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우울증 갤러리'. /온라인 캡처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우울증 갤러리’ 폐쇄가 어려워질 전망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15일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우울증 갤러리’에 대해 자문받은 결과 “커뮤니티 자체를 차단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는 의견을 받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우울증 갤러리에서 심리적으로 불안감이 큰 청소년들의 각종 사건·사고가 이어지고 있어 방심위의 소극적인 태도에 비판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방심위에 따르면 통신자문특별위원회는 최근 경찰이 요청한 우울증 갤러리 게시판 차단 여부에 대해 심의했다. 특위위원 9명 중 5명이 ‘해당 없음’을, 4명이 ‘시정 요구’라는 의견을 냈다. ‘해당 없음’ 의견을 낸 위원들은 차단이 필요한 게시물 양이 많지 않고, 우울증 환자들이 해당 공간에서 위로를 받는 효과가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방심위는 자문 결과를 바탕으로 빠르면 이달 22일 통신심의소위원회를 열어 해당 안건을 심의·의결할 예정이다. 통신소위가 그동안 자문 결과를 대체로 수용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방심위 특별위원회 중 하나인 통신자문특별위원회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22조 제5항에 따라 구성된 법정위원회다. 통신자문특별위원회는 학계, 법조계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9명으로 구성됐다.

디시인사이드는 1999년 개설됐다. 하루에만 게시물이 100만건 이상 올라온다. 디시인사이드 내 우울증 갤러리는 미성년자에 대한 성폭행과 약물 공유, 폭행 등 범죄의 온상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달 16일에는 서울 강남구 한 빌딩에서 10대 여학생 A양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A양은 이 과정을 소셜미디어(SNS)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을 켜둔 채 투신했다. 경찰 조사 결과 그는 우울증 갤러리에서 극단적 선택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하고, 2차 가해글까지 올라오자 우울증 갤러리 차단을 디시인사이드에 이어 방심위에 건의했다.

디시인사이트 측은 선례가 없다며, 갤러리 차단을 거부했다. 갤러리를 폐쇄한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방심위는 같은달 27일 논의 결과 의결을 ‘보류’하고 법률 자문을 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방심위는 자체 규정으로 전체 게시글의 70% 이상이 불법이면 사이트를 폐쇄하도록 하고 있다. 해당 규정을 이번 사안에 적용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방심위가 의결 보류에 그친 사이 사고는 이어졌다. 어린이날이었던 이달 5일 10대 여학생 2명이 한남대교 북단에서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 경찰에 의해 구조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우울증 갤러리를 통해 알게된 둘은 극단적 선택을 하기로 약속하고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우울증 갤러리를 폐쇄하자는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경찰은 강남의 한 빌딩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A양 사건과 관련해 우울증 갤러리에 극단적인 선택을 할 사람을 모집한다는 글을 올린 B씨를 자살방조, 자살예방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경찰은 ‘우울증 갤러리’를 통해 알게된 이들로 구성된 ‘신대방팸’ 관련자들도 수사 중이다.

우종수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이날 경찰청 정례 기자간담회를 통해 “비극적인 사건이 생기기 이전 예방이 최선”이라며 “청소년 범죄는 다른 범죄로 이러질 발전 가능성이 있고,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사법 처리만이 능사가 될 수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