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파스엔터테인먼트 홈페이지 메인 화면. /홈페이지 캡처

카카오의 지난해 해외 매출액이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했다. 지식재산(IP)으로 글로벌 시장에 도전하겠다는 김범수 창업자의 ‘비욘드 코리아’ 전략이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카카오는 콘텐츠 핵심 계열사인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카카오픽코마를 앞세워 오는 2025년까지 전체 매출 대비 해외 매출 비중을 30% 이상으로 늘린다는 목표다.

29일 카카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해 해외에서 1조3987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2021년 6324억원 대비 121% 이상 증가한 액수다. 이에 카카오의 전체 매출 대비 해외 매출 비중은 2021년 10.3%에서 2022년 19.7%로 1년 만에 9.5%포인트(P) 늘어났다. 지역별 매출은 아시아 9165억원, 북미 2804억원, 유럽 1005억원 순이었다. 각각 전년 대비 63.4%, 159%, 760% 증가했다.

북미 매출 상승세를 견인한 건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웹툰·웹소설 사업이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현지 웹툰 플랫폼 타파스와 웹소설 플랫폼 래디쉬의 합병 절차를 마무리하고, 신규 합병 법인 타파스엔터테인먼트를 출범했다. 타파스와 래디쉬, 래디쉬 산하 무협 웹소설 플랫폼 우시아월드를 하나로 묶어 3사의 IP 시너지를 극대화한다는 취지에서였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이렇게 확보한 오리지널 IP를 기반으로 ‘3다무(3시간마다 다음 유료회차 무료로 공개)’ 등 국내에서 성공한 유통 방정식을 북미 시장에서 재현하며 매출을 올리고 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오는 2024년까지 북미 플랫폼 거래액을 5000억원까지 늘리겠다고도 공언한 상태다.

유럽 시장은 카카오픽코마가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앞서 일본 웹툰 시장을 석권한 카카오픽코마는 지난 2021년 프랑스에 법인을 세우고, 지난해 3월 자사 웹툰 플랫폼 픽코마를 프랑스에 출시한 바 있다. 픽코마는 이후 프랑스 구글 플레이 및 애플 앱스토어 인앱결제 합산 기준으로 지난해 현지 웹툰 플랫폼 중 매출 3위를 기록하는 등 빠른 속도로 시장에 안착했다. 카카오픽코마는 프랑스를 필두로 유럽 시장 장악력 확대를 위해 올해 1월 콘텐츠 번역 지원 스타트업 보이스루도 인수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프랑스의 디지털 만화(웹툰·전자책 등 포함) 시장 규모는 2021년 2억9800만달러(약 3875억원)에서 오는 2025년 3억4600만달러(약 4500억원)로 증가할 전망이다.

SM엔터테인먼트 소속 그룹 '샤이니'의 온유가 지난 5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첫 솔로 콘서트를 열고 있다. 이날 공연은 일본, 미국, 대만, 홍콩, 싱가포르, 중국, 캐나다, 영국 등 전 세계 74개 지역에서 온라인으로 생중계됐다. /SM

카카오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을 통해 보유한 IP 생태계를 더욱 확장, 속도감 있게 전체 매출 대비 해외 매출 비중을 늘려갈 방침이다. 이를 목적으로 이달 7~26일 SM엔터테인먼트 주식 833만3641주를 주당 15만원에 공개매수했다.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SM엔터테인먼트 전체 발행주식의 34.97%를 절반씩 사들이는 형태로, 카카오는 이를 통해 기존 1대 주주인 하이브를 제치고 SM엔터테인먼트 최대주주에 올랐다.

홍은택 카카오 대표는 전날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본사에서 연 정기 주주총회에서 “현재 콘텐츠 사업 부문은 글로벌 K-컬처 성장과 함께 카카오의 글로벌 매출 증대를 이끌고 있다”며 “앞으로 SM엔터테인먼트가 보유한 IP, 제작 시스템과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보유한 IT 기술, IP 밸류체인의 사업 역량을 토대로 음악 IP의 확장을 넘어 IT와 IP의 결합을 통한 새로운 시너지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업계에서도 SM엔터테인먼트와의 협업으로 카카오의 콘텐츠 사업이 글로벌 성장동력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윤예지 하나증권 연구원은 “SM엔터테인먼트 인수 후 가장 즉각적인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는 사업부는 웹툰·웹소설이다”라며 “네이버가 하이브와 손잡고 방탄소년단(BTS) 등 소속 아티스트를 모티브로 한 웹툰을 10개국 언어로 동시 공개했을 당시 이틀 만에 조회 수 1500만건을 기록한 바 있다”고 했다.

카카오도 웹툰·웹소설 사업에 SM엔터테인먼트 아티스트를 등장시켜 전 세계 팬덤 공략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이다. 윤 연구원은 그러면서 “SM엔터테인먼트와 카카오 웹툰·웹소설 사업 간 협업은 특히 미국과 동남아시아 신규 국가에서 큰 마케팅 효과를 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카카오가 SM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한 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카카오픽코마는 올해 합산 매출 3조5000억원, 영업이익 3700억원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며 “내년에는 매출 4조4000억원, 영업이익 5000억원을 기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