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5세대 이동통신)가 상용화된지 5년차에 접어들었지만 ‘진정한 의미의 5G’를 구현할 단독규격(SA) 기술은 여전히 미완의 수준에 머물고 있다. 업계에서는 SA 기술의 진화를 발판으로 6G(6세대 이동통신) 상용화가 이뤄질 전망인 만큼 정부의 정책적인 독려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일 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달부터 통신 3사의 5G 품질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평가 기준은 비단독규격(NSA)이다. SA 적용 단말이 적어 표본 확보가 어렵다는 게 이유로 꼽힌다. 통신요금정보포털 스마트초이스에 따르면 5G가 상용화된 2019년 이후 국내 통신 3사가 판매해온 5G 스마트폰은 61종에 달하는데, 현재 시중에 판매 중인 SA 적용 5G 스마트폰은 25종뿐이다.
통신사들은 현 시점에서 SA 도입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SA는 데이터와 인증·제어신호 처리 등을 모두 5G 망에서 단독 처리해 이론상 ‘순수 5G’로 불리지만, LTE 망과 5G 망을 결합해 사용하는 NSA 대비 속도가 느리다는 단점이 있기 때문이다. LTE 망의 최대 다운로드 속도가 1Gbps, 5G 망의 최대 다운로드 속도가 1.5Gbps라고 가정할 때 NSA를 활용하는 통신사가 낼 수 있는 최대 다운로드 속도는 둘을 더한 2.5Gbps가 된다.
업계가 ‘차세대 SA’ 개발에 집중하는 이유다. 현존하는 SA는 국제이동통신표준화기구인 3GPP가 규정한 4가지 5G 규격 가운데 두 번째인 ‘옵션2′에 해당하는 기술이다. ‘옵션1′은 LTE, ‘옵션3′는 NSA다. 차세대 SA는 ‘옵션4′로, NSA와 마찬가지로 LTE 망과 5G 망을 동시에 쓰는 형태지만 LTE가 작동하지 않을 경우 5G 단독으로 통신이 가능하다는 차이가 있다.
통신사들이 SA를 못 놓는 건 지연속도 때문이다. SA는 서로 다른 망을 각각 거칠 필요가 없어 지연속도가 짧다. 지연속도가 짧다는 건 단말에서 보낸 데이터가 기지국, 교환실, 서버 등을 거쳐 다시 단말로 돌아오는 시간이 적게 든다는 뜻이다. 6G 시대 핵심 산업으로 꼽히는 자율주행차, 도심항공교통(UAM) 등은 지연속도가 짧으면 짧을수록 완성도가 높아진다. 그래야 사고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차세대 SA는 NSA(속도)와 SA(초저지연)의 장점을 모두 갖는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 단계의 SA로는 B2C 고객의 외면을 받을 것이란 게 중론이다”라고 전했다. 실제로 세계이동통신공급자협회(GSA)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5G 망을 구축한 524개 기업 중 SA를 도입한 기업은 116개로 전체의 22.1%에 불과하다.
다만 차세대 SA는 구현이 쉽지 않다. 국내에서는 SK텔레콤이 삼성전자와 상용망 장비 환경에서 이 기술을 검증하는 데 성공했지만, 당초 목표로 제시했던 ‘연내 상용화’는 어려울 전망이다. 일각에서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정부가 6G 상용화 시점을 타국 대비 2년 앞당긴 2028년으로 제시한 만큼 기업들의 자체적인 투자 확대에만 기대지 말고 적극적으로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2025년까지 1917억원을 6G 원천기술개발에 투자할 계획이다. 2028년까지 6253억원을 투입하는 6G 산업기술 개발사업 정부 예비타당성조사도 추진 중이다. 경쟁국과 비교하면 작은 규모다. 미국은 2027년까지 약 30조원 규모의 투자를 예고했다. 2020년 세계 최초로 SA 상용화를 선언한 미 통신사 T모바일은 지난해 말 중대역 5G 주파수를 사용하는 SA 전국망을 선보였다.
김사진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기술개발평가총괄팀 수석연구원은 “미국은 6G를 미래 신산업 성장 및 경제 안보의 핵심 기반 기술로 인식해 대규모 투자와 선제적 지원을 강화하며 치열한 경쟁을 본격화하고 있다”며 “미래 네트워크 주도권을 선점하려면 5G 한계를 뛰어넘는 6G 기술은 반드시 필요하기에 각 국가의 추진 현황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통해 6G를 전략적으로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