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청주 SK하이닉스 M15 공장 전경. /SK하이닉스 제공

SK하이닉스가 올해 들어 잇달아 세계 최초 타이틀을 따내며 메모리 반도체 1위 삼성전자를 위협하고 있다. 통상 D램의 경우 공정전환 속도가 삼성전자에 비해 6개월에서 1년 이상 뒤처졌다. 하지만 10㎚(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대 초반 공정에 가까워지면서 사실상 추월에 성공했고, 취약점으로 꼽혔던 낸드플래시 분야에서도 신기술을 가장 먼저 정착시키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현재 10㎚ 5세대 서버용 DDR5 D램 양산을 준비하고 있으며, 올 3분기부터 본격적으로 공급되는 DDR5 D램 물량 상당수를 점유할 것으로 관측된다. DDR5 D램은 2020년 7월 국제반도체표준협의기구(JEDEC)가 발표한 최신 D램 규격으로, 현재 범용으로 쓰이는 DDR4보다 2배가량 높은 성능을 갖췄다. 서버 시장에선 아직 DDR4 D램이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교체 수요가 높다. BNK투자증권은 “SK하이닉스의 DDR5 비중(서버 매출 중)은 1분기 말 20% 중반에서 2분기 40%, 하반기 50% 이상으로, 시장 선점을 통한 수혜가 집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선단 공정으로 DDR5 시장 선점… 인텔 인증도 획득

SK하이닉스는 올해 1월부터 10나노급 4세대(1a) DDR5 서버용 D램으로 가장 먼저 인텔 인증을 획득한 바 있다. SK하이닉스가 진행하는 인증 절차는 ‘인텔 데이터센터 메모리 인증 프로그램’으로, 이 프로그램은 인텔의 서버용 플랫폼인 제온 스케일러블 플랫폼에 사용되는 메모리 제품의 호환성을 공식 인증하는 절차다. DDR5는 차세대 D램 규격으로, 중앙처리장치(CPU)와 결합해 사용된다. 인텔은 지난 1분기에 DDR5를 지원하는 사파이어 래피즈 CPU를 내놓아 점차 DDR5가 서버 시장에서 확대되는 추세다.

SK하이닉스는 D램 3강 중에서 현재까지 유일하게 인텔 인증을 획득했으며, 이는 서버용 DDR5 시장을 선점하는 발판이 될 전망이다. D램 시장 1위인 삼성전자의 경우 올해 2분기 말부터 서버용 DDR5 D램을 본격 공급할 것으로 예상되며, 미국 마이크론의 경우 아직 준비가 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여기에 SK하이닉스는 지난 5월 최선단 공정인 10나노급 5세대(1b) D램 개발을 완료하고, 해당 기술을 적용한 서버용 DDR5에 대해 인텔과의 호환성 검증에 돌입했다.

회사는 1b DDR5에 ‘HKMG(High-K Metal Gate)’ 공정을 적용해 1a DDR5 대비 전력 소모를 20% 이상 줄였다. HKMG 공정은 유전율(K)이 높은 물질을 D램 트랜지스터 내부의 절연막에 사용해 누설 전류를 막고 정전용량을 개선한 차세대 공정이다. 속도를 빠르게 하면서도 소모 전력을 줄일 수 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인텔 인증이 중요한 이유는 인텔이 서버용 CPU 시장의 90% 수준을 차지하고 있는 사실상 시장 지배자이기 때문”이라며 “인텔 CPU와 함께 짝을 이룰 최적의 D램으로 SK하이닉스가 선정된 것이며 호환성, 연산 성능 측면에서도 검증이 끝났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유리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약점이었던 낸드 사업도 시장 선도자로

SK하이닉스가 양산에 돌입한 238단 4D 낸드와 솔루션 제품. /SK하이닉스 제공

낸드플래시 분야에서도 SK하이닉스의 신기술에 속도가 붙었다. 지난 8일 SK하이닉스는 업계 최고층 238단 4D 낸드플래시 양산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이전까지는 낸드플래시 시장 1위인 삼성전자의 236단, 미국 마이크론이 양산한 232단 낸드플래시가 세계 최고층이었다. SK하이닉스는 238단 낸드플래시를 기반으로 스마트폰과 PC용 cSSD(Client SSD) 솔루션 제품을 개발, 5월에 양산을 시작했다. 스마트폰을 생산하는 해외 고객사와 제품 인증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SK하이닉스는 업계 최초로 4D 구조를 도입했다. SK하이닉스는 ‘PUC’(Peri Under Cell)이라는 기술을 도입했는데, 이는 낸드의 정보 저장 단위인 셀(Cell) 아래에 회로를 집어넣어 공간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기술이다. 이를 통해 셀을 수직으로, 수평으로도 더 많이 집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거대 인공지능(AI) 모델용 메모리 제품으로 꼽히는 HBM(고대역폭메모리)도 SK하이닉스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과거 AMD와 함께 첫 상용화 HBM 제품을 개발한 SK하이닉스는 현재 HBM3(4세대)를 양산하는 유일한 회사다. 엔비디아에 해당 제품을 글로벌 메모리 기업 중 유일하게 공급하고 있다. 현재 HBM 매출은 전체 10% 수준에 불과하지만 내년으로 갈수록 비중이 20% 이상으로 높아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메모리 한파와 지난해 4분기부터 단행한 감산에 따라 시장 점유율과 매출, 영업이익 등 주요 경영지표가 흔들리고 있지만 회사의 기술 경쟁력에는 흔들림이 없을 것”이라며 “하반기부터는 과감한 기술 전환과 연구개발 성과가 빛을 발하면서 가시적인 결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