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TV(IPTV) 시장이 급격한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조선DB

인터넷TV(IPTV) 시장에 비상이 걸렸다. 1인가구 증가로 가입자 수와 주문형비디오(VOD) 매출이 줄고 있기 때문이다. 통신 3사는 더 이상 가입자 유치를 통한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기존 IPTV에 새로운 사업 모델과 단말을 결합하며 돌파구를 찾고 있다.

23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2022년 하반기 유료방송 가입자 수와 시장 점유율'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IPTV 가입자 수는 2056만명으로 직전 반기보다 36만명(1.78%) 느는 데 그쳤다.

통신 3사는 '올 게 왔다'는 분위기다. LG유플러스는 올해 1분기 가입자 수가 전년 동기 대비 4만2000명 감소한 536만8000명을 기록했다. SK텔레콤(SK브로드밴드)과 KT의 가입자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0만7000명, 21만5000명이 증가한 940만1000명, 945만1000명으로 집계됐지만 긴장을 늦출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강국현 KT 커스터머부문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국의 유료방송 사업자가 다 힘든 상황이다"라며 "이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기도 하다. 한국은 아직 전체 시장 규모가 줄지 않아 그나마 잘 견디고 있는 것이라 판단한다"고 말했다.

2022년 하반기 월별 인터넷TV(IPTV) 가입자 수(시장점유율 산정 기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가입자 증가폭이 줄어든 영향은 실적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SK브로드밴드의 올해 1분기 유료방송(IPTV+케이블TV) 매출은 472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이 0.3%대에 머물렀다. SK브로드밴드는 지난해 1분기 유료방송 매출이 4710억원을 기록하며 2021년 1분기 대비 3.9% 늘었다고 강조한 바 있다. KT와 LG유플러스도 마찬가지다. KT는 올해 1분기 IPTV 사업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8% 증가했다고 밝혔는데, 지난해 1분기에는 "2021년 1분기 대비 9.3% 늘었다"고 했었다. LG유플러스는 올해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0.3% 늘어난 IPTV 매출(3336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에는 "2021년 1분기 대비 10.6% 증가했다"고 밝혔다.

업계는 가입자 증가세가 주춤한 원인을 1인가구 증가에서 찾는다. 1인가구는 IPTV 이용률이 가장 낮은 가구인데, 장기적으로 혼인율이 낮아지면서 인구 감소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체 IPTV 시장의 파이가 준다는 소리다. 이에 통신 3사는 아이 한 명을 위해 부모, 조부모, 외조부모, 이모, 삼촌 등이 지갑을 여는 '8포켓 트렌드'에서 착안, 키즈 콘텐츠를 강화 중이지만 출생률이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어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나라 출산률은 지난해 0.78명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2022 방송매체 이용행태조사'에 따르면 1인가구의 유료방송 가입률은 83.3%로 전체 가구의 92.7%보다 약 10%포인트(P) 낮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1인가구는 2021년 기준 716만5788가구로, 전체의 33.4%에 육박한다. 통계청은 국내 1인가구가 2030년 830만가구, 2040년 910만가구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1인가구 증가는 VOD 매출 감소와도 직결된다. 1인가구는 VOD 대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이용률이 높기 때문이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지난해 발표한 'OTT 무료 및 유료 이용자 비교 분석'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유료 OTT 서비스를 복수로 구독하는 이용자 가운데 1인가구 비율은 26.6%로, 전체 OTT 이용자 중 1인가구가 차지하는 비율(15.9%)보다 10%포인트(P) 가까이 높았다. 방통위의 '2022년도 방송시장경쟁상황평가'에 따르면 유료방송사업자의 VOD 매출은 2018년 6590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2019년부터 매년 하락하고 있다.

2021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유·무료 이용 타입별 주거 행태 분포(단위: %).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인구구조 변화'라는 거대한 산을 마주한 통신 3사는 가입자 1인당 매출액을 올려 매출 성장세를 유지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셋톱박스 시청 이력을 바탕으로 맞춤형 광고를 제공하는 '어드레서블TV 광고'가 한 예다. 3사는 2021년 8월 어드레서블TV 광고 통합 플랫폼을 공동 구축해 현재 MBC, SBS 등의 채널에서 어드레서블TV 광고를 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어드레서블TV 광고가 매출 증대에 어느 정도 기여하는지에 대한 최신 자료는 없지만, 도움이 되는 것은 확실하다"며 "통신 3사뿐만 아니라 도입하는 방송사가 늘고 있다는 사실도 이를 뒷받침한다"고 전했다.

KT가 셋톱박스 제품군 확장에 나선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셋톱박스, 무선인터넷 공유기, 인공지능(AI) 스피커를 하나로 통합한 제품으로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한다는 것이다. KT는 프리미엄 셋톱박스를 KT스튜디오지니, ENA를 중심으로 구축한 콘텐츠 제작·유통 밸류체인과 연계해 가입자 락인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통신 3사는 'OTT 품기' 전략도 펼치고 있다. SK브로드밴드는 지난해 1월 각종 OTT와 스트리밍 채널, 게임 등을 한 곳에 모은 '플레이Z'를 선보였다. 같은해 KT는 '올레tv'를 '지니TV'로 새롭게 개편, OTT를 포함한 모든 방송 콘텐츠를 담은 '미디어 포털'을 표방했다. LG유플러스도 'U+tv'를 'OTT TV'로 개편하고, OTT를 비롯한 실시간 방송과 VOD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올해 1분기 IPTV 가입자가 감소한 LG유플러스의 여명희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IPTV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난해 OTT TV를 출시하면서 OTT 사업자와의 제휴를 확대하고 있으며, 시청 편의성 제고 및 고가치 가입자 증가로 2분기부터는 점차 개선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