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스타트업 오픈AI가 선보인 ‘챗GPT’가 전 세계적인 ‘인공지능(AI)’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자고 나면 새로운 AI 툴(도구)이 쏟아지고 빅테크 기업들도 일제히 경쟁 서비스·제품 출시에 나서고 있다. 조선비즈는 챗GPT의 본고장인 미국 실리콘밸리를 찾아 ‘AI 골드러시’의 주인공들과 함께 생생한 혁명의 무대를 소개한다.[편집자주]

지난달 27일(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 폴섬 스트리트에 위치한 오픈AI의 본사 ‘파이오니어' 빌딩./샌프란시스코=이소연 기자

지난달 27일(현지시각) 오후 1시 40분, 미국 샌프란시스코 폴섬 스트리트에 있는 ‘파이오니어(Pioneer)’ 빌딩. 3층짜리 회색 건물 앞 거리에는 담배꽁초 하나 없이 깨끗했고 인적이 드물었다. 샌프란시스코 도심인 유니언스퀘어에서 약 4km 떨어진 이 곳은 남미 출신 이민자들이 모여 사는 ‘미시온 디스트릭트’와 걸어서 10분 거리다. ‘개척자’라는 빌딩 이름처럼 세계 생성형 AI 시장을 뒤흔들며 ‘챗GPT’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기업가치 290억달러(올 4월 기준, 약 37조9030억원)의 ‘오픈AI’가 비상하는 곳이기도 하다.

지난달 24일(현지시각) 오후 1시, 미국 캘리포니아주 팔로알토 하이스트리트 인근 주택가. 오픈AI 본사에서 차로 약 30분 거리에 위치한 이 곳에는 평범한 2층 가정집이 있었다. 사무실 내부에는 화려한 로고나 상장, 사진은 없고 캐주얼한 옷차림의 직원들이 자신의 업무에 집중하고 있었다. 직원수가 20여명에 불과한 캐릭터닷AI는 AI 챗봇 스타트업으로 창업 16개월 만에 유니콘으로 등극했다. 웹사이트 트래픽 분석 플랫폼 시밀러웹에 따르면 캐릭터닷AI 이용자가 사이트에 머무는 체류 시간은 25.4분으로 챗GPT(8.4분), 페이스북·트위터(10분)보다 길다. 다니엘 디 프레이타스 캐릭터닷AI 사장은 “동네가 조용해 일에 집중하기 좋다. 편안한 공간에서 직원들이 오직 일에만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고자 노력한다”라고 했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애플, 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들이 지난 수년간 경쟁적으로 으리으리한 사옥을 지은 것과 달리 실리콘밸리에 있는 AI 스타트업들은 탄탄한 실력을 무기로 내실 다지기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작년 12월 그래그 브록맨 오픈AI 사장이 트위터에 ‘챗GPT가 200만명 이용자를 돌파했다’라는 글을 올리자, “이러한 급속한 성장세를 자랑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라며 게시물 삭제를 요청했다.

◇ 세상을 바꾸는 조용한 파워… “성장을 자랑하는건 금물”

요즘 실리콘밸리에선 “구글 시대가 저물고 새로운 스타가 등장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실제 오픈AI는 챗GPT 출시 5일 만에 100만명의 이용자를 모았고, 현재는 하루 1000만명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오픈AI는 MS로부터 설립 초창기인 4년 전 10억달러(1조3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한 데 이어, 최근에는 추가로 100억달러(약 13조원)의 신규 투자를 이끌어냈다. MS와 챗GPT의 만남은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게 하는데, ‘365 코파일럿’ 오피스앱에서는 채팅하듯 명령하면 챗GPT가 알아서 각종 문서나 엑셀, 파워포인트를 생성해낸다.

