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딜라이브 본사./딜라이브 제공

딜라이브, CMB 등 광역기반 지역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케이블TV가 IPTV(인터넷TV)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에 밀려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통신 3사의 케이블TV 인수합병(M&A)도 시들해지면서 "케이블TV의 생존게임이 시작됐다"라는 평가가 나온다.

12일 통신 업계에 따르면 KT는 최근 "딜라이브 인수를 추진하기 않기로 결정했다"라고 공시했다. 지난 2019년 KT의 조회공시 요구에 인수 포기를 최종적으로 밝힌 것이다. KT는 딜라이브 인수를 위해 예비 입찰에 인수의향서를 제출했지만 인수 가격을 놓고 이견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KT가 2021년 계열사인 KT스카이라이프를 통해 케이블TV 업체 HCN을 인수하면서 사실상 딜라이브 인수가 물 건너갔다는 분석이 우세했다. KT 관계자는 "KT는 유료방송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딜라이브 인수를 검토했지만, 최종적으로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라고 설명했다.

CMB 사옥 전경./CMB제공

업계는 통신 3사의 케이블TV 인수 작업이 마무리된 것으로 보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통신 3사의 IPTV 시장 합산 점유율은 56%를 기록했다. 여기에 케이블TV 자회사의 점유율을 더하면 통신 3사의 유료방송 점유율은 78%에 달한다. 반면 딜라이브와 CMB의 점유율은 각각 5.6%, 4%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IPTV로 고객들을 뺏기면서 점유율이 줄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통신 3사의 적극적인 마케팅과 결합 혜택 등에 힘입어 IPTV 시장은 매년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라며 "반대로 케이블TV는 고령층과 일부 도서산간 지역을 제외하면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라고 했다.

수도권과 대전, 세종, 충청, 전남, 대구 등에서 사업을 진행 중인 CMB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CMB는 2020년 매각 작업에 나서 통신 3사와 가격 협상을 진행했지만, 눈높이를 맞추지 못해 결실을 거두지 못했다. 케이블TV 사업자들은 주요 OTT를 탑재하는 방향으로 콘텐츠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지만, 통신 3사의 IPTV와의 경쟁에서는 고전하고 있다.

IPTV 3사 로고

통신 3사는 케이블TV 인수를 마무리하고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 OTT 확산 대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과점 상태인 유료방송 시장에 집중하는 대신 새로운 먹거리인 OTT 시장에 대응하는 게 수익성과 글로벌 사업 확장에 더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실제 높은 성장률을 보였던 IPTV의 가입자 증가세는 둔화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대형 TV 대신 모바일로 OTT를 즐기는 형태가 확산하면서 주문형 비디오(VOD)와 IPTV 이용률도 줄어든 상태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유료방송 플랫폼의 VOD 매출은 2018년 정점을 찍은 후 매년 감소하고 있다. IPTV 순증 가입자 수도 100만명대로 2019년 146만명을 기록한 후 지난해 말까지 하락했다.

케이블TV와 IPTV의 신규 수익원 발굴이 절실하다고 지적도 나온다. OTT를 선호하는 젊은 층을 끌어들일 수 있는 차별화된 콘텐츠를 내놓지 못할 경우 IPTV도 케이블TV와 동일하게 생존게임에 내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