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SK텔레콤(017670)의 28㎓(기가헤르츠) 주파수 대역 5G(5세대 이동통신) 기지국 구축 최종 이행 점검에 나선다. 28㎓는 LTE보다 20배 빠른 속도를 내는 5G 주파수다. 정부는 앞서 KT(030200)와 LG유플러스(032640)가 28㎓ 기지국 구축을 제대로 하지 않아 주파수 할당을 취소했다. SK텔레콤도 구축 이행 실적 미달로 28㎓ 주파수를 사용할 수 없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이동통신 3사 모두 ‘꿈의 5G’가 아닌 ‘반쪽짜리 5G’ 서비스만을 제공하게 됐다.
13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부처는 조만간 SK텔레콤을 대상으로 5G 주파수 할당 이행점검에 나서고, 28㎓ 대역 기지국 구축이 정부가 제시한 목표치에 미달한 경우 해당 주파수를 회수하겠다는 방침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아직 SK텔레콤에 28㎓ 기지국 구축 실적 요청을 하지 않았는데, 모든 점검이 공정해야 하고 오해의 소지가 있으면 안 되는 만큼 프로세스대로 진행할 것”이라며 “실적을 점검한 후 청문절차 등을 거쳐 다음 달 31일 전까지 최종 처분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2018년 통신 3사에 5G 주파수를 할당하면서 각 회사마다 1만5000대의 28㎓ 기지국 구축을 의무화할 것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과기정통부가 지난해 12월 통신 3사의 기지국 구축 이행률과 향후 계획 등을 종합 평가한 결과, KT와 LG유플러스에는 28㎓ 주파수 할당 취소를 처분했다. KT와 LG유플러스의 28㎓망 구축 이행실적이 의무 수량 대비 10% 수준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당시 취소 처분을 면한 SK텔레콤은 오는 5월 말까지 28㎓ 기지국 1만5000대를 설치하기로 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구축한 28㎓ 기지국은 이에 한참 모자라는 수천대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는 지난달 28일 서울 을지로 본사 T타워에서 열린 주주총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5G 28㎓ 망을 어느 정도 구축하고 있지만, 목표를 채우는 게 쉽지 않을 것 같다”며 “5G 28㎓ 구축에 관해 정부와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초고주파인 28㎓ 대역은 통신 3사의 5G 주력망인 3.5㎓ 대역보다 직진성이 강한 대신 도달거리가 짧은 것이 특징이다. 속도는 빠르지만 커버리지가 작아 그만큼 막대한 기지국 구축 비용이 들어간다. 자율주행, 스마트팩토리 등 5G B2B(기업간거래) 핵심 서비스를 상용화하는 데 있어 없어서는 안 될 필수적인 요소다.
이에 정부는 최근 통신 3사의 주파수 독점정책을 깨고, 기업들이 5G 특화망을 자체적으로 구축하는 ‘이음 5G’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출범을 논의 중인 제4 이동통신에도 28㎓ 주파수를 할당하겠다는 방침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현재 네트워크 기술 수준과 재원으로는 28㎓ 대역 전국망을 구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해당 비용으로 5G 저주파 대역을 더 촘촘히 구축하고, 다가올 6G 시대를 대비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