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테어의 시뮬레이션, 고성능컴퓨팅(HPC), 인공지능(AI), 데이터 분석 등 원천 기술은 앞으로 서로 융합되면서 더 많은 가능성을 만들어내고 시너지를 낼 것입니다. 전 세계 엔지니어링 시뮬레이션 기업 중 이 같은 기술 역량을 모두 갖춘 회사는 알테어가 유일합니다."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알테어(ALTAIR)의 짐 스카파(Jim Scapa) 최고경영자(CEO)를 지난 23일 경기도 판교 한국알테어 사무실에서 만났다. 알테어의 주력 제품은 제조 설계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 '하이퍼웍스(HyperWorks)'로 전 세계 주요 기업의 70% 이상이 사용하고 있다. 시제품을 만들지 않고도 알테어의 솔루션을 활용해 가상공간에 디지털 트윈을 구현하고, 이를 통해 제품을 설계하거나 다양한 테스트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한다. 대량의 시뮬레이션 데이터를 처리하는데 필요한 고성능컴퓨팅(HPC) 기술 및 리소스도 제공한다.
예컨대 신차 개발의 중요 과정인 충돌 테스트를 시뮬레이션으로 할 수 있어 테스트용 차를 많이 만들 필요가 없어진다. 알테어의 프로그램은 자동차 뿐 아니라 비행기, 우주선, 배, 배터리, 반도체, 원전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며 금융, 헬스케어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스카파 CEO는 1957년생으로 미국 컬럼비아대 기계공학 학사, 미시간대 경영학 석사를 마쳤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에서 컴퓨팅 엔지니어링 컨설턴트로 회사 생활을 시작했으며, 1985년 동업자 2인과 함께 디트로이트에서 알테어를 설립했다. 알테어는 2017년 나스닥에 상장됐으며, 현재 전 세계 25개국에 86개 지사를 두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5억7200만달러(7500억원)로 전년 대비 13.5% 증가했다.
그는 "GM에서 자동차 디자인과 시뮬레이션 관련 업무를 맡았는데 시중에 나와 있는 툴을 쓰면서 만족하지 못했다"면서 "더 나은 제품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개발을 시작한 뒤 2년 만에 첫 제품을 냈다"고 말했다.
알테어가 처음 출시한 제품은 '하이퍼메쉬(Hypermesh)'다. 컴퓨터 안에서 만들어진 가상 제품을 격자 무늬로 재구성한 뒤 최소 단위로 쪼개는 '메싱(meshing)' 작업을 통해 구조와 재질, 강도 등을 테스트하는 프로그램이다. 그는 "자동차 엔진 같은 여러 부품들을 시각화한 뒤 각 부품이 받는 스트레스를 측정하도록 했다"라며 "하이퍼메쉬는 시장에서 상당히 큰 반응을 일으켰다. 제품 첫 출시 당시 여러 상장사들과 경쟁하고 있었는데 3~4년 후에는 알테어가 선두주자로 앞서나갔다"고 말했다.
알테어는 시뮬레이션 제품 출시 후 사업영역을 고성능컴퓨터(HPC), 데이터 애널리틱스, AI로 차근차근 확장해나갔다. 그는 "2000년대 초반에는 컴퓨팅 시장에 큰 지각변동이 있었다"면서 "그 전에는 하나의 시스템이 특정 업무만 하도록 설계됐었는데 리눅스 서버가 등장하면서 다양한 업무를 할 수 있도록 바뀌었다. 이런 흐름을 보면서 컴퓨팅 자원을 효율적으로 최적화하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이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처럼 업무 효율성을 증대시키는 것을 클라우드 환경에서도 똑같이 적용시키는 게 알테어의 다음 목표"라며 "알테어의 원천 기술들이 앞으로 더 많은 가능성과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알테어는 데이터 분석 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해 2018년 '데이터워치(Datawatch)', 2021년 '월드 프로그래밍(World Programming)'에 이어 작년에는 '래피드마이너(Rapidminer)'를 인수했다. 이를 통해 데이터를 시각화하고 분석하는 것은 물론이고 다양한 프로그래밍 언어 호환도 지원한다. 그는 "래피드마이너를 중심으로 그간 인수한 회사들과 알테어가 보유한 원천기술이 하나로 융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스카파 CEO는 또 "현재 사용자와 컴퓨터간 소통은 키보드와 마우스로만 가능하지만, 앞으로는 생성형 AI의 도움으로 사용자가 더 편하게 컴퓨터를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예컨대 자동차 설계를 한다고 할 때 사용자가 4인승, 문 4개, 차 크기, 공기 저항 같은 요구사항들을 말로 나열하면 생성형 AI가 요구사항에 맞게 디자인을 하고, 시뮬레이션이 데이터를 검증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