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에 위치한 알뜰폰 스퀘어 매장./뉴스1

저렴한 요금제를 앞세워 가계 통신비 부담을 낮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알뜰폰(MVNO)'의 성장세가 계속되고 있다. 성장세가 둔화된 국내 이통 시장에서 이동통신 3사의 가입자를 꾸준히 뺏어오면서 통신 3사의 과점 체제를 견제할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4일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의 '이동전화 번호 이동자 수 현황'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알뜰폰은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로부터 22만636명의 가입자를 뺏어왔다. 이는 1분기 전체 번호 이동 건수(120만8106명)의 18.3%에 해당하는 수치로, 알뜰폰의 이통 시장 점유율(16.9%·지난해 말 기준)을 웃돈다. 알뜰폰으로 갈아탄 통신 3사 가입자는 지난 1월 7만1086명를 기록한 후 2월 신학기 효과로 8만6538명으로 급증했고, 3월 6만3012명으로 예년 수준을 기록했다.

알뜰폰이 통신 3사의 가입자를 뺏어오는 것과 달리 국내 번호 이동 건수는 제자리걸음이다. 지난달 번호 이동 건수는 갤럭시S23 등 신제품 효과로 전월 대비 2.8% 늘어난 42만3926건을 기록했지만, 지난해부터 월평균 39만~40만건에 머물고 있다. 지난해 번호 이동 건수는 전년 대비 11% 감소한 453만건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번호 이동은 휴대전화 번호는 그대로 유지한 상태에서 통신사만 바꾸는 서비스를 말한다. 번호 이동 건수는 통신 시장의 경쟁 활성화를 가늠하는 수치로 활용된다. 통신 3사의 과점 체제가 굳어지면서 번호 이동 건수는 정체된 상태다. 지난해 기준 통신 3사의 시장 점유율은 SK텔레콤(40.1%) KT(22.3%) LG유플러스(20.7%) 등으로 총 83.1%에 달한다.

반면 알뜰폰은 꾸준히 통신 3사의 가입자를 뺏어오면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저렴한 요금과 안정적인 통신 서비스 품질로 통신 시장 경쟁 활성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알뜰폰 업체 관계자는 "알뜰폰 업체들이 대대적인 프로모션 없이 꾸준히 통신 3사의 가입자를 뺏어올 수 있었던 건 저렴한 요금과 통신 3사 대비 부족하지 않은 서비스 품질 때문이다"라며 "알뜰폰을 키워야 통신 3사의 과점 체제를 허물 수 있다"라고 했다.

박윤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차관이 지난달 10일 알뜰폰 경쟁력 강화를 위한 간담회에서 발언하는 모습. /뉴스1

정부가 통신 시장 경쟁 활성화를 위해 알뜰폰 키우기에 나서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박윤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은 지난달 29일 '통신 시장 경쟁촉진 방안 마련 2차 특별전담팀(TF) 회의'에서 "알뜰폰 활성화 등 통신 시장 경쟁 활성화 방안을 적극적으로 마련하겠다"라고 했다.

다만 통신 3사 자회사의 과도한 알뜰폰 시장 점유율은 풀어야 할 숙제다. 알뜰폰으로 통신 3사의 가입자가 꾸준히 옮겨가고 있지만, 결국 주요 알뜰폰 사업자는 통신 3사의 자회사이기 때문이다. 업계는 알뜰폰 자회사를 포함한 통신 3사의 실질적인 시장 점유율은 95%가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과기정통부가 알뜰폰 시장을 육성하는 방법으로 통신 3사 자회사의 알뜰폰 시장 점유율 제한을 꺼내든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박 차관은 지난달 열린 '알뜰폰 경쟁력 강화 간담회'에서 "통신 3사 자회사의 알뜰폰 시장 점유율을 제한하는 것에 대한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라며 "알뜰폰 시장에서 통신 3사 자회사가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게 통신 시장 전체로 봤을 때 건전한 생태계를 만드는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라고 했다.

알뜰폰 업계는 통신 3사를 규제하는 동시에 도매대가(통신망 사용료)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알뜰폰 사업자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라고 입을 모은다. 김형진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 회장(세종텔레콤 회장)은 "정부의 알뜰폰 활성화 노력으로 번호 이동 건수가 늘어나는 등 성장세는 계속되고 있지만,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도매대가 제도 개선 등 제도적인 안전장치가 필수다"라며 "통신 3사 자회사 점유율 제한 등 전향적이고 적극적인 알뜰폰 육성 계획이 필요하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