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035720)의 기업간거래(B2B) 사업 전문 자회사인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클라우드 중심으로 사업을 정리한다. 수익성 악화에 따른 구조조정으로 풀이된다. 이 과정에서 백상엽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대표가 물러나고 이경진 클라우드 부문장이 새 대표에 오른다.

백상엽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대표는 12일 사내 공지를 통해 “성장성과 투자 가치가 높은 클라우드 사업을 중심으로 회사 전체를 개편하는 활동이 본격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라며 “상대적으로 성장성과 수익성이 낮은 것으로 판단되는 비핵심사업에 대해서는 사업철수·매각·양도를 적극적으로 알아보고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 관계자는 “클라우드 사업 중심으로 회사를 개편하는 과정에서 현재 진행 중인 사업에 대한 선택과 집중은 이뤄질 예정”이라 했다. 클라우드와 관련 없는 사업은 정리하거나 카카오 내 다른 자회사로 재배치한다는 이야기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에는 현재 약 1000명이 근무 중이다. 회사 측은 “재편될 조직에 남는 인원을 제외하고는 카카오그룹 내 다른 자회사로 옮겨갈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은 결정되지 않았다”고 했다.

왼쪽부터 물러나는 백상엽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대표와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된 이경진 클라우드 부문장/카카오

백상엽 대표는 4년 만에 카카오에서 나가게 된다. 20년 이상 LG에 근무하던 백 대표는 2019년 5월 카카오로 옮겼다. 그는 사내조직이던 ‘AI 랩(Lab)’ 대표로 둥지를 옮긴 후 회사가 AI랩을 ‘카카오엔터프라이즈’로 분사할 때도 대표이사직을 유지했다.

회사 측은 “자진 사임하는 것”이라 말했다. 다만, 불과 하루 전 백상엽 대표가 공식 회사 활동을 이어온 것을 감안하면 실적부진과 투자유치 실패에 따른 문책성 인사라는 해석이 나온다. 백 대표는 11일 본사에서 백성식 대유위니아그룹의 위니아에이드 대표와 업무 협약(MOU)을 체결한 뒤 기념사진을 찍었고 이는 공식 보도자료로 나왔다.

위니아에이드와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11일 물류사업 협력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이 자리에 백상엽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대표(오른쪽)가 업무 협약식에 참석한 백성식 위니아에이드 대표(왼쪽)와 기념사진을 찍은 모습/ 위니아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2020년만 하더라도 67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지만, 2021년에는 적자전환했다. 당기순손실 규모는 2021년 963억원에서 2022년 1612억원으로 커졌다. 내부적으로 기존의 방향성으로는 회사의 존속이 어려워 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된 이경진 부문장은 이사회 및 주주총회를 통해 선임이 최종 결정될 예정이다. 그는 클라우드 분야에서 약 20년 경력을 보유한 클라우드 전문가로 카카오엔터프라이즈에서 클라우드 개발, 전략, 인프라, DX(디지털 전환) 4개 부문을 총괄했다. 이 내정자는 카카오엔터프라이즈에 합류하기 전, 클라우드 및 빅데이터 머신러닝 전문 기업 엑슨투를 설립했다. 그는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2022년 1월 엑슨투를 인수합병한 후 카카오엔터프라이즈에서 클라우드 부문을 총괄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최근 실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