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도 국정원 산하 학회 설립을 시도했으나 실현되진 않았다. 이제 가능해진 것은 민관 협력의 중요성, 더 개방적이고 국제적인 (사이버 안보 대응) 접근의 방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백종욱 국가정보원 3차장)
한미 안보동맹 70주년을 맞이해 국정원이 민관 협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사이버 안보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사이버안보학회(KACS)를 설립했다. KACS는 한미 공조가 군사 동맹을 넘어 사이버안보 동맹으로 강화되는 가운데 관련 정책 수립에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KACS는 국정원 사상 최초로 설립되는 학회다. 지난해 판교에 사이버안보협력센터를 개소하는 등 민관 협력을 강화하며 '열린 조직'을 지향하는 국정원의 행보와 맞닿아 있다.
KACS는 5일 서울 소공동 더 플라자에서 창립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선 백종욱 국가정보원 3차장, 윤오준 국가안보실 사이버안보비서관, 조현우 외교부 국제안보대사, 이원태 한국인터넷진흥원 원장, 박규백 국방부 사이버작전사령관이 축사를 했다. 학회 창립을 위해 김상배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초대 회장), 권헌영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부회장), 손기욱 서울과기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부회장) 등 140여명의 사이버안보 분야 연구자와 실무 전문가들이 발기인으로 참여했다.
KACS에 따르면 학회는 사이버 공격이 양적·질적으로 증가하고 다변화하는 가운데 사이버 공격에 대응하는 국가적 차원의 정책과 전략을 체계화하기 위해 설립됐다. 사이버 안보가 일국적 차원의 대응을 넘어 국제협력과 동맹 및 연대로 확대하는 가운데 새로운 국가전략을 마련하고 법 제도를 마련하기 위해 학회는 다양한 학술적 기반을 제공할 예정이다. 학회는 기술·공학은 물론이고 법학과 국제정치학의 학제간 접근을 통해 사이버안보 연구의 복합적 플랫폼으로 기능할 것으로 보인다.
공공과 민간 구분 없이 사이버대응 역량을 한곳에 집결하고 국제공조 강화를 통해 우리나라 사이버 안보를 지키겠다는 협력 의지를 강조하고 있는 국정원에 KACS 출범은 이러한 변화의 움직임을 보여주는 중요한 이정표다.
이날 축사에서 백 차장은 "국격을 뛰어넘는 사이버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기술·제품뿐 아니라 산업적 시각과 국제적인 인식과 고찰, 글로벌 차원의 대응 전략 등이 중요한 요소로 대두되고 있다"라며 "국내외의 정책 전략, 미래기술에 이르기까지 사이버안보와 관련된 모든 분야가 개별성이 아닌 종합적으로 연구되고 다뤄져야 한다. 사이버안보학회의 창립은 시대의 부름에 따른 것이다"라고 했다. 이어 "국정원 사상 최초로 설립되는 학회에 많은 애정을 가지고 지켜볼 것이며 국정원의 정책도 이 학회를 통해 보다 적극적으로 수렴해 나가겠다"라고 했다.
사이버안보가 한미동맹 70주년 속 국가적인 주요 아젠다로 떠오른 가운데 국가안보실에서도 KACS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이날 강조했다. 윤오준 국가안보실 사이버안보비서관은 "작년 한미정상회담에서 '사이버안보(Cyber Security)'라는 단어가 12번 이상 나왔고 그만큼 이에 대한 인식 비중이 높아졌다는 것이 사실이다. 올해는 특별히 한미 안보동맹 70주년이라는 큰 계기가 있는 만큼 사이버가 새로운 안보의 '축'에 들어갔다"라고 했다.
조현우 외교부 국제안보대사는 "북한의 사이버 활동은 더이상 개별 국가의 사회적 범죄가 아니다. 한반도와 국제 사회 평화 가도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라며 "이러한 맥락에서 사이버안보 문제를 국제·정치·법 제도·공학·기술적 측면에서 복합적으로 연구하는 것은 매우 시의적절하다"라고 했다. 이어 "작년 말 외교부는 사이버안보 분야에서 포괄적 협력의 틀을 마련하기로 한 바 있다"라며 "금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미 양국이 개방되고 안전한 상호운용성을 갖춘 사이버 공간을 구축할 수 있도록 전방위적 협력 체제를 구축할 예정이다"라고 했다.
이원태 한국인터넷진흥원 원장은 "현재 대한민국은 북한발 사이버공격, 디도스와 랜섬웨어 등 다양한 사이버위협과 사건사고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라며 "때문에 국가사이버안보에 대한 연구가 필요한 중요한 시기이며, 그러한 의미에서 학회의 출범은 매우 기대된다"라고 했다.
글로벌 안보환경 속 국가 사이버안보 역량 강화를 강조하고 있는 군 역시 이날 KACS 설립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국방부는 2013년부터 사이버작전사령부 주관으로 사이버안보 분야 회의인 '화이트햇 컨퍼런스'를 개최하는 등 사이버안보 관련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이날 박규백 국방부 사이버작전사령관은 "사이버 공격은 보이지 않는 위협이기에 그 심각성은 점점 고도화되고 있다. 민간 공공 그리고 국방까지 모든 영역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라며 "따라서 사이버 위협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선 긴밀하고 선제적인 민관군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라고 했다. 이어 "사이버 공간의 특성상 국제 협력은 물리적 국경선 개념이 아닌 초국가적 사이버 공조 생태계 구축이 필요하며 국가 전략적이고 국제 정치적인 접근이 요구된다"라며 "사이버 기술 정책 법과 제도 그리고 국가 전략 연구를 지향하는 한국 사이버안보학회는 국가적인 요구 사항이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