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돈 토마토시스템 대표는 '컴퓨터를 짝사랑했던 문과생'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한다. 충남 홍성에서 초등학교 6학년때 상경한 그는 "공대 가면 잘해봤자 공장장이지, 경영학과 가면 사장이 된다"라는 형의 말을 듣고 1981년 고려대 경영학과에 입학했다. 그러나 어릴 때부터 컴퓨터를 동경했던 그는 대학교 3학년 여름방학에 서울 봉천동에서 버스로 1시간 거리에 있는 신촌까지 컴퓨터학원을 다녔다.
이 대표는 1988년 대학 졸업 후 LG CNS(옛 에스티엠) 기획팀에 입사하면서 새로운 기회를 잡았다. 에스티엠이 LG전자 등 다수 계열사 전산실을 통합하는 과정에서 개발자가 부족하자, 입사 6개월차 신입사원이던 그는 개발자가 되겠다고 자원했다. 10주짜리 사내 개발 프로그램 시험을 통과하기 위해 매일 밤을 새며 코딩 공부를 했다. 코딩 시험을 통과한 그는 공공사업본부에서 대학교 학사관리 시스템을 디지털화하는 작업을 맡게 됐다. 1994년 이화여대를 시작으로 국내 대학에서 종이에 수기로 진행하던 수강신청 등 대학 학사 업무를 PC에서 구현하도록 도왔다.
이 대표는 다수 대학이 디지털 전환에 나서는 것을 보고 지난 2000년 에스티엠에서 만난 동료 개발자 7명과 함께 대학 전산화 시스템 구축 사업을 하는 토마토시스템을 창업했다. 창업 멤버들은 퇴직금을 십시일반으로 모아 5000만원의 자본금을 마련했고, 서울 서초동 4평 남짓한 사무실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 "처음엔 대학 정보화로 시작, 이젠 보다 다양한 고객사까지 확보"
"대학 내 수강신청, 인사 및 재무 관리 등의 시스템을 디지털화하면서 사업을 시작했다. 토마토시스템의 목표는 공공기관, 금융권, 제조업 등에 이르기까지 개발자를 대상으로 인공지능(AI) 기능이 탑재한 UI·UX(사용자 인터페이스·사용자 경험) 솔루션을 확산하는 것이다. 이러한 솔루션 고도화를 위해 코넥스에서 코스닥으로 이전하면서 자금을 마련하고 있다."
지난달 22일 서울 논현동 사무실에서 만난 이상돈(66)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토마토시스템의 대표적 솔루션은 2010년 출시된 대학 정보화 시스템 솔루션 엑스캠퍼스(eXCampus)와 2017년 출시된 웹표준 기반의 통합 UI·UX 개발 플랫폼인 엑스빌더6(eXBuilder6)다. 올 4월엔 코넥스에서 코스닥으로 이전했다.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271억원과 75억원으로 연평균 성장률 19.7%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토마토시스템 고객은 정부와 공공 분야 115곳, 금융 및 보험 31곳, 제조업체 등 기업 257곳, 대학교 105곳으로 구성됐다.
토마토시스템은 대기업이 잘 뛰어들지 않는 대학이라는 틈새 시장에서 사업을 전개했다. 소위 'SKY 대학'이 2000년대 전후로 전사적자원관리(ERP)를 도입하는 등 수요가 커지면서 토마토시스템의 사업도 성장했다. 엑스캠퍼스는 수강신청 등 학생관리, 인사와 회계 시스템 등 대학 관련 업무를 PC와 모바일에서 진행할 수 있도록 돕는다. 예컨대 엑스캠퍼스 솔루션을 적용한 대학의 경우 과거 학사지원실에 직접 방문해 확인해야 했던 성적표를 온라인 웹사이트에서 볼 수 있게 했다.
이 대표는 "대기업이 직접 수주해서 하기엔 작은 규모지만 우리에겐 천금과도 같던 대학교 일거리를 하면서 사업을 확장했다"라며 "시스템을 한 학교에서 구축하고 A/S를 잘해주다 보니 대학교 전산실 직원들 사이에 입소문이 났다. 10여개 경쟁사가 관련 사업을 그만둔 상태다"라고 했다.
그는 "대학 관련 사업에 머무르지 않고, UI·UX 솔루션을 더 고도화하면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엿볼 것이다. 아직 국내 소프트웨어 솔루션 시장 규모가 2000억원에 머무르고 있다"라며 "그러나 반도체나 냉장고에 탑재되는 화면 구성에 필요한 UI 소프트웨어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면 미래 시장 가치는 10배 이상 커질 것이다"라고 했다.
엑스빌더6은 개발자들이 웹사이트를 개발할 때 편리하게 각종 코딩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솔루션이다. 직장인들이 문서나 PPT를 작성할 때 한글이나 파워포인트의 도움을 받듯이, 개발자들은 엑스빌더6 플랫폼을 활용해 코딩을 한다. 메모장이나 무료 문서편집기에서 작업을 하던 개발자가 엑스빌더6을 사용하게 되면 코드 자동 생성 등이 빠르고 편리하게 구현된다.
이 대표는 엑스빌더6의 강점은 적은 유지보수 비용과 높은 성능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엑스빌더6는 소프트웨어가 하나의 덩어리가 아니라, 각 모듈(최소 단위의 기능으로 동작하는 코드의 모음)을 따로따로 고칠 수 있도록 레고처럼 만들었다"라며 "이 때문에 유지보수를 할 일이 생기면 전체 소프트웨어를 뜯어고치지 않고 특정 부분만 보수하면 되기에 다른 소프트웨어 대비 유지보수 비용을 10분의 1로 줄였다"라고 했다. 또 "소프트웨어가 모듈화됐기 때문에 복잡한 웹사이트 화면도 다른 소프트웨어 대비 3~4배 빠르게 나타난다"라고 했다.
토마토시스템은 AI를 회사의 신성장동력으로 보고 있다. 회사는 2020년 자체 AI엔진을 보유한 솔샘을 인수하고 AI사업본부를 신설했다. 2018년 설립된 솔샘은 AI 기반으로 자연어 처리 및 데이터 분석도구를 제공하는 업체다. 특허청, 법무부, 통일부, SK하이닉스 등의 빅데이터를 분석한 경험이 있다.
이 대표는 "AI 자체는 돈이 되지 않는다. 결국 AI를 특정 소프트웨어와 통합해서 돈을 벌어야 하는데, 솔샘처럼 기술력은 있지만 마케팅 역량이 없는 회사를 인수해 우리 소프트웨어와 함께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고자 했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회사는 콜봇(상담 챗봇), 학사봇(학사 관련 궁금한 점을 대답해주는 챗봇), 특허매칭서비스 등 AI 관련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대표는 "AI 관련 기능을 기존 소프트웨어에 넣고 가격을 올려 패키지로 팔기도 하고, 별도 기능으로 추가 판매를 하기도 한다"라고 했다.
그는 "창업 당시인 2000년이 벤처붐이라 'ㅇㅇ닷컴' 등 비슷한 이름들이 많았지만 기억에 남는 곳은 하나도 없었다"라며 "아무리 좋은 이름도 남들이 기억 못하면 소용없다. 벤처붐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선 이름이 눈에 띄어야 해서, 세계 어디서나 이름이 똑같고 특이한 '토마토'로 사명을 결정했다"라고 했다. 이어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를 중심으로 해외 진출도 준비하겠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