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이 31일 오후 서울 중구 청계광장 인근에 분신해 숨진 건설노조 간부 고(故) 양회동(50)씨 분향소를 기습 설치했다. 경찰은 이를 철거하고, 분향소 설치를 시도한 민노총 조합원 4명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현장에서 체포했다.

31일 서울 청계광장 인근에서 경찰이 민주노총이 기습 설치한 건설노조 간부 양회동씨 분향소를 철거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노총은 이날 오후 4시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인근에서 건설노조, 금속노조 조합원 등 총 2만명이 참여한 가운데 총력투쟁대회를 개최했다. 오후 5시20분쯤 집회를 마친 후 자진 해산했다가, 오후 6시 35분쯤 직선거리로 300m쯤 떨어진 서울파이낸스센터 건물 앞에 기습적으로 분향소를 설치했다.

경찰은 서울시 요청을 받고 분향소 철거에 나섰다. 경찰은 "관리청의 허가 없이 도로상에 천막을 설치하는 것은 도로법 위반"이라며 "지자체에서 허가하지 않은 불법 시설물 설치는 안 된다"고 경고 방송을 하며 분향소를 철거에 나섰고, 오후 7시6분쯤 철거 작업을 마쳤다.

분향소를 지키려는 민노총 조합원들은 격렬하게 저항했고, 실랑이가 격해지며 물리적 충돌을 빚었다. 팔 골절과 과호흡 등으로 3명 이상이 소방 당국이 투입한 119구급차로 옮겨졌다. 경찰은 민주노총 분향소 설치를 시도한 조합원 중 4명을 공무집행방해 현행범으로 체포해 연행했다.

민노총 건설노조 등은 분향소 설치를 시도한 서울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오후 7시부터 야간집회 형식으로 '양회동 열사 추모 촛불문화제'를 열고 있다. 경찰은 분향소 설치·철거와는 무관하게 건설노조 집회가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협조한다는 입장이다.

11일 오후 경기 수원시 경기남부경찰청 앞에서 전국건설노동조합 경기도 건설지부 조합원들이 고(故) 양회동씨를 추모하는 집회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건설노조 강원지부 간부였던 양회동씨는 구속영장 실질 심사를 앞둔 지난 1일 분신했다. 양씨는 같은 강원지부 조합원 2명과 함께 폭력행위처벌법상 공동공갈,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영장이 체포된 상태였다. 이들은 지난해 4월부터 올해 2월까지 강원 지역 건설현장에서 조합원 채용을 강요하고 현장 간부 급여를 요구하는 등 건설업체들로부터 8000여만원을 뜯어낸 혐의를 받았다. 양씨는 분신 다음 날인 지난 2일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숨졌다.

민노총은 양씨를 '열사'라고 부르고 있다. 건설노조는 양씨의 장례를 노조장(葬)으로 치렀다. 양씨의 빈소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찾아 조문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양씨가 분신한 데 대해 "한없는 분노를 느낀다. 원천적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건설현장에서 발생하는 폭력, 이른바 '건폭(建暴)' 근절에 나선 것이 잘못이라는 취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