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이천에 위치한 SK하이닉스 M16 공장 전경. /SK하이닉스 제공

SK하이닉스(000660)가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는 DDR5 D램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가운데 1a(14나노급) DDR5 D램 제품의 수율이 경쟁사보다 크게 높은 90% 수준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마이크론의 DDR5 D램 시장 진입이 늦어지면서 SK하이닉스의 독주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의 최대 격전지 중 하나로 꼽히는 DDR5 D램 시장이 서버용 128GB DDR5와 같은 고용량 제품을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 가운데 SK하이닉스가 해당 시장 물량의 100%를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전자, 마이크론은 아직 128GB급 DDR5 대용량 D램 제품을 생산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DDR5 D램은 2020년 7월 국제반도체표준협의기구(JEDEC)가 발표한 최신 D램 규격으로, 현재 주로 쓰이는 DDR4 대비 2배 개선된 성능을 갖춘 제품이다.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의 최대 수익처인 서버 시장에서는 아직 DDR4 D램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교체 수요가 높다. 이 가운데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 시장의 최강자인 인텔이 지난 1분기에 DDR5를 지원하는 사파이어 래피즈 CPU를 내놓으며 점진적으로 DDR5가 서버 시장에서 확대되는 추세다.

문제는 DDR5 규격의 D램 생산능력이 아직 충분치 않다는 것이다. 반도체업계에서는 현재 서버용 DDR5 D램의 대부분을 SK하이닉스가 사실상 대부분을 공급하고 있으며 특히 주력 제품인 64GB 용량 제품과 고성능용 제품인 128GB 제품의 경우 SK하이닉스가 시장 전체를 독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가 초기 DDR5 시장을 장악할 수 있었던 배경은 삼성전자, 마이크론 등 경쟁사보다 일찌감치 높은 수율을 조기 달성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에 정통한 관계자는 “1a(10나노 4세대·14나노급) 나노 기준으로 SK하이닉스의 수율은 황금수율에 도달한 것으로 추정되며 일부 제품군에서는 90% 수준에 육박하는 수율을 기록하는 등 안정적인 양산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설명했다.

고영민 신한투자증권연구원은 “D램 3강 중 SK하이닉스가 차세대 공정인 1b나노 준비도 가장 앞서있는 것으로 확인된다”며 “SK하이닉스의 DDR5 시장 독주는 한동안 이어질 것이며 내년까지도 DDR5 부문에서 시장점유율 1위가 거의 확실해보인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초거대 인공지능(AI) 모델과 같은 초성능 컴퓨팅에 필요한 고대역폭 메모리 제품군에서도 시장 독주 체제를 완성해놓은 상태다. 현재 SK하이닉스는 HBM3 제품을 세계 메모리 반도체 기업 중 유일하게 대량 양산하고 있으며 엔비디아에 독점 공급하고 있다. 아직 전체 D램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 안팎으로 비교적 낮지만 챗GPT의 확산과 함께 해당 비중이 내년에는 20% 이상으로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DDR5와 HBM 시장에서의 선전을 바탕으로 SK하이닉스의 실적 전망도 개선된 수치를 나타내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2분기 SK하이닉스 실적에 DDR5 D램 매출 확대가 반영되면서 영업손실폭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은 올해 2분기 SK하이닉스의 영업손실은 약 3조원 수준으로, 기존 3조2000억원에서 소폭 줄어들 것으로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