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과학기술연구전문 노동조합 로고. /과기연전 노조 제공

25일 오전 8시 대전시 유성구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정문 앞. IITP 직원 60여명이 전국과학기술연구전문노동조합(과기연전 노조) 창립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45인승 버스 2대에 나눠 탑승했다. 창립기념식이 열리는 곳은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 이들이 기관에 기재한 이날 근무 형태는 '출장'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연구기관으로 구성된 과기연전 노조가 이날 오전 11시 에버랜드에서 '노조 창립 제15주년 기념식'을 열었다. 과기연전 노조에는 정보통신기획평가원와 함께 과학기술인공제회, 자동차융합기술원, 전략물자관리원,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한국원자력연구원, 한국전자기술연구원 등 15개 지부 소속 4000여명이 활동하고 있다.

노조는 이날 기념식에 참석하는 조합원 300여명에게 에버랜드 자유이용권과 점심 식사권 등을 제공했다. 노조 창립 15주년을 기념해 조합원 단결과 화합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 에버랜드에서 기념식을 열었다는 게 노조 측 설명이다.

이 과정에서 조합원들은 소속 기관에 공가(公暇) 또는 출장으로 근무 형태를 기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세금으로 급여를 받는 공공기관 직원들이 공공 업무를 한 것으로 취급되는 공가나 출장 형태로 노조 행사에 참여한 것이다.

노조 측은 사측과 맺은 '단체 협약'으로 보장되는 유급 노조 활동인 만큼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과기연전 노조 관계자는 "각 지부 조합원이 유급 노조 활동에 참석하는 과정에서 근무 형태를 기입해야 하기 때문에 공가나 출장으로 표기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노조 행사에 참여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단체협약에 명시된 만큼 문제가 될 부분이 없다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실제 과기연전 노조는 13개 기관과 지난해 5월 이런 내용이 포함된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조합원이 근무시간 중이라도 노조가 주관하는 각종 선거와 창립기념식 등에 참여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노조가 단체협약이 각 기관의 복무규정보다 우선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대통령령인 공무원 복무규정에는 노조 활동을 근무시간에 할 수 있다는 내용이 없다. 노사가 단체협약으로 관련 내용을 포함해도 법적으로는 공가나 출장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다만 공공기관 직원들은 법으로 규정한 '공무원'에 해당하지 않아 이런 규정을 받지 않는다. 그럼에도 공공기관 대부분이 공무원 복무규정을 준용(準用)하는 만큼 공무원 복무규정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는 게 전반적인 평가다.

공공기관들은 직원들이 출장으로 근무형태를 기재하고 노조 행사에 참여한 것에 대해 "억지로 막을 수 없다"라고 설명한다. 한 연구원 인사팀 관계자는 "'별도로 기재할 수 있는 근무 형태가 존재하지 않아 출장이나 공가 형태로 직원들이 기재한 것 같다"라며 "노조와의 단체 협약에 '유급 노조 활동'이 포함된 만큼 막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라고 했다.

노조 측은 출장비를 포함한 모든 비용을 노조에서 100% 지급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또 다른 노조 관계자는 "기념식에 참석하는 조합원의 유급 조합 활동은 단체협약에 포함된 정당한 활동"이라며 "각 기관별로 기념식 활동만 보장해 준다면 근무형태는 어떻게 기재할지는 관여하지 않았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