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서울 역삼동 조선 팰리스 서울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벤자민 로 ASM CEO가 발언하고 있다. /ASM코리아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회사인 ASM이 한국에 약 1억달러(한화 1312억원)를 투자해 경기도 화성에 두번째 생산라인 설립에 나선다. 오는 2025년부터 본격적으로 가동되는 해당 라인은 불황의 늪을 지나고 있는 반도체 시장 반등 시기에 맞춰 매출 확대를 노릴 것으로 보인다. ASM은 이번 투자 결정 과정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과의 협의를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ASM은 23일 서울 역삼동 조선 팰리스 서울 강남에서 국내 첫 기자간담회를 갖고 경기도 화성시에 제2제조연구혁신센터 확장 발표 및 지속적인 국내 투자 확대를 밝혔다. 벤자민 로 ASM CEO는 이날 "ASM은 미국, 싱가포르, 한국을 가장 큰 거점으로 반도체 장비를 생산하고 있다"며 "이번에 설립되는 2센터에서는 D램, 낸드플래시, 시스템 반도체 등 제조과정에 필수적인 플라즈마원자층증착(PEALD) 장비를 생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매출 규모로 세계 7위인 ASM은 1968년 네덜란드에서 설립되었으며 첨단 반도체 제조에 사용되는 원자층증착(ALD), 에피택시(epitaxy), 플라즈마원자층증착(PEALD), 수직가열로(vertical furnace) 기술 및 장비를 공급하는 기업이다. 특히 싱글 웨이퍼 ALD 시장에서는 매출 규모와 기술력 측면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ALD는 최첨단 반도체 공정에서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기술이다.

벤자민 로 CEO는 "ASM이 한국에서 사업을 시작한건 1989년으로 거슬러 올라갈 정도로 오래됐으며 이후로 몇십년에 걸쳐 한국 기업들과 함께 성장했다"며 "한국은 ASM의 R&D 중심지 중 하나이며 생산거점이고 앞으로도 한국에서의 사업을 확장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에 대대적으로 투자를 확대하는 이유는 한국이 반도체 시장에서 중요한 시장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톱10 반도체 기업 중 두 개가 한국 기업이며 ASM의 고객사이기도 하다"며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D램, 3D 낸드 등의 공정이 첨단화될수록 ASM의 장비가 더 많이 필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ASM은 이번 신규 투자 과정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협의를 거치며 중장기적 수요를 확인하기도 했다. 로 CEO는 "한국 고객사 측에서 장비 생산라인에 대한 증설 요청이 있었으며 한국에서 ASM이 생산하고 있는 플라즈마원자층증착 장비도 중장기적으로 시장이 계속 커질 것이기 때문에 이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ASM이 이번에 설립하는 제2제조연구혁신센터는 1센터에 비해 면적을 50% 더 넓혔다. R&D 공간도 2배로, 생산기지 면적은 3배 늘리기로 했다. 로 CEO는 "올해의 경우 반도체 시황이 어둡지만 반도체 시장은 늘 순환형"이라며 "장기적으로 보면 언제나 우상향을 그리고 있다. 2023년엔 떨어졌다가 2024년 회복한 이후로 계속 성장세를 전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최근 미국 정부가 미국, 일본, 네덜란드 등 세계 반도체 장비 시장을 주도하는 국가들을 상대로 중국으로 장비 수출을 금지하면서 장비 업체들에게 한국 시장은 더욱 중요해진 상황이다. 반도체 첨단 공정에 필요한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만드는 ASML도 한국 시장 확대에 공격적이다. ASML은 2400억원을 투자해 경기도 화성에 신사옥과 부품 재제조시설 등을 짓고 있다.

앞서 반도체 장비 1위 기업인 미국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AMAT)도 경기도에 메모리 장비 연구·개발(R&D) 센터를 건설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한 바 있다. AMAT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주요 고객사로 두고 있다. 매출의 17%가 한국에서 나온다. AMAT는 수원, 용인을 센터 설립 부지로 검토하고 있으며 정부가 클러스터를 조성하기로 한 용인 쪽에 무게를 두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