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상엽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대표가 2020년 9월 종합 업무 플랫폼 ‘카카오워크’ 출시를 발표하고 있다./카카오엔터프라이즈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매년 적자 폭을 키우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올해 1분기에도 300억원대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하며 카카오 실적의 발목을 잡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지난해 적자 규모가 505억원 늘며 총 140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당기순손실은 1613억원으로, 전년(946억원) 대비 70.5% 증가했다. 다만 매출은 지난해 전년(955억원) 대비 71% 늘어난 1633억원을 기록했다.

클라우드서비스제공(CSP) 업계 후발주자인 만큼 기술 연구개발(R&D), 인프라 구축, 인재 확보 등에 비용을 투입하는 과정에서 영업손실이 늘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영업비용은 2021년 1855억원에서 지난해 3039억원으로 63.8% 증가했다. 같은 기간 직원 수는 1081명에서 1176명으로 95명이 늘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 관계자는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투자에 힘쓰고 있다”며 “향후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카카오 첫 사내 독립기업(CIC)으로 출범했던 AI랩이 2019년 12월 분사한 회사다. 현재 ▲종합 업무 플랫폼 ‘카카오워크’ ▲기업용 통합 클라우드 플랫폼 ‘카카오 i 클라우드’ ▲인공지능(AI) 기반 물류 플랫폼 ‘카카오 i 라스’ ▲AI 고객센터 플랫폼 ‘카카오 i 커넥트 센터’ 등 사업을 전개 중이다.

업계는 주력 상품인 카카오워크와 카카오 i 클라우드가 캐시카우(현금창출원)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높은 내부거래율을 바탕으로 매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2020년 93%, 2021년 68%, 지난해 49.8%로 내부거래율을 낮췄지만 여전히 절반가량의 매출을 그룹사를 통해 내는 모습이다.

특히 카카오워크는 사용자 수 기준 네이버의 ‘네이버웍스’, 가비아의 ‘하이웍스’에 밀리는 상황이다. 애플리케이션(앱) 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구글 플레이스토어·애플 앱스토어 합산 카카오워크의 월간활성이용자(MAU)는 11만2902명이었다. 네이버웍스와 하이웍스의 MAU는 각각 18만4102명, 16만982명이었다.

잦은 서버 오류 등이 판매 부진의 원인으로 꼽힌다. 카카오워크는 수시로 로그아웃되는 로그인 장애로 그룹사 내에서도 불편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쟁사 대비 가격 경쟁력도 떨어진다. 카카오워크 월간 요금제는 무료 상품을 제외하고 1인당 7900원, 1만1900원, 1만8900원 세 가지 상품으로 구성돼 있다. 네이버웍스는 4000원, 7000원, 1만2000원이다. 연간 계약 시 카카오워크는 1인당 월 6500원, 9900원, 1만5900원, 네이버웍스는 3000원, 6000원, 1만원이다.

지난해 카카오엔터프라이즈와 거래한 특수관계자 목록.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사업보고서

공공 시장을 주요 공략 대상으로 삼는 카카오 i 클라우드도 처지는 비슷하다. 선두주자인 네이버클라우드와 KT클라우드, NHN클라우드의 상품 대비 공급 계약율이 현저히 떨어진다. 업황도 좋지 않다. 고재희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상무는 최근 정부의 클라우드보안인증(CSAP) 개편으로 외산 클라우드의 공공 시장 진입이 용이해지자 “우리 좀 살려달라”고 공개적으로 호소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수익성 개선 차원에서 지난달 28일 클라우드 전문 자회사 엑슨투와 마젠타웍스를 합병했지만 뚜렷한 효과를 기대하는 시각은 적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톡비즈 성장률이 저하되고 엔터프라이즈 등 일부 신사업 적자가 지속됨에 따라 카카오의 1분기 매출액은 1조8135억원, 영업이익 1301억원으로 실적 부진이 예상된다”며 “분기 300억대로 추정되는 엔터프라이즈 적자는 신사업 손익에 부담 요인이다”라고 했다.

업계는 사업이 정착하기까지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적자 기조가 최소 2~3년 더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AI 반도체팜 구축 및 실증’ ‘AI 반도체 시험검증 환경 조성’ 등 국가가 주도하는 ‘K-클라우드 프로젝트’ 핵심 사업에서도 빠졌다. ‘선택과 집중’ 전략이라는 게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측 입장이지만, 업계에선 경쟁에서 뒤처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최근 네이버클라우드, KT클라우드, NHN클라우드 3사가 주축인 한국클라우드산업협회와의 관계도 소홀해진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아직까지 자체 데이터센터가 없는 가운데 새로운 길을 개척해 성과를 낸다는 게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