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통신 시장 경쟁을 활성화하기 위해 '제4 통신사' 유치에 집중하고 있지만 시장의 반응은 차갑다. 투자 대비 수익성이 낮고 정부 규제가 많은 사업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부가 제4 통신사 유치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에는 새로운 통신사가 시장에 진입할 경우 통신요금을 10% 이상 낮출 수 있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21일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지난 11일 발표한 '해외 이동통신 시장 경쟁상황 및 MVNO(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알뜰폰) 현황'에 따르면 2021년 4분기 기준 OECD 국가 평균 통신사 수는 3.6개로 집계됐다. 한국과 미국, 독일, 스위스, 네덜란드 등 17개국이 3개 통신사를 보유하고 있다. 4개 통신사가 활동하는 국가는 일본, 영국, 캐나다, 이탈리아, 스페인 등 16개국이다. 평균적으로 3~4개 통신사가 있다는 의미다. 통신사가 5개인 OECD 국가는 이스라엘과 룩셈부르크 정도다.
신규 통신사 진입, 인수합병(M&A), 통신 사업 종료 등으로 통신사업자는 계속해서 바뀌고 있지만 국가별 평균 통신 사업자 수는 2008년 3.7개에서 큰 변화가 없는 상태다. 통신 3사의 독과점 문제가 국내에만 한정되는 게 아닌 전 세계적인 상황이라는 의미다.
◇ 3개 통신사 대비 4개 통신사 국가, 평균 통신요금 12.4% 낮아
그러나 통신사 수가 늘어날수록 경쟁 상황이 치열해지고, 요금 인하 효과가 가파르게 나타난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GSMA의 '유럽 통신 시장 경쟁 상황'에 따르면 3개 통신사의 5G(5세대 이동통신) 요금제 평균 가격은 2014년 45유로에서 2020년 20유로로 연평균 9% 하락했다. 반면 4개 통신사가 있는 국가의 경우 같은 기간 연평균 하락률이 14%에 달했다. 정부가 제4 통신사를 유치해 경쟁을 활성화하는 이유다.
신규 통신사가 진입한 국가는 그렇지 않은 국가 대비 평균 통신요금이 10.7~12.4% 낮아진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영국 방송통신규제기관인 오프콤에 따르면 신규 사업자가 진입한 국가는 그렇지 않은 국가보다 평균 통신요금(2010~2015년)이 10.7~12.4% 낮았다.
프랑스의 프리모바일(free mobile)과 이탈리아의 일리아드(iliad)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2012년 프리모바일이 사업을 시작하면서 프랑스 전체 통신요금은 평균 10.6% 떨어졌다. 동시에 1위 사업자인 오렌지의 점유율은 3년 만에 7.4%포인트(P) 줄었다. 2018년 시장에 진입한 일리아드의 경우 30기가바이트(GB) 데이터를 5.99유로에 판매하는 저가 정책으로 4년 만에 가입자 850만명을 유치하는 등 정체된 통신 시장에서 메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일리아드의 연평균 가입자 수 증가율은 67%가 넘는다.
◇ 초기 투자 비용만 최소 3000억원 이상, 수익성 낮아 업계 반응 미지근
정부의 제4 통신사 유치 노력에도 신규 사업자를 찾기는 쉽지 않은 상태다. 제4 통신사 후보로 거론되는 대기업들은 대규모 망 설치 비용과 유지 보수를 위한 추가 투자에 부담을 느끼면서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네이버, 카카오, 롯데, 신세계 등 대기업이 제4 통신사 후보로 거론됐지만 초기 투자 비용만 최소 3000억원 이상이 필요해 내부적으로 수익성이 낮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한화시스템이 저궤도 위성통신사업을 위한 기간통신사업자 등록을 추진하고 있지만, 제4 통신사로 출범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업계는 본다. 이미 통신 3사의 망 구축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고, 이동통신 가입자 수도 7800만명을 넘어서는 등 포화 상태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제4 통신사 유치가 혁신 서비스 등장에 따른 통신요금 인하로 이어지는 만큼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박윤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은 지난달 기자들과 만나 "지금까지 일부 기업들이 관심을 보였지만, 아직 뚜렷하게 사업을 하겠다는 단계에 있진 않다"라며 "신규 사업자 선정이 안 되더라도 경쟁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본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