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악화에 시달리는 카카오(035720)가 수도권 자체 통합사옥 설립 추진 동력을 잃었다. 본사 직원만 3000여명에 수백개 계열사를 거느린 대기업으로 성장했지만, 경기도 성남시 판교에서 기약 없는 임대살이를 지속할 전망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당분간 수도권 내 자체 통합사옥 설립을 추진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최근 성남시가 추진하는 '백현 마이스사업'에도 참여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확정했다. 백현 마이스사업은 총 사업비가 2조7000억원에 달하는 도시개발사업이다. 당초 카카오는 이 사업에 참여해 자체 사옥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됐다.
카카오 관계자는 "백현 마이스사업 참여를 검토하다 최종적으로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IT업계에서는 카카오의 자체 사옥 설립 이야기가 꾸준히 나왔다. 카카오의 공식 본사는 제주도에 있지만, 대다수 임직원들이 판교 오피스에서 근무하고 있다.
그럼에도 판교에 변변한 사옥을 갖추지 못하고, 계열사와 임직원 모두 뿔뿔이 흩어져 있어 카카오에게 자체 통합사옥 설립은 오랜 숙원사업이었다.
카카오의 경쟁사인 네이버의 경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에 그린팩토리 사옥을 설립해 사용하다 최근1784 사옥까지 건설했다.
카카오는 지난 2020년 사업목적 변경 세부내역에서 '부동산 임대업'으로 표기된 사업구분을 '부동산 임대업, 개발 및 공급업'으로 확대하기도 했다.
그러다 미래에셋자산운용과 판교 알파돔시티 6-1블록 10년 임대차 계약을 맺고 지난해 입주했다. 알파돔시티는 2007년 한국토지주택공사, 대한지방행정공제회 등 6개사의 투자로 조성된 판교권역 내 대규모 복합단지다.
이 곳에는 카카오 본사를 비롯해 카카오페이, 카카오벤처스, 카카오임팩트, 카카오헬스케어 등 계열사가 입주했다.
카카오는 장기 임대차 계약과 더불어 실적 악화로 자체 통합사옥 마련이 더 어려워졌다는 분석이다. 카카오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711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55% 감소했다. 영업이익률도 4.1%로 주저앉았다.
아울러 고금리 환경에 부동산 시장까지 침체된 상황이다. 앞서 카카오는 전체 사업비 약 3000억원이 필요한 대중음악 공연장 '서울아레나' 착공도 고금리를 이유로 연기했다.
IT업계 관계자는 "현재 주가가 곤두박질치고 실적도 악화된 상황에서 자체 사옥을 건립하겠다고 나서면 주주들의 불신과 저항감이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현재 임대 계약은 추가로 10년을 더 계약할 수 있어 최장 20년까지는 사용이 가능하다"면서 "자체 사옥 마련 등의 여부는 정해지지 않아 현재 오피스를 언제까지 사용할지 답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