지난달 24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팔로알토 하이스트리트에 위치한 캐릭터닷AI 사무실./팔로알토=이소연 기자

오픈AI의 대성공은 실리콘밸리에 생성형 AI 스타트업 ‘골드러시’ 바람을 몰고 왔다. 올트먼 CEO는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 ‘오픈AI 외 기업들과 AI 생태계가 형성돼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그렇다. (오픈AI 혼자 앞서는 것보다) 그게 훨씬 나은 것 같다”고 답했다. 벤처캐피털(VC)업체 블룸버그베타의 투자자인 앰버 양은 “AI 커뮤니티와 해커하우스가 몰린 샌프란시스코를 사람들이 ‘두뇌 밸리(Cerebral valley)’라 부르기 시작했다”며 “(당신이 AI 스타트업을 운영하고 있다면) 반드시 샌프란시스코에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오픈AI처럼 떠오르는 유망주들은 대부분 실리콘밸리에 몰려 있다. 구글이 3억달러를 투자한 AI 챗봇 개발사 ‘앤트로픽’, 데이터 이미지분류 스타트업 ‘스케일 AI’, AI 기반 고객 소통 플랫폼 개발사 ‘다이얼패드’, 문자 생성 AI 플랫폼 업체 ‘재스퍼’, 대화형 AI 개발사 ‘레플리카’ 등이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두고 있다. 창업 붐과 함께 샌프란시스코 부동산 시장도 활기를 띠고 있다. 미국 부동산 매체 ‘더 리얼 딜’은 “샌프란시스코에서 지난 1년 동안 AI 관련 회사들이 사무실을 찾는 사례가 전년 대비 2배 이상 늘어났다”면서 “트위터 등이 있는 소마 지역은 임대료가 분기마다 20% 이상 뛰고 있다”고 했다.

AI 스타트업들이 주도하는 생성형 AI 시장 규모도 폭발적인 성장세가 기대된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2022년 93억달러(12조3400억원) 규모였던 생성형 AI 시장 규모가 2027년까지 1210억달러(158조15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오픈AI가 개발한 챗GPT가 생성형 AI의 저력을 보여주면서 자금 조달 경쟁이 뜨거워졌다”면서 “투자자들은 (유망 스타트업인) 스태빌리티AI, 재스퍼 등에 투자하고자 필사적으로 경쟁하고 있다”고 했다.

◇ 전 세계 날아온 예비 창업자들… 12주 합숙 프로그램 거치며 성장

보이치에흐 자렘바 오픈AI 공동창업자는 폴란드, 다니엘 디 프레이타스 캐릭터닷AI 사장은 브라질, 유지니아 쿠이다 레플리카 최고경영자(CEO)는 러시아 출신이다. 실리콘밸리에는 이들처럼 전 세계에서 ‘창업의 꿈’을 가진 유능한 인재들이 몰리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미션 디스트리트 북쪽에 있는 헤이즈 밸리에는 개발자들이 일하고 네트워킹할 수 있는 장소인 ‘해커하우스’가 마련돼 있다. 그 중 가장 큰 규모의 해커하우스는 2021년 3월 설립된 제네시스 하우스로 21개의 침실이 갖춰져 있다.

스타트업 인큐베이터 'HF0'는 창업자들을 위해 샌프란시스코 ‘아키비숍스 맨션’에서 12주간의 합숙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예비 창업자들의 모습./데이브 폰테놋 HF0 창업자 페이스북 캡쳐

해커하우스에서는 유망 인재들의 창업을 장려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이 제공된다. 일례로 스타트업 인큐베이터 ‘HF0′는 IT 창업자를 위해 ‘아키비숍스 맨션’에서 12주간의 합숙 프로그램 ‘해커 펠로우십 제로’를 실시한다. 아키비숍스 맨션은 618평 규모의 대형 호화 주택인데, HF0가 제공하는 합숙 프로그램에는 각종 주거 서비스와 2.5%의 수수료만 지불하면 얻을 수 있는 25만달러(약 3억원)의 펀딩도 포함됐다. 아키비숍스 맨션에는 세계 각지에서 날아온 15명 내외의 젊은 창업가가 모여있다.

HF0 프로그램 참여자이자 AI 스타트업 크레아(Krea)의 공동창업자인 디에고 로드리게즈와 빅터 페레즈는 미국 경제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와의 인터뷰에서 “샌프란시스코에 잠시 머무를 계획이었지만 메타와 오픈AI에서 AI를 연구하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더 머무르기로 결심했다”면서 “뭔가 새로운 것을 만들고자 하는 개발자들의 흥분을 느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우버 공동창업자 트래비스 칼라닉과 에어비앤비 CEO 브라이언 체스키가 매일 함께 저녁을 먹으며 창업 아이디어를 공유했듯이, AI 스타트업 개발자들도 현재 (샌프란시스코에서) 함께 생활하며 일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