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를 둘러싼 정치권 공방이 계속되면서 업무 공백이 장기화할 전망이다. TV조선 재승인 심사를 둘러싼 의혹 관련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의 구속 여부가 조만간 결정되는 가운데 차기 방통위원장 자리를 놓고 정치권의 세력 다툼이 거세지고 있다.
29일 방송통신 업계에 따르면 6기 방통위원장 후보로 검사 출신인 김후곤 법무법인 로백스 대표변호사, 김홍일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이동관 대통령 대외협력특별보좌관 등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한 위원장의 임기는 오는 7월 31일이지만, 이날 구속 여부에 따라 위원장 인선이 빨라질 수 있다.
차기 방통위원장으로 가장 유력하게 떠오르는 인물은 김후곤 변호사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과 대검 시절 함께 일한 측근으로 서울고등검찰청 검사장 출신이다. 방통위 파견 법률자문관으로 활동한 경력이 있어 업무 적합성에서도 부족하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홍일 변호사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을 지냈다. 검사 시절 특별수사통으로 윤 대통령의 멘토 중 1명으로 꼽히는 원로다. 윤 대통령 대선 캠프에서 정치공작 진상 규명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다만 방통위와 직접 인연이 없다는 점은 한계로 꼽힌다.
업계는 검찰 출신이 방통위원장에 임명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정부 주요 인사가 검찰 출신으로 채워졌고, 한 위원장의 사퇴 거부로 업무 공백이 계속된 방통위의 강력한 쇄신을 위해서는 윤 대통령의 측근인 검찰 인사가 임명되는 게 적합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정치권 한 인사는 “김 변호사는 윤 대통령 취임 직후부터 차기 방통위원장으로 꾸준히 거론된 인물로 알고 있다”라고 했다.
이동관 대통령 대외협력특별보좌관도 차기 방통위원장 후보로 거론된다. 동아일보 정치부장 출신인 이 보좌관은 이명박 정부에서 대통령실 대변인, 홍보수석비서관, 청와대 언론특별보좌관 등을 맡은 바 있다. 그는 언론에 대한 전문성과 폭넓은 경험이 장점으로 꼽힌다. 윤 대통령과는 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특별고문으로 활동하며 인연을 쌓았다.
방통위는 당장 오는 30일 임기가 끝나는 안형환 방통위 부위원장 후임을 시작으로 다음 달 5일 임기가 만료되는 김창룡 방통위 상임위원 후임 인선 작업을 진행 중이다. 방통위는 위원장과 부위원장을 포함해 5명의 상임위원이 활동하고 있다.
통상 위원장을 포함한 2명은 대통령이 추천한다. 나머지 2명은 야당, 1명은 여당 추천 인사로 구성된다. 안 부위원장 후임이자 야당 몫 방통위원으로는 최민희 전 국회의원이 내정된 상태다. 최 전 의원에 대한 여당의 반발이 거센 만큼 잡음은 당분간 계속될 수 있다. 다만 야당 입장이 완고한 만큼 최 전 의원에 대한 내정은 그대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추천한 김 상임위원과 함께 여당과 야당이 각각 추천한 김현·김효재 상임위원의 임기가 오는 8월 23일로 끝나는 만큼 오는 9월에는 방통위 구성이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6개월간 방통위원 구성을 놓고 여야의 공방이 계속될 수 있다는 의미다. 방통위는 올해 중점 추진 과제로 미디어 통합법 제정, 미디어 혁신을 위한 법제도 정비 등을 내걸었지만, 사실상 관련 업무는 중단된 상태다.
한편 이르면 29일 오후에 한 위원장에 대한 구속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서울북부지법은 이날 오후 2시부터 위계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를 받는 한 위원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다.
2020년 심사에서 TV조선은 653.39점을 받았다. 1000점 만점에 650점 이상인 재승인 기준을 넘어섰다. 하지만 중점 심사 사항인 ‘방송의 공적 책임·공정성의 실현 가능성과 지역·사회·문화적 필요성’ 항목에서 210점 만점에 104.15점을 받아 50%에 미치지 못한 과락으로 조건부 재승인이 됐다.
검찰은 한 위원장이 심사 당시 방통위 직원과 심사위원장에게 TV조선의 최종 평가점수를 깎으라고 지시, 심사위원들의 업무를 방해했다고 보고 있다. 방통위는 지난 21일 전체회의를 열고 TV조선에 대해 4년 재승인(2027년까지)을 의결했다. TV조선은 중점 항목에 대한 과락 없이 689.42점을 받아 창사 이래 최고점을 받았다.