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3사가 '결합할인' 상품을 확대하고 있다. 가입자들의 잇따른 '알뜰폰 엑소더스'에 꺼내든 대책이다. 2·3위 사업자인 KT와 LG유플러스는 알뜰폰과의 결합 상품까지 출시하며 가입자 이탈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25일 SK텔레콤에 따르면 회사가 지난해 9월 출시한 유무선 결합 상품 '요즘가족결합'의 가입자는 절반 이상(이달 1일 기준)이 1인가구다. 가입자 1명이 이동전화와 인터넷·IPTV(인터넷TV)를 결합해 요금을 할인받는 형태가 전체 가입자의 52%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요즘가족결합은 '가족결합'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지만 이동전화 1회선 가입자도 쓸 수 있어 1인가구 증가와 가계 통신비 절감 트렌드 속에서 호응을 얻었다고 SK텔레콤은 분석했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 3월 말 기준 유무선 결합상품 신규 가입자의 80%가 요즘가족결합 가입자였다"면서 "1~2인 가구 비중이 계속 늘어나는 상황에서 고객의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을 감안해 더 세분화한 서비스를 내놓을 계획이다"라고 했다.
요즘가족결합은 예비 부부 등 같은 주소지에 사는 경우도 묶어 요금 할인을 제공한다. 앞서 KT와 LG유플러스도 비슷한 상품을 내놨다. KT는 종이 청첩장, 예식장 계약서 등을 제출하면 가족관계 증명서 없이도 결합할인을 제공하는 '신혼미리결합' 상품을, LG유플러스는 친구나 연인 등 최대 5명이 가입할 수 있는 '투게더결합' 상품을 마련했다.
통신 3사는 대외적으로 사회 변화를 고려한 정책이라고 설명하지만, 업계의 해석은 다르다. 알뜰폰 사업자들의 지배력 확대를 견제해 상품군을 넓히는 전략이란 지적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무선 통신서비스 통계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통신 3사 가입자는 전년 동기 대비 100만3423명 감소했다. 같은 기간 알뜰폰 가입자는 121만3796명 증가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통신 3사의 가입자 감소 추세를 이미 굳어진 흐름으로 보고 있다.
현재 가족결합 상품은 기존 통신사 가입자들이 알뜰폰으로 이동하는 데 가장 큰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결합을 깨면 요금 할인율이 낮아지는 등 불이익을 겪기 때문이다. 업계는 통신사들이 확대된 가족의 개념을 적극 반영하며 결합 상품을 놓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본다. 업계 관계자는 "결합 상품이 통신사들의 '마지막 보루'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통신 3사는 계속해서 관련 상품을 늘려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로 통신 3사는 최근 결합할인을 포함한 온라인 요금제도 하나둘 선보이고 있다. 원래 온라인 요금제는 가족결합 할인이 불필요하고 언제든 위약금 없이 다른 요금제로 갈아타기를 원하는 1인가구 등을 겨냥해 출시한 상품이었다. 정부의 통신비 인하 요구에 따른 것이지만, 통신사 입장에서 크게 손해보는 장사는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약정 승계를 못하게 하는 등 당장 가입자가 늘지 않도록 제약을 뒀기 때문이다.
KT와 LG유플러스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알뜰폰 가입자를 위한 결합 상품을 내놨다. KT는 자회사 KT엠모바일을 통해 '아무나결합' 상품을 출시했다. 아무나결합은 가족, 친구뿐만 아니라 KT엠모바일 가입자끼리 결합해도 무료 데이터 최대 20GB를 제공한다. LG유플러스는 KB국민은행 리브엠 등 18개사와 제휴해 자사 인터넷, IPTV 등과 결합할 수 있는 상품을 출시했다.
소비자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40대 직장인 김씨는 "멤버십 등 통신사 혜택을 다 누릴 게 아니라면 알뜰폰으로 옮기는 게 이득이다"라며 "통신사는 할인받는 방식이 까다로운데 그만큼 할인폭이 큰 것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30대 직장인 박씨는 "월 요금만 보면 알뜰폰이 낫지만 결합 시 이용 편의성을 따지면 통신사가 낫다"고 했다.
결합 상품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적지 않다. 20대 직장인 최씨는 "시간이 없어서 대리점을 방문하면 무조건 결합 상품을 추천하는 분위기여서 거부감이 든다"며 "약정을 보면 '일부러 복잡하게 써서 소비자를 속이는 게 목적인가'라는 느낌이 들 때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