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의 폴더블폰 '메이트X3'./화웨이

중국 화웨이가 유럽에서 최신 폴더블 스마트폰 ‘메이트X3′의 사전예약을 시작했다. 지난달 자국 시장에 이어 두 번째 무대로 유럽을 선택한 것이다. 다만 프리미엄 전략을 내세우면서도 ‘4G(4세대 이동통신) 폰’으로 출시한 게 눈에 띈다. 미국의 제재로 5G(5세대 이동통신) 분야 첨단 기술이 들어간 미국산 부품을 수입할 수 없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미 제재 여파로 구글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 사용이 제한된 화웨이가 메이트X3로 반등을 노리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12일 화웨이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 9일(현지시각)부터 유럽에서 메이트X3에 대한 사전예약을 시작했다. 가격은 2199유로(약 320만원), 배송은 오는 22일부터다.

메이트X3는 화웨이가 멍완저우 순환회장 체제에 돌입하며 내놓은 기대작이다. 화웨이 창업자 런정페이의 딸인 멍완저우는 대(對)이란 제재법 위반 혐의로 지난 2018년 12월 미국 법원에서 체포 영장이 발부돼 3년 가까이 캐나다에서 가택연금 상태로 지내다가 지난해 9월 풀려났다. 중국에서는 미국의 탄압을 이겨낸 ‘영웅’으로 대접받는다. 그는 순환회장직을 맡기 하루 전인 지난 3월 31일 전년도 실적발표에서 화웨이를 ‘매화’에, 미국의 제재를 ‘눈’에 비유하며 “압력이 있지만 자신감은 더 있다”고 강조했다.

멍완저우의 ‘정면 대응’ 의지는 메이트X3 사양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화면 크기, 해상도, 배터리 용량, 충전 속도 등 기계 성능 면에서 메이트X3을 이길 폴더블 스마트폰은 아직까지 없다. 바깥 화면 크기 6.4인치, 해상도 2504x1080에 주사율은 120Hz다. 본체를 펴면 7.85인치에 해상도 2224x2496, 주사율 120Hz인 화면이 나타난다. 4800mAh 배터리를 탑재했으며, 최대 66W의 고속 충전을 지원한다.

화웨이가 메이트X3의 최대 장점으로 내세우는 건 두께와 무게다. 지난 3월 23일 메이트X3 첫 공개 당시 애플의 아이폰14 프로맥스에 비교하며 우위를 자랑하기도 했다. 아이폰14 프로맥스의 두께는 7.85mm, 무게는 240g이다. 메이트X3는 펼쳤을 때 두께가 5.3mm, 무게는 239g이다. 화웨이는 이 밖에 삼성전자의 갤럭시Z 폴드4와 동일하게 IPX8 방수를 지원한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았다. 중국산 폴더블 스마트폰 중에서는 처음이다.

멍완저우 화웨이 순환회장이 지난 3월 31일 중국 선전 본사에서 열린 '2022년 연례보고서 발표회'에 참석해 발표하고 있다./연합뉴스

하지만 이 같은 장점들이 두 가지 단점을 뛰어넘을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메이트X3는 4G LTE만 지원하며, 자체 OS인 ‘하모니(홍멍)’를 탑재해 애플리케이션(앱) 생태계가 극도로 제한적이다. 미국 제재 탓이다. 미국은 화웨이가 각국 통신망에 ‘백도어(인증을 받지 않고 망에 침투할 수 있는 수단)’를 심어 기밀 정보를 빼낸다고 보고, 지난 2019년 5월부터 5G 반도체 칩 수출을 금지하고 있다. 미국의 결정이 나온 직후 구글은 화웨이 스마트폰에 대한 안드로이드 업데이트 지원을 중단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메이트X3가 5G를 지원하지 않는 점을 두고 “여전히 주요 부품을 미국산 제품에 의존하고 있다는 뜻이다”라고 짚었다. 하모니 OS와 관련해서는 “메이트X3가 중국 외에서는 그다지 팔리지 않을 것이란 걸 의미한다”며 “화웨이는 그간 서구 앱 없이 별도의 생태계를 구축해도 문제가 없는 자국 시장에서 매출을 올려왔다”고 했다. 실제로 현재 화웨이 스마트폰 매출은 대부분 중국에서 나오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중국 폴더블 스마트폰 시장에서 화웨이의 점유율은 약 24.9%로, 오포(35%)에 이은 2위에 올라 있다.

소비자들은 가격에도 불만을 표하고 있다. 갤럭시Z 폴드4 등 유사 사양 제품 대비 약 80만원이 더 비싸다는 것이다. 미 IT 전문매체 GSM아레나가 운영하는 리뷰 게시판에는 “이 가격에 누가 사냐” “구글플레이와 연동이 안되는데 이 가격은 무리다” “지금은 2023년인데 화웨이는 2019년 폴더블 스마트폰 가격에 맞추고 있다” 등의 글이 올라와 있다.

화웨이는 인공지능(AI) 등 기술과 결합하면 4G로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입장이다. 리처드 유 화웨이 소비자사업부문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3월 플래그십 스마트폰 시리즈 P60의 차세대 모델을 공개하며 이 같이 밝혔다. P60 시리즈도 4G만 지원한다. 유 CEO는 지난달 중국 ‘EV100′ 포럼에서도 자사 신제품들의 고장률이 낮다며 ‘아이폰보다 낫다’고 거듭 애플과 비교했다.

화웨이는 메이트X3 출시 대상 국가에 한국은 포함돼 있지 않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