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 29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위해 서울 도봉구 서울북부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다./뉴스1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구속을 면했지만, 검찰의 기소를 피하기 어려워 방통위의 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 위원장이 사실상 제대로 된 업무를 이어가기 어려운 상황에서 식물 기관으로 전락한 방통위가 조직을 재정비하기까지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30일 오전 서울북부지법은 한 위원장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결과, 검찰의 영장청구를 기각했다. 이창열 영장전담 판사는 “주요 혐의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어 현 단계에서의 구속은 피의자의 방어권을 지나치게 제한한다”고 판단했다.

현재 한 위원장은 검찰로부터 지난 2020년 종합편성채널 재승인 심사 당시 TV조선의 점수를 고의 감점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한 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하는 대신 다음달 4일 방통위 간부 양모 전 방통위 방송정책국장 등에 대한 첫 재판 전까지 기소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앞서 검찰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양모 전 국장과 차모 전 운영지원과장, 당시 심사위원장을 맡은 윤모 광주대 교수를 위계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각각 구속 기소했다.

한 위원장은 오는 7월까지 위원장 임기를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지만, 검찰이 기소하면 해임이나 직위해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방통위원장은 임기가 보장돼 있지만 장관급 정무직 공무원으로 대통령이 직권으로 해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법령을 심사하고 해석하는 이완규 법제처장은 지난해 한 언론 인터뷰에서 “정무직 공무원은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국정 방향에 따라 함께 가는 사람들이라 (대통령이) 언제든 해임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국가공무원법에 따르면 대통령이 고위공무원을 파면하기 위해선 감사원장의 제청이 필요하다. 이에 감사원이 조만간 검찰의 한 위원장에 대한 기소 시점에 맞춰 대통령에게 해임을 제청할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과천정부청사 내 방송통신위원회./뉴스1

일각에선 해임보다 수위가 낮은 단계인 직위해제도 거론된다. 한 위원장을 직위해제한다면 방통위 소속 공무원으로만 남게 된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지난 2020년 임명된 한 위원장은 현재 식물 위원장으로 전락한 상황이다. 정권이 바뀌면 전임 정부에서 임명된 장관급 공무원들은 퇴임하는게 관례지만, 한 위원장의 경우 자리를 계속 지켰다.

이에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지난해 6월 ‘굳이 올 필요 없는 사람’이라면서 한상혁 위원장을 국무회의에서 배제했다. 대통령실은 올해 방통위 신년 업무보고도 서면으로만 받았다.

방통위는 올해 중점 추진 과제로 미디어 통합법 제정, 미디어 혁신을 위한 법제도 정비 등을 내걸었지만, 사실상 관련 업무는 중단된 상태다. 한 위원장도 최근까지 위원회 회의 등 일상적인 업무 외에 별다른 일정을 소화하지 않았다.

방통위는 상임위원회도 새롭게 구성해야 한다. 안형환 부위원장의 임기가 이달 30일로 끝나는 데다, 다음달 5일에는 김창룡 상임위원의 임기도 만료된다.

상황이 이렇자 방통위 내부에서도 한 위원장의 거취보다 차기 방통위원장 인선에 더 관심을 기울이는 분위기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