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가 4조1000억원을 투입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신규 공장 설립에 나선 가운데 업계에서는 이번 투자가 OLED 분야에서 중국과의 격차를 최대 5년 이상 벌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모바일, TV에 비해 아직 시장 규모가 작은 IT용 OLED 분야에 대규모 투자를 감행하면서 미래 시장을 독식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낸 것이다.
이번 삼성디스플레이의 신규 투자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설립하는 8.7세대 공장은 OLED 패널 공장 중 세계 최대 규모인 만큼 내부적으로 적정성 검토가 오랜 기간 이어졌다. 이 가운데 이 회장의 결심이 투자 단행의 가장 큰 촉매제 역할을 했다는 설명이다.
◇세계 최초 8세대 OLED 공장… 삼성, 새로운 표준 만든다
삼성디스플레이는 현재 세계 중소형 OLED 시장에서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다. 10여년 전 액정표시장치(LCD) 시장에서 중국의 추격이 거세지자 과감하게 LCD 사업을 정리한 삼성은 이후 스마트폰용 OLED 사업에 집중했고 막대한 수익을 축적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삼성디스플레이의 현금성 자산은 32조원에 달하며 삼성그룹 부품 사업의 맏형격인 삼성 반도체에 20조원의 투자금을 빌려줄 정도로 여유가 넘치는 상황이다.
삼성디스플레이의 OLED 생산 공장은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의 표준을 주도하고 있다. 지난 2015년 삼성디스플레이가 아산 A3 공장을 가동할 때 세계 최초로 도입한 6세대(1500x1850mm) 생산라인은 생산 공정의 핵심 장비를 모두 교체해야 할 정도로 도전적인 투자였지만, 지금은 중국을 비롯한 경쟁사들이 모두 삼성디스플레이의 공장을 교과서 삼아 설비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이번에 삼성디스플레이가 도입한 8.7세대(2200×2500㎜) OLED 생산라인 역시 내부적으로 오랜 검토 과정을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8.7세대 생산라인은 기존의 6세대에 비해 생산성 측면에서 2배 이상 높일 수 있지만, 설비 구축 과정에서 상당수의 장비를 교체해야 하며 기술적 측면에서도 난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충훈 유비산업리서치 대표는 "이번 삼성디스플레이의 신규 공장은 IT용 OLED 패널을 생산하는 공장 중 최대 규모가 될 것"이라며 "유리 원장 기준으로 월 평균 1만6000장의 생산능력을 갖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8.7세대 유리를 도입하면서 기술력과 생산성 측면에서 중국 디스플레이 기업들과의 격차를 5년 이상 벌렸다고 본다"라고 덧붙였다.
◇투자 또 투자… 이재용 회장, 연이은 과감한 투자
삼성디스플레이의 이번 신규 투자에는 이재용 회장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디스플레이 내부적으로도 이번 투자의 적정성과 효율성, 위험성 등을 검토하며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 회장은 IT용 OLED 사업의 성장성을 높게 평가하고 대규모 투자 단행하는 방향으로 힘을 실어줬다는 후문이다.
현재 IT용 패널 시장은 모바일, TV와 달리 LCD가 여전히 주류를 이루고 있다. 디스플레이업계에서는 노트북, 모니터, 태블릿PC 등 IT용 패널 시장의 95%가 여전히 LCD가 차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IT용 OLED 패널의 경우 삼성디스플레이 이외에 경쟁자가 없는 상황"이라며 "애플을 비롯한 주요 노트북, 태블릿 제조사들이 최근 OLED를 본격적으로 도입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향후 성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2023년 태블릿 OLED 패널 예상 출하량은 530만대로, 지난해(430만대) 대비 23.2%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차량용 디스플레이의 성장세도 주목된다. 옴디아는 전장용 OLED 디스플레이 시장 규모가 2020년 5615만달러(약 730억원)에서 2027년 12억달러(1조5000억원)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이 회장은 올해 들어 잇달아 사업장을 방문하며 적극적인 투자 기조를 강조해왔다. 지난 2월에는 충남 아산 삼성디스플레이 캠퍼스를 찾아 '미래 핵심 기술'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끊임없이 혁신하고 선제적으로 투자해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실력을 키우자"고 했다. 당시 이 회장은 직접 퀀텀닷(QD) OLED 패널 생산라인을 둘러보고, 사업전략을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