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3사가 커넥티드카 시장 개척에 속도를 내고 있다. 휴대전화 기반 무선 시장의 성장 둔화로 신사업 발굴이 절실해진 탓이다. 3사는 기업간거래(B2B)에서 기업과개인간거래(B2C)로 사업을 확대하고 관련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
◇ 인구 주는데 커넥티드카는 늘었다… 2014년 66만대→올해 721만2119대
12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주민등록인구는 5140만521명으로 정점(2019년 11월 5185만1427명) 대비 45만906명이 줄었다. 매달 평균 1만명 넘게 줄어든 셈이다. 통계청은 이 추세가 이어질 경우 오는 2070년 우리나라 인구가 3700만명대까지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통신은 인구 감소로 직격탄을 맞는 대표적인 산업이다. '1인 1휴대전화'가 정착하면서 신규 고객 유치가 어려워진 가운데 인구까지 줄면 사업 유지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통신 3사가 당장의 수익 제고를 위해 신사업에 뛰어들면서도, 본업의 성장을 위해 커넥티드카에 주목하는 이유다.
커넥티드카는 통신 모듈을 장착해 다른 차나 교통·통신 인프라, 보행자 단말 등과 실시간으로 통신이 가능한 차를 말한다. 이른바 '바퀴달린 휴대전화'다. 커넥티드카 시장을 선점해 데이터 수요를 메꾼다는 게 통신업계 계산이다. 완성차업체들이 경쟁사와 차별화를 위해 개발에 힘쏟고 있는 인포테인먼트(정보를 뜻하는 인포메이션과 오락을 뜻하는 엔터테인먼트를 합친 말) 시스템도 통신사들에게 좋은 먹거리다. 각 사는 이에 필요한 인공지능(AI) 역량 등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커넥티드카, 인포테인먼트 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충분하다. 시장조사업체 얼라이드마켓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커넥티드카 시장 규모는 2019년 620억달러에서 연평균 17%씩 성장해 오는 2030년 3451억달러(약 444조8339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또 다른 시장조사업체 프레시던스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자동차용 인포테인먼트 시장 규모는 올해 264억달러(약 34조296억원)에서 2032년 590억달러(약 76조510억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국내 커넥티드카 시장도 빠르게 크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국내에 등록된 커넥티드카는 처음 집계를 시작한 2014년 말 66만대에서 올해 4월 721만2119대로 늘었다. 완성차 시장에서 커넥티드카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4년 3%에서 지난해 26%가 됐다.
◇ 통신 3사, 사업 영역 넓히고 기술 개발하고… "특화 요금제 추가 출시 검토"
통신 3사는 지난달 BMW와 '차량용 e심요금제'를 출시했다. 별도 칩 없이 차에 내장된 식별칩을 활용해 모바일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3사가 소비자를 대상으로 이런 요금제를 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제까지는 완성차업체가 통신사에 먼저 정산하고 이용자는 일정 기간 무료 서비스를 사용하는 B2B 방식을 택해왔다. 업계 관계자는 "요금제 출시를 위해 BMW와 약 2년간 협력했다"며 "고객의 수요에 따라 추가 요금제 출시를 탄력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각 사는 관련 기술 개발도 한창이다. 최근 보폭이 빨라진 건 LG유플러스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11월 현대차그룹과 독점 공급 계약을 맺었다. 현대차그룹은 그간 통신 3사 회선을 나눠 써왔다. 올해부터 출시되는 현대차·기아·제네시스의 모델에는 모두 LG유플러스의 회선이 들어가고 있다.
업계는 현대차가 LG유플러스의 보안 기술을 높게 평가해 독점 공급업체로 선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올해 1월 초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박람회 CES 2023에서 양자내성암호(PQC) 기술을 활용한 '카페이' 서비스를 선보인 바 있다. 드라이브 스루 매장에서 카드나 휴대전화 없이도 차 내부에서 간단한 생체인증만으로 결제할 수 있는 서비스다.
LG유플러스는 인포테인먼트 역량도 강화 중이다. 지난해 오비고에 지분투자를 단행하고, '스마트 모빌리티 사업 제휴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오비고는 전기차·자율주행차 등의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개발하는 회사다. 임장혁 LG유플러스 신사업그룹장은 2022년 4분기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커넥티드카 사업의 고객 저변과 매출이 확대되고 있다"며 "기존 사업구조에 콘텐츠, 플랫폼 사업모델을 더해 오는 2026년도까지 성장률을 연평균 50% 이상 확대시킬 것"이라고 했다.
2003년 커넥티드카 시장에 처음 발을 들인 KT는 현재 포드와 링컨을 비롯한 14개 국내외 완성차업체 브랜드에 인포테인먼트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대표 서비스로는 현대차 블루링크, 제네시스 커넥티드 서비스 등이 있다. KT는 이들 서비스에 지니뮤직, 티빙, 밀리의서재 등 자사 미디어 계열사 콘텐츠와 AI 서비스 '기가지니'를 넣었다. 최강림 KT AI모빌리티사업단장은 "KT 커넥티드카 서비스를 사용하는 가입자는 올해 4월 기준 350만명을 넘어섰고, 이는 국내 커넥티드카 서비스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며 "순수 제조사 기준으로 보면 74%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고 했다.
SK텔레콤은 자동차 전용 AI 플랫폼 '누구 오토'를 볼보자동차 등에 공급하고 있다. 누구 오토는 음성 명령으로 길찾기, 음악 재생, 에어컨 및 시트 열선 제어, 문자‧전화, 차내 라디오‧볼륨 제어 등이 가능하다. 자회사 티맵모빌리티를 통해서는 자동차용 내장형 내비게이션 '티맵 오토'도 볼보,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르노코리아 등에 공급 중이다. OTT 자회사 웨이브는 지난해 현대차그룹과 함께 MOU를 맺고 콘텐츠 개발 및 전용 플랫폼 구축에 착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