망도 밝지 않다. 올해 글로벌 8K TV 출하량은 전년보다 14% 이상 줄어든 약 33만2000대에 그치고, 2027년까지 33만대선에서 정체할 것으로 옴디아는 내다봤다. 옴디아는 “(8K TV 시장이) 성장에 실패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며, 2020년 말에 이미 정점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래픽=손민균

업계는 8K TV 수요 부진이 장기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8K 전용 콘텐츠가 여전히 적은 데다 에너지 규제 강화로 고효율 가전을 선호하는 트렌드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8K TV는 4K에 비해 전력 소비량이 2배 이상이다. 또 현재 8K 화질로 볼 수 있는 영상 콘텐츠는 유튜브 내 일부 영상과 지상파 방송 10%가량이 전부다. 넷플릭스와 티빙 등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도 대부분 8K를 지원하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4K 시장이 개화할 때는 패널 기술이 LCD 밖에 없어 이전 해상도보다 TV 화질이 현격하게 좋아졌지만, 지금은 마이크로LED, OLED 등 고화질 TV 선택지가 다양해졌다”며 “따라서 과거 해상도를 기준으로 고급과 일반 TV를 나눠 선택하던 소비자들의 성향이 이제는 완전히 바뀐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삼성전자의 TV 제품 전략에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OLED TV는 영원히 안한다”고 했던 삼성전자는 올해 OLED TV를 55, 66, 77인치까지 확대한 데 이어 최근에는 83인치 전파 인증을 받았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3월 OLED TV 출시 결정을 번복한 데 대해 “소비자들의 제품 선택권 확대를 위해 올해부터 국내에 OLED TV를 도입했다”며 “작년 하반기 글로벌 본격 도입 이후 OLED는 회사가 목표한 수준의 판매량을 기록했고, 올해는 전년 대비 판매 확대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OLED TV 수요가 늘어나자 더 이상 시장 진출을 늦출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1500달러(약 190만원) 이상 프리미엄 TV 출하량 중 OLED TV 비중은 43%에 이를 전망이며, 2027년 전 세계 OLED TV 출하량은 900만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초대형 TV 수요가 늘어나면서 삼성전자는 OLED TV의 크기도 키우고 있으나, 현재 삼성디스플레이는 OLED 패널을 최대 77인치까지만 생산하고 있어 83인치 이상 OLED TV 제품에는 LG디스플레이(034220) 패널이 쓰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