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화성캠퍼스 내 반도체 연구소./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의 최신 공정 중 하나인 4~5나노(㎚) 수율(생산품 대비 양품 비율)이 지난해에 비해 비약적으로 상승하면서 완성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최근 고객사들과의 협상을 재개했으며 일부 대형 고객사의 샘플 제품 생산도 의뢰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TSMC의 최신 기술인 3나노 공정이 성능에 비해 생산단가가 크게 높아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대안으로 삼성전자의 4나노 공정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때 삼성전자가 어려움을 겪었던 4나노 공정은 최근 80% 수준에 근접해 ‘골든수율’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는 경쟁사인 TSMC와 대등한 수준으로 올라섰다는 의미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4·5나노 공정 수율이 안정되면서 반도체 설계부터 양산까지 진행하는 ‘턴키’ 프로젝트 수주 문의가 늘고 있다. 특히 4나노 기반의 인공지능(AI), 자동차용 칩 생산과 관련한 문의가 늘고 있으며 일부 대형 고객사들은 시제품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의 4나노 공정은 핀펫(FinFET) 기반 SF4E(4LPE)로 시작해 지금은 3세대 공정인 SF4P(4LPP+) 버전까지 나온 상태다. 초창기에는 낮은 수율로 고전했고 대형 고객사들이 TSMC로 이탈하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4나노 공정에 대해 대대적인 재점검에 돌입했고 문제점을 신속하게 파악해 성능 개선에 성공했다. 삼성전자는 4나노 3세대 공정으로 구글의 스마트폰 픽셀8의 ‘텐서3′ 칩을 위탁 생산할 예정이다.

삼성전자의 4나노 공정은 이전 최신 공정인 5나노 공정의 파생 공정격으로 사실상 유사한 구조를 지니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시장에서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 바로 5나노 공정 초기에 수율을 잡는 것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4나노 역시 비슷한 문제가 이어지면서 고객사 이탈이 빚어졌다”며 “삼성이 4나노 공정을 완성시켰다는 것은 지난해 겪었던 문제들을 거의 다 잡았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역시 파운드리 사업이 정상궤도로 올랐다는 점에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삼성의 파운드리 사업은 경쟁사에 비해 업력이 짧은데다 업계 최선단 공정으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다루는 분야인만큼 많은 어려움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올해 삼성은 다양한 고객사들과의 협력을 통해 짧은 시간 내에 문제를 개선해냈고 한단계 높은 수준으로 올라섰다”고 말했다.

앞서 정보기술(IT) 팁스터(정보유출자) ‘레베그너스(Revegnus)’도 애플의 경영진 미팅 회의록을 인용해 “4나노에서 삼성전자와 TSMC의 수율은 거의 같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삼성전자가 예상보다 빠른 수율 회복을 보이고 있다”고 언급했다. 레베그너스는 이와 함께 TSMC의 3나노 공정 수율에 대해 “최대 63% 수준”이라며 “가격이 4나노미터와 비교해 두 배가 됐다”고 덧붙였다.

한편 삼성전자는 4나노 공정에서 TSMC를 따라잡는 동시에 최신 공정인 3나노에서도 선두 경쟁에 나서겠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3나노에서 세계 최초로 차세대 트랜지스터 구조인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술을 적용해 초도 양산에 성공했다. GAA는 기존 핀펫 구조와 비교해 공정 미세화에 따른 트랜지스터의 성능 저하를 극복하고 데이터 처리 속도·전력 효율을 높일 수 있어 차세대 반도체 핵심 기술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