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케이블TV(SO) 업계가 경영난을 겪고 있다. 동영상 온라인 서비스(OTT), IPTV(인터넷TV) 산업의 성장으로 가입자 수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지상파에 지불하는 재송신료가 꾸준히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주요 매출원인 지상파 주문형 비디오(VOD) 사업도 부진하면서 케이블TV 업체들의 생존게임이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24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케이블TV 가입자 수는 1273만 회선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1.5%, 2019년 대비 6.1% 줄어든 수치다. 케이블TV 가입자 수는 2009년 1530만 회선을 기록한 후 매년 2%씩 하락하고 있다.
반면 전체 유료방송과 IPTV 가입자 수는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최근 발표한 유료방송 가입자 수와 시장 점유율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유료방송 가입자 수는 3624만8397명으로 올해 상반기 3600만5812명 대비 0.67% 늘었다. 이 가운데 IPTV 점유율은 56.74%로 2017년 하반기 이후 케이블TV 가입자 수를 넘어서면서 격차가 계속해서 확대되고 있다. 케이블TV 가입자가 IPTV로 꾸준히 넘어가는 상황에서 OTT 산업의 성장세가 더해지면서 케이블TV 산업의 하락세가 빨라지고 있다는 의미다.
◇VOD 매출 3년 새 40%↓… 지상파 재송신료는 매년 12%↑
케이블TV 가입자 수가 꾸준히 줄면서 VOD 매출도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VOD 매출은 2018년 1561억원까지 늘었지만 이후 계속 감소하면서 2021년 933억원으로 3년 만에 40% 넘게 급감했다. 업계는 VOD 매출이 올해 700억~800억원 수준으로 쪼그라들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케이블TV방송협회 관계자는 "OTT와 유사한 형태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VOD 매출은 2019년부터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라며 "가입자 수 증감을 감안해도 감소세가 뚜렷한데, 이는 OTT 성장에 따른 경쟁 압력 증가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VOD 매출 하락은 무료로 제공되는 VOD인 FOD(Free On Demand) 서비스에 대한 이용률 감소로 확산하고 있다. FOD는 지상파 인기 프로그램을 케이블TV 업체가 구입해 2007년부터 무료로 제공해 인기를 끌었다. MBC 드라마 '장금이', SBS 시트콤 '순풍산부인과' 등의 역주행 열풍도 FOD가 있어 가능했다. 하지만 OTT와 유튜브를 찾는 이들이 늘면서 FOD를 찾는 이들이 사라졌고, 2018년 1억7292만회에 달했던 시청 수는 지난해 3353만회로 70% 급감했다.
반면 케이블TV 업체들이 지상파에 지급하는 재송신료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지상파 재송신료는 지상파 채널을 방송하는 대가로 케이블TV 업체가 지급하는 송신료를 말한다. 지상파는 방송 송출 중단 등을 무기로 재송신료를 매년 올리고 있다. 지상파 3사가 케이블TV 등으로부터 받는 재송신료 매출은 2017년 2350억원에서 2021년 4079억원으로 연평균 12.2% 올랐다.
◇"지상파 콘텐츠 가치 재평가 필요, 채널별 산정 계약 합쳐야"
전문가들은 케이블TV의 생존을 위협하는 지상파 재송신료 산정 방식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지상파와 케이블TV간 협상력의 균형을 확보해야 소모적인 분쟁을 피하는 동시에 OTT 산업의 공세에서 생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용희 동국대 영상대학원 교수는 유료방송 플랫폼에서 지상파 콘텐츠의 상품성을 확인하는 재평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2013년까지 케이블TV가 지상파 콘텐츠를 활용해 가입자 수를 늘린 효과가 분명히 있지만, 이후 10년간 지상파가 케이블TV 업계에 어떤 성과를 돌려줬는지는 의문"이라며 "지상파 콘텐츠가 케이블TV 산업에 기여한 부분을 따지는 성과 연동제 방식으로 지상파 재송신료를 산정해야 한다"라고 했다.
채정화 서강대 ICT법경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지상파와 종편 등 채널별로 나눠진 재송신료 산정 계약을 함께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채 연구원은 "각 채널별로 다른 기준과 방식으로 재송신료 대가 산정 계약 협상이 이뤄지고 있는데, 시청자 입장에서는 채널의 차이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라며 "같은 테이블에서 협상하고 논의하는 등 기존 정책을 되짚어봐야 한